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Lim Dec 11. 2017

대학원 석사과정 4학기 단상

므에ㅔ에메메메멘탈!!!!!

대학원 4학기 단상.


이래저래 벌써 대학원 석사과정 4학기에 들어섰다. 석사 졸업시에는 우선 24학점 이수. 종합시험 세 과목 통과. 졸업논문 통과.가 필요한데 3학기 시점에서 이미 27학점을 이수했고, 종합시험 한 개 통과해두어서 이제 종시 두 개와 졸논이 남았다. 참고로 나는 수로이후 연구학기 한 학기 더. 그러니까 5학기 졸업을 한다. 한 학기 미뤄지긴 했지만 2년 내내 일하면서 한거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위안을 삼아본다.


앞은 잡설이고 뒷 부분이 정리되어있으니 뒷 부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대학원에서는 상당히 많은걸 배우고 배우고있다.
 

우선 뭐 당연한거지만 학문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 학부과정에서는 접하지 못한 것들을 접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아니 있긴한데 우린 그걸 추구할뿐이지 그게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 어떤 저명한 학자가 말한 내용일지라도 비판적으로 보고 탐구해보고 그걸 동료 및 선배(석박과정이신분들. 우리과는 석사과정 박사과정 수업 같이 듣는다. 넘 좋음. 박사과정분들은 진짜 왜 박사과정인지 알 수 있다.... 갓박사과정....)들과 교수님과 함께 논의하고 이야기한다. 전혀 연관점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연결이 되곤하며, 각자의 배경으로부터 나온(우리과 특성인지 언어학쪽 특성인지 모르겠는데 다들 배경이 꼭 언어학만은 아니다. 대부분이 다른 학문에서 공부하다가 언어쪽으로 생각이 귀결되어서 궁금해서 오신분들! 나도 약간 그런편이고!) 새로운 인사이트들과 논점들은 너무나도 멋지고 즐겁다. 진짜 마약같음. 계속해서 ‘우리가 일단 알고 있는 진리의 끝’을 계속해서 콕콕 건드리는 느낌이다. 정해진 진리 속에서 노는게 학사고, 진리의 끝 부분서 노는게 석사고, 그거 끝을 인지하고 있는게 박사고, 끝을 터트려서 새로운 지평을 연게 우리가 흔히 이름 들어본 학자들.이라는데 정말 맞는 말같다.

여튼 많은걸 배우고, 다른 학문을 존중하면서 논하는게 너무 즐겁다. 다른 학문이나 언어학인 어차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설명하기 위해 하는 것. 각자 도구나 방식이 다를뿐이기에 서로 도움이 되면 되었지 깔 이유가 없거든.

그리고 뭐랄까 개인적으로 정신적?이랄까? 음... 뇌 용량? 내 시야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해야할까 그게 큰 거같다. 항상 수업 이후 혹은 전공서적을 읽은 이후 혹은 다른 선생님들의 발표를 듣고나면 한 없이 자괴감+난쓰레기야+와진짜멋지다+와공부꿀잼 이런 다양한 감정이 한번에 들곤 한다. 내 한계를 매번 느끼게되고 그걸 0.000000001씩이라도 조금씩 깨가면서 늘리게 되는것 같다. 물론 자괴감이 개오지게 옴!!

특히 변명이지만, 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지라 풀타임학생처럼 주어진양 다 읽기 + 궁금한 레퍼런스 더 찾아보기가 안된다.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로 기껏 주어진 양을 전날 새벽에서야 다 읽어가는게 전부였다. (특히 작년에는 월20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3과목 들었는데 죽는줄 알았다. 매번 밤 새고, 지하철에서 전공서적이나 논문을 읽었다. 올해는 그래도 월 120-160시간 정도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서 그나마 건강을 회복했지. )

근데 사실 나 일하면서 공부해요 힘들어요ㅠㅠ 징징거리려고 해도 더 열심인 분들이 많아서 아닥하게된다. 나는 프리랜서지만 진짜 회사 다니시면서 박사과정 하시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 아이까지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의 과정이나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엄살이 맞다.

 하여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이 논문발표날이었다. 오늘 같은 날 누구는 나 이렇게 논문 쓸거에요(논문제안발표. 나 같은 케이스). 누구는 이렇게 쓰고있습니다. (논문 중간쯤 발표하는거). 누구는 이렇게 썼습니다. (논문 최종심사 이후 내용 말하시는 분) 등이 있는데, 이게 오늘로써 내 네번째 발표날 참여인가 그랬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정말 어마무시한 내용들이 발표된다. 정말 제목만 들어도 너무 재미있어 보이고, 연구 진척된거 보면 와 진짜 대박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세팅하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논문들 보면 교수님들도 신 나셔서 막 첨언을 해주시는데 그 첨언들도 완전 금쪽같다. 와 어떻게 저 내용 듣자마자 저런 포인트를 찾아내지. 와 어떰 이리 단 시간내에 말을 저렇게 정갈하게 정리하셔서 하시지. 아 그래서 교수님이구나.... 이런 ㅋㅋ 아 참고로 언어학이라 해서 막 진부하게 글자만 수만글자로 이루어진진 논문이나이루어진 논문이나 발표를 생각할 수 있겠는데 전혀 아니다. 물론 그런 논문들도 있지만 (이론언어학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 언어학의 분야는 참으로 방대해서 생각 이상의 것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서... 네이버에서 촛불이라는 단어를 쳤을 때 진짜 literally하게 촛불의 검색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촛불 시위의 촛불이 나오기도하고 시상적 이미지의 촛불도 나올수 있고 다양하지 않은가? 이런거. 이런 알고리즘도 사실 언어학이 어느정도 꽤나 큰 일조를 하고 있고.... 일전에 유행했던? 어떤 단어 치면 그 단어에 들어있는 값들? 내가 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뭐 김민수 치면 [+한국] [+남성] [+흔함] 이런 자질들이 뜨는 사이트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것도 언어학이 작용(?)된 것이다. 아마 쎄타롤인가 그럴꺼임. 뭐 고양이하면 [+animated] 이런거? 이건 또 의미론과 관계가 있고 의미론은 또 언어철학과 관계가 있고 언어철학은 또 논리학 혹은 수학과도 관계가 있다. 뭐... 말하자면 끝도 없다.(사실 내가 더 자세히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거다) 뭐... 여튼 뭐랄까 생각보다 언어학이 이 '현대 시대'에 꽤나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거다. 실제적으로 관련이 있는 실험언어학. 인지과학 관점에서의 언어학. 심리언어학. 전산언어학.말고도 과거부터 이어진 이론언어학조차 이 '현대 시대'에 많이 작용되곤한다. 자...자세한건 저도 몰라욧! ㅋㅋㅋ


 여튼 이런 다재다능다방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다양한 논문주제와 이야기들을 듣고있노라면 아무리봐도 난 개쓰레기가 분명해... 나는 방향성도 못잡고 비틀비틀거리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튼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빛나는 눈빛과 차분한 말투를 보고듣고있노라면, 거기에 코멘트를 더하는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진일보하는 느낌이긴하다. 이런걸 생각하면 확실히 대학원 등록금은 (보통 한학기에 400-600할거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학교는 420이던가.) 딱히 비싸지만은 않다. 뭐 지금도 비즈니스적으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강연이나 컨퍼런스는 참석비만 백이 넘어가지 않는가? 그런거 생각하면 어느정도 꽤나 합리적이고 이해가 된다.


 아 물론 금액적인면으로 보면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긴 분명하다. 난 대학원 등록금까지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는지라 이렇게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는거지.... 뭐 여기서 헬조선담론을 이야기할껀 아니니까 일단 음.







여튼 확실히 대학원을 다니면 얻는게 참 많고, 깨닫는게 참 많다. 물로 잃어버리는 것과 감수해야하는 것도 많지. 정리해서 번호로 표기하자면


얻는 것.

1. 한 주제에 대해 불사질러 볼 수 있는 습관과 경험

 - 각 수업마다 읽어가야할 챕터 혹은 과제가 매우 다양한편이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한번씩 온몸을 바쳐 불사지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학부과정과는 그 느낌이 좀 다르다. 확실히 난 성인이다, 난 사회인이다라는 인지가 있어서 그런가. 여튼 새벽을 불태우는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불태운 것은, 거의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된다. 이 자신의 것이 된 것을 발표하고, 이거에 대한 피드백까지 온전히 들을 수 있다니, 정말 최고 아닌가?


2. 글과 친해진다.

 - 뭐 당연한거지만 일단 학문을 공부하는것이기에 '읽어야' 한다. 한글이든 영어든 무지막지하게 읽게된다. 전공서적 + 읽어야할 논문(must) + 읽으면 좋은 논문(recommendation) + 조금밖에 관련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개념이라서 제대로 읽으면 좋은 논문(내가 대학원 생활하면서 본 '멋진' 분들은 모두 이런 카테고리의 논문까지 싹 다 읽음) + 전혀 다른 분야인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재미있는 논문(recommendation)

 이런거 다 읽노라면 글과 친해진다. 빨리 읽게 되고, 잘 읽게되며, 뭔가 금방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길러진다. 뭐라 표현은 못하겠지만.


3. 말을 잘하게 된다.

 - 우선 말하지만 나는 아니다. 난 더 못해진거같아... 여튼 본인이 읽고 이해하고 인지한것을 소화한 이후에 정갈하게 말로 표현해야하기에 뭐랄까? 정갈한 말하기 실력이 늘어난다. 말빨이 늘어난다는 표현보다는, 그래 정갈한 말하기 능력이 업업된다. 특히 준비해온 말하기뿐만 아니라, 디스커션 하는 도중에, 다른 사람이 준비해온 이야기를 듣고서 빠르게 인지하고 이해한 이후에 그걸 소화해내면서 자신의 궁금증을 포함하면서 기존 이론들에서 말하고 있는건 없는지 머릿속으로 검증하면서 그걸 유려하게 짧은 말하기로 표현하는 능력. 이 능력이 심하게 증대되는 거같다. 나도 가끔 포텐이 터져서 저런 말하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하면서 나도 놀란다. 뭐지 정리쩐다+해석쩐다+해설쩐다+논점제시쩐다+논지발전쩐다 가 동시에 되는 느낌? ㅋㅋㅋㅋㅋ 나는 이게 대학원에서 터진다기보다는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거나 무언가 설명할때 자주 터지게 되었다. 뭔가 나 스스로에게 있어 한 단계 낮은 상황이어서 부담감이 덜해 그 능력이 쉬이 터진건가 싶기도하고....


4. 좋은 리스너가 된다.

 - 특히 대학원에서 듣기는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끝까지 듣고, 새겨들어야한다. 그냥 한 마디 말한거도 사실은 어떤 학자의 어떤 이론을 포괄하여 말한것일수도 있고, 방금 말한 문장이 굉장히 이견이 많은 핫한 이야기의 어느 진영 관점을 취해서 말한 것일수도 있다. 그래서 잘 듣고 끝까지 들어야한다. 그래서 이런 듣기가 너무나도 재미있다. 듣기 자체만으로 스스로에 대한 검증이 되고, 피드백이 되며 더 나아가 여러 심상적/정신적/학문적 발달이 이루어진다. 꿀잼.... 특히 준비가 잘 된 좋은 발표를 듣는 시간은 정말 천국과도 같다. 돌이켜보니 내가 그런 발표를 하지 못하였던게 너무 죄송스럽다. 남들의 시간에 민폐를 끼친 느낌이군 ㅠㅠㅠㅠ


잃어버리는 것...? 아니 흔들리는 것이라고 표현해보자.


1. 신체적 건강

 - 내가 일하면서 그래서 그런건가싶었지만 풀타임스튜던트로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인걸 보아... 대학원 공부를 하면 건강이 아작나는 듯 싶다. 혹시 주변에 지인이 대학원 다니면서 건강하기까지 한다면 진짜 자기관리 개쩌시는 분인거다!!!!! 일까지하면 그건 진짜 초인이다!!! 여튼 난 대학원+일 코스를 밟으면서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다. 당장 오늘 귀가길에 헬스 끊을거다.


2. 멘탈

 - 뭐 어디든 멘탈 안 털리는 곳이 있겠느냐만은, 대학원은 좀 다른식으로 멘탈이 털리는 것 같다. 뭐랄까 존중받으면서 털린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 자체는 잘 존중받고 있지만, 내가 공부한 것 혹은 내가 발언한 것 혹은 내가 생각해낸 결과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는다고해야할까? 이게 무척 나 자신한테 도움이 되는 것이긴 하지만, 자주 들으면 살짝 멘탈이 붕괴되긴한다. 뭐랄까.... 사람은  '넌 쓰레기야!!'라고 듣는것보다 열심히해서 생각해낸 답이 5인데, '음 왜 5라고 생각했죠? 음... 그건 여기서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하면 뭘까요? 3이지 않을까요!? 그래요 그 부분이 부족했어요' 이런걸 들으면 더 나 자신에대한 실망이 커지는 것 같다. 이건 내 성격탓인가싶기도하고. 나 실뭉이야실뭉실뭉 이런 느낌.


3. 친구

 - 잃는것도 아니고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아쉬운거다. 친구 만날 시간이 없다. 이게 워킹아워가 정해진게 아니라서.. 친구 만날 시간은 있지만... 사실 그 시간에 공부를 해도 된다. 그리고 그 공부, 그러니까 학문에는 끝이없다. 그러므로 시간이 있긴하지만 사실 없는거다. 사실 영화보러 갈 시간 있고, 술 마시러 갈 시간 있고, 친구 만나러 고향 내려갈 시간이야 있다. 그런데 없다. 마음이 불안하거든, 책 한 글자라도 더 봐야한다. 더 준비해야하고 더 단련해야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더 슬픈점은 이걸 알아서, 책이라도 보면 되는데 결국 책도 못보고 친구도 못만난, 어중간한채로 하루를 보냈을 때 스스로 드는 엄청난 자괴감이다.



사실 위의 모든 이야기들...과 관계없이 대학원은 참 좋은 곳이다. 학문을 논하는 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니. 그 의의부터가 매력 터지는 곳이다. 단, 돈은 알아서 잘 벌어오던가 잘 벌어야한다. 그러니까.... 어느정도 지식의 장 혹은 지혜의 장에 뛰어들어서 산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경제적 안정성을 수반하고 있어야한다. 뭐 어느 분야든 안 그럴까!싶긴 하지만.


여튼 난 이제 논문을 써야한다. 오늘 발표를 너무 못했다.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에 했지만. 이제 다음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스스로에 대해 실망하지 않게끔 잘 해야지. 아니, 잘 해야지가 아니라 잘한다. 그냥 한다.


아 마지막으로 생각난건데, 역시, 학위는 중요하지 않다. 학위라는 '자격증 or 라이센스'가 중요한게 아니다.

내가 과연 석사라는 학위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스스로 떳떳한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엄청 떳떳하지 못하니까 졸라 열심히해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TEDxSNU 12번째 행사 후기. '가운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