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브런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유튜브.
* 본 글은 2019년 5월 9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 커버사진은 엊그제 침대 매트리스 사서 기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요즘 퇴사하고 시간이 많다보니 글을 적어본다.
그간 내가 썼던 글들을 다시 되짚어보고 있다. 참 채널별로 다양한 글을 쓰고, 다양한 감정을 내뱉었더라.
내가 주로 사용하는 채널을 되짚어보면 페이스북, 브런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유튜브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내가 쓴 글(카카오톡도 단편적인 대화보다는 길게 문장으로 쓰여진채 생각을 주고받는걸 좋아해서... 유튜브도 댓글을 문장단위로 신중하게 적는 편이다)들이 채널별로 다 달랐다. 가끔 보면 같은 사람 맞아? 할 정도로 어투가 달라서 내가 봐도 참 신기했다.
물론 예전의 그 페이스북이 아닌 탓에 글을 쓰는 빈도가 줄긴했지만, 주로 광장에서 대화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 글도 그렇고, '분명히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라는걸 인지하고 글을 쓴다고 해야할까? 적당히 친절하지만, 적당히 내 주관과 감정을 내뱉는 형태의 글이 많다. 1-2년 전에는 내가 화가 많았나보다. 엄청 전투적인 글이 매우 많다. 이런 글을 이렇게 공개된 곳에 쓰고도 아직 살아있다니... 어쩐지, 예전에 내 친구가 내 글을 보고 '너는 엄청 전투적인 딜탱 스타일로 글을 쓰는데, 그 딜을 다 뚜두려 맞고도 살아남아있는게 너무 신기해'라고 했었다. 그 때는 하하하 웃고 넘겼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정말 그렇다. 여튼 페이스북의 글은, 확실하게 광장. 혹은 '어느정도 친밀감이 있는(페이스북 친구분들 중 못 만나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몇년이고 페친관계였으니) 사람들이 있는 커뮤니티'에서 대화를 하거나 대자보를 써붙이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확실히, 페이스북에서의 글은 '디스커션'으로 이어지는게 많아서 너무 좋다. 여튼 페북에서는 뭐랄까 좀 사회적이고 전투적인 내 자아가 많이 발현되는 곳 같다.
이제 뭐랄까... 딱 내가 생각하는 가장 나다운 글을 쓰는 곳이다. 한 주제나 한 이슈에 대해 내 사고의 흐름을 유지하며, 내 입맛대로 글을 써내려간다. 주로 정말 진지하게 쓰거나, 아니면 진지한채 못된 개그를 치며 쓰는 글이 많다. 딱 내가 예전에 페이스북 초기 진입했을 때(2012년 경), 실제 친구들로만 페북친구들이 이루어져있던 시절 쓰던 글 타입을 브런치에 쓴다. 뭐랄까... 브런치는 '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있지만, 이들은 딱히 반응하지는 않아'라는걸 인지하고 글을 쓴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글을 쓸 때 한결 마음이 편하고, 그래서 글을 한 번에 써내려가기 힘들어 발행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보이는 독자보다 보이지 않는 독자가 뭐랄까, 다른 의미로 마음 깊은 곳이 통한다고 해야할까. 그런 탓에, 글을 쓸 때마다, '이거 내가 정말 내 생각 제대로 하고 쓴 글 맞아?'라고 되묻게 된다. 뭐랄까 브런치는 광장보다는, 오픈하우스를 하고 있는 내 갤러리에 글을 전시하는 기분이다. 누가 읽는지는 모르지만, 대강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는지는 알겠는, 그런 기분. 가장 나의 내적인 면이 발현되는 곳 같다.
주로 단발적인 사고를 올린다. 특히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해당 문장의 힘을 극강으로 발휘할 수 있어서, 짧은 문장이나 문단을 올리기 적합하다. 나는 주로...그 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담는편이다. 정말 개소리를 하기도하고, 적당히 진지한 소리를 하기도한다. 브런치에 비해 덜 깊으며, 페이스북에 비해 더 개인적인 글이라고 해야할까? 근데 또 브런치는 '내 생각과 철학'에 깊이 빠져든채 쓰는 글이라치면, 인스타그램은 '내 일상의 인사이트'가 담긴다고 해야할까? 음... 마치... 나라는 사람이 A라는 서비스 그 자체.라고 쳤을 때, 브런치는 admin으로 접하는 느낌이고, 인스타그램은 user로 접하는 느낌이다. 음 딱 그런것 같아. 페이스북은 음... 뭔가 해당 서비스에 전하는 기고문이나 건의문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ㅋㅋㅋㅋ 좀 이상한 비유인데 맞는 비유같다. 여튼 인스타에서는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고, 이들은 반응도 확실하고(좋아요나 DM 및 댓글 등) 누가 누군지도 알수있어'라는걸 상정한다고해야할까. 근데 인스타에서는 이 상정한 값에 눈치 보지 않고 글을 쓸수 있다. 뭐랄까... 플랫폼 자체가 그래. 페이스북이 사회적인 커뮤니티라면 인스타그램은 개인적인 커뮤니티라 느껴진다. 그래서 정말 개인적인 내 자신이 될 수 있다. 가장 내적이지만, 나의 딥한 철학까지는 가지 않고, 딱 소셜한 나와 딥한 나의 사이에 있는 내적인 면이 발현되는 곳 같다.
정말, 내가 누구와 카톡을 주고받냐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active하고 가장 실시간이다. interactive하다는 표현은 모르겠다, 답장을 내가 골라서하는편이니까.. 다른 페북.브런치.인스타와 다르게, 카카오톡은 '톡 보내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하는 플랫폼 같다. 마치 언어에서 '시제'라는 개념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하는 언어같다고해야할까 ㅋㅋ. 그리고 이 주고받을수 있는 짤이나 이모티콘/이모지 등이 정말,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다. 음 근데 뭐라고해야할까, 카카오톡은 정말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해주는 메신져임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에 집중하지 않아(일부러 그러는것인지아닌지 모르겠다) 전혀 그런 용도로 못쓰겠다.
(인스타그램 이야기) 정말 혁신적인 대화는 오히려 인스타그램 DM으로만 가능한것 같다. DM은 정말 실제로 대면해서 하는 대화와 또 다른 종류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 이미지. 그 영상. 반응한 이모티콘. DM보낸 시간.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 등..... 여튼 DM은 참 재미있어(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DM이라는 것을 매우매우 칭찬하고 좋아라한다. 완벽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야!). 여튼 카카오톡은, '살아있는 나 자신'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천명하기에 좋은 플랫폼같다. 딱히 내적이지도, 외적이지도 않고, 개인적이지도, 소셜하지도 않다.
이건 좀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긴한데, 나는 유튜브 최초 사용할때부터 실명과 실제 내 사진을 올려두고 사용했다. 근데 유튜브 초기에는 그러지 않은 사용자가 많았고, 내딴에는 '철저하게 익명인 그들'과 내 실명과 사진을 걸고 대화(댓글로 의견 공유)한다는게 탐탁치 않아서, 유튜브 댓글은 정말 신중하게, 필요한것만 달곤 했다. 그리고 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런탓인지 뭐랄까. 유튜브는 수 많은 가면을 쓴 사람들이 모여있고(일반 유저), 개중에 본인을 드러내거나 or 다른 페르소나로 드러낸(크리에이터들) 이들을 지켜보는 와중에, 나 혼자 가면 쓰지 않고 조심스레 옆에 가서, 수시간동안 생각한 말 한마디 주고받고, 돌려받은 답변을 곰곰히 씹고 생각해보는, 그런 대화를 하는 곳 같다. 여긴 광장도 아니고, 하우스도 아니고, 개인적인 커뮤니티도 아니며, 뭔가 혁신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곳도 아닌 것같다. 뭔가 잘 모르겠고, 뭔가 딱히 대화하고싶지 않은 곳이다. 물론 가끔 가면을 썼을지라도 빛나는 자아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곤하는데 그럴땐 매우 기쁘다... 여튼 이런 생각을 가진 탓인지, 유튜브에서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시키려고 했을 때 좀 의문이 들긴했다. 여기는 그런 종류의 커뮤니티가 불가능한 곳인데... 아예 가상의 관계를 휘어잡는게 목표인가 싶기도 했고... 여튼 유튜브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뭐랄까, 위의 다른 플랫폼들은 내가 어떤 나의 면을 발현시킬지 경정한다면, 유튜브는 콘텐츠로부터 내 어떤 면을 발현당해버린다(?).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가 재미있는 것일수도.
여튼 그렇다.
뭐야 그냥 짧게 생각정리하려고 그랬는데 30분이나 써버렸다. 여튼 그래. 페이스북인 이렇게 가끔,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던게 있는데... 한 번 대자보 써볼까...'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쓰게 되고, 그게 참 재미있고 만족스럽다.
여튼 그래.
뭔가 브런치에 어울리거나 썼던 타입의 글이 아니라 끝을 내기가 애매하다. ㄷ...다들 들숨에 재력을 날숨에 건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