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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Lim Feb 23. 2017

쓴다. 생각한다. 한다.

소제목을 달면 n.3다. 이 소제목은 없는것이다 없당!

 료칸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참 좋다. 여기는 쿠로가와, 그러니까 검은 천이라는 곳이다. 온천이 콸콸 나오는 곳이라 검은건 모르겠고 유황냄새와 적붉은색은 많이 보인다.


 노천탕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훨씬 훨씬 좋았다. 왜 영화나 드라마나 문학 이야기 속에서 '폭포수에 몸을 담그고' 혹은 '온천에 몸을 뉘었다' 혹은 '물에 몸을 담그며 눈을 감는' 씬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이해가 되었다. 생각이 정돈되는 곳이고, 깊은 온천물만큰 내 고민들은 얕아보이는 곳이었고, 진한 온천물만큼 내 생각의 본질을 가리는 불순물들이 옅어지는 곳이었다.


 많은 생각을 들고온 여행이 아니라서, 여행지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생각하다가 결론에 다다른 것 중 하나는 '나는 왜 앎을 두려워하는가'였다. 전혀 철학적인게 아니고, 그러니까 나는 일본라면을 끓이는 법을 알면 재료 사다가 그걸 할 수 있는데 왜 알려하지 않는가. 나는 일본문화를 매우 흥미로워하는데 왜 일본어를 배우지 않고 왜 굳이 누군가의 번역을 통해 한차레 걸러서 보는가. 나는 분명 좋아하는 학문을 하고 있는데 왜 기본서조차 방학기간동안 읽지 않았는가. 나는 왜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사랑에 대해,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 알려하지 않는가. 나는 몸이 날라다니는걸 좋아하면서 왜 계속 쳐먹어서 살이찌는가 등이었다.






아니 좋아하고 아끼고 흥미로워하는데 왜 알려고하지 않을까.


마침 노천탕에 있을때 비도 내려서, 비를 맞으며 마음속에 도교적인 혹은 목가적인 BGM을 깔고 생각을 해보았다. 최대한 본질에 파고들어보았다. 


지금부터는 궤변이다.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다. 권위나 현상에 기대지 않고, 궤변론으로만 이야기를 해보겠다.


 앎(n.1)이란 것은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때문에, 나는 앎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있었다. 내가 그걸 '정말 알면' 좋지만 아는데 시간이 걸리기에, 그걸 회피하고 당장에 결과물을 보일수 있는, 그러니까 '남들이 알아서 알기 쉽게해준 앎(n.2)'만을 추구하게 된다. 뭐 운동깔짝하고 자기합리화하고, 일본어 공부 깔짝 혹은 책만 사두고 합리화하는, 앎(n.2)에 대해 어느정도 뭔가 시도를 해보는 척.하다가 그만두게 되는 그러한 것. 앎(n.2)에는 어차피 본질이 없기에, 그 앎(n.2)를 완벽히 파악하고 온전히 내것으로 만드는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마치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해리포터 그 볼드모트의 코어(이게 이름이 뭐였지..?)가 잠들어 있던 그 잔같은 것이고,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마시면 마실수록 마시게만되고 종국에는 파국에 치닫게되는 바닷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 그 앎(n.2)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고, 사실 우리는 그걸 다 아는 상태에서 그걸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뭐든지 적당히만 알면(n.2들을 접하는 것), 그걸 우리가 진짜 사막의 모래알 한 개만큼 알고있는 앎(n.1)과 연동/결합/조합시키면 어느정도 그럴싸한 앎(n.3)가 탄생하거든. 뭐 일본라면 맛 진짜 맛보고나서 어찌어찌 레시피 따라해서 하면 n.3가 탄생하거든. 그리고 우린 그걸 n.1이라고 칭하게된다. 정확히 표현하면 n.1(fake)겠지.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n.1(fake). 앎(n.1)의 가짜와 진짜 구별 여부는 정말 쉽다. 타인과 공유 가능한가? 여기에서 실패하면 가짜다. 성공하면 진짜다. 실패한 것 가지고 자꾸 공유하려 들면 그게 사기꾼이다. 그런사람이 넘나 많지. 여튼 n.1(fake)는 n.3와 같다. 


* 참고로 n.2는 대부분 진짜 n.1을 접한이들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생각이 이미 언어를 통해서 밖으로 나온순간, 의미에는 손실이 생겨 n.1이 n.2가 될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n.1을 진짜 손실없게 n.1에 가깝게 표현하는 이들이 몇 있는데 이들이 셰익스피어고 잡스겠지. 더불어 n.1 코빼기도 못본 주제에 fake 치는 사기꾼들도 있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끔 보면 사기꾼들의 n.3가 더 n.1처럼 느껴질때도 있다. 허허


** 논외지만 사실 지금 말하는건 언어학의 의미론과 언어철학을 짬뽕시켜서 하고있는것이다. 재미있다. 역시 언어학은 본질을 논하기에 좋은 학문이다. 물론 나는 의미론과 언어철학에 대해 n.2로만 안채로, n.3의 형태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아! 부끄럽다.


 여튼 이 n.3라는 것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쉽고 간편하고 재미있고 즐겁다! 최고다! 연애도 n.3로 하면 최고다! 진짜 사랑이 뭔지는 모르지만, 남들이 하는 혹은 문학작품의 혹은 영화에서의 혹은 여튼 사랑(n.1)을 제외한 모든 것들(사랑(n.2))를 접한바가 있어서 그거 어찌어찌 짬뽕시켜가지고 n.1이라 착각하는 n.1(fake). 그러니까 n.3를 만들어내면 최고거든. 누구보다 멋진 사랑꾼이 될 수 있고, 누구보다 큰 사랑을 상대에게 주는것 '같다'. 하지만 결국 바닷물. 파국이다. 왜 그럴까? 당연하다. 본질을 품고있는 n.1이 아니었거든. 뭐 간단히 말해 '당신을 사랑해. 그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가 사랑(n.1)이라 말한다면 (이게 n.1같지는 않지만 내 수준에서 최고의 n.1에 가까운 표현이다) n.2는 '사랑은 내가 당신이 되는 것. 당신이 내가 되는 것'과 같은 어디서 본 표현들일테고, 이거 짬뽕시키면 n.3는 '사랑해요. 당신의 눈동자부터 당신의 손짓까지 그 모든걸 사랑해요' 등이 나오겠지. 물론 지금 내가 언급한 n.3도 누군가에게는 n.1일수도 있다. 본질의 그 겉모습은 늘 다르니까.

 근데 진짜 눈동자 손짓 사랑하는지 깊이 고찰해보거나 그걸 깊이 느껴보았거나 그것 때문에 혹은 그걸 통해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해보기 전에 그런 말을 한다면. 그러니까, 진짜 눈동자 깊이 사랑해? 손짓이 그렇게나 사랑스러워? 생각이 막힌다면(말로 표현못할수는있다). n.3일테고, 나의 진짜 감정은 그 언급한 바와 같은 상황이 아닌데, n.3라는 말로 감정보다 말이 앞서 나간 상태일테고, 거기서 나오는 괴리감이 파국으로 가게할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특히 타자의 입장이 되면 상대방이 n.1을 말하는지 n.2를 말하는지 n.3를 말하는지는 뭐라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거든.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사람은 멋진 존재다 역시.


 여간 정리하자면 n.3가 달콤해서 우리는 n.2로 n.3를 만들어내는데, 진짜는 n.1이다. 그렇다면 n.1은 어찌 달성해야할까.


 여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알고리즘을 적용시키면 된다. 엄청난 알고리즘이 세상에 존재한다. 이게 비법이다. 지금 내가 비법이라고 말한 순간 나의 모든 이야기는 n.3가 되었다. ㅎㅎ 농담~


파인만의 알고리즘.

1. Write down the problem.

2. Think real hard.

3. Write down the solution


ㅎㅎ.... 1. 문제를 쓴다. 2. 열심히 생각한다. 3. 해결방안을 쓴다.


 엄청난 알고리즘이다. n.1에 다가가는 길이다. 사랑이 문제인가? 사랑 두 글자를 적는다. love 네 글자로 적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열심히 생각한다. 열심히 열심히..... 그러다가 떠오른것을 해결방안으로 쓴다.


와, 내가 말했지만 개같다. 이건 n.3다. 그럼 내 입장에서 다시 n.1에 가깝게 표현하자면


사랑 두 글자를 쓴다. 열심히 생각한다. 생각이 나지 않으면 사랑을 한다. 그러면 해결방안을 쓰기 전에 해결되어있다.






뀨뀨니 알고리즘.


n.1을 알고싶다. n.1 두 글자를 쓴다. 열심히 생각한다. 생각이 나지 않으면 n.1에 다가선다.(n.1을 조진다) 그러면 n.1을 n.2나 n.3형태로 알기전에 n.1으로 알게 되어있다.


n.1에 다가서는 방법은? 사랑이면 사랑을 한다. 라면이면 라면을 끓인다. 일본어면 일본어를 공부한다.


나는 혹은 이 글을 읽은 우리는 본질을 가리는 n.2와 n.3의 존재에 대해 알고있다. n.1을 오늘부터 조진다. 두려워하거나 회피할필요는 없다. n.2 혹은 n.3를 통해 달성하는 길이 종국적으로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포인트는 이것. 열심히 생각한다. 그리고 한다.


이걸 다른 문구들로, 그러니까 n.2로, 익숙한 문구들로 표현하자면 (감히 내가 n.1에 다다랐다고 생각해보자)








Keep calm and Do your thing.

Simple

Impossible is nothing.

Do what you love, love what you do.

엄빠 : 공부해라

엄빠 : 일찍자라

전여친 : 오빠는 내가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어?

전남친 : 자니?

주변사람들 : 넌 정말 착하고 좋은사람인데 왜 여자친구가없을까?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의 전환이, 태도의 전환이, 시스템의 변환이, 엔진을 구동하는 알고리즘의 변화가 나를 만든다.


나는 오늘부터 변명.합리화 없이 n.1만 조진다.



2017.2.23 쿠로가와 온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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