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Lim Apr 12. 2017

책에 관하여 - 2

책을 읽다.

 기본적으로 글/책을 쓰는 자들은 '글은 폭력이 될 수 있다'라는 경계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글을 지속해서 자기검증하며, 자기반성하며 써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책들이 많은 듯하여 슬프다. 물론 그렇지 않지 아니한 책들도 많다.

여튼 이런 책만은 읽을 때 충분히 경계하며 읽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보겠다. 아주 길게.

내가 지금 잘 팔리는 책을 써볼까? 우선 내가 생가나는 아무거나를 중심으로 매력적인 키워드를 나열해보자. 첫 단어는 키워드고 두번째는 핵심설명이다. 우선 그간 읽었던 책들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적어보겠다.


허슬. 열심히한다를 뛰어넘는다.
미라클모닝. 단순한 아침형 인간이 아닌, 아침의 기적.
넛지. 틈 사이를 잡는 법.
와칭. 관찰이 에너지를 바꾼다.
멀티플라이어. 단순한 멀티태스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몰입 Think Harder. 진정한 몰입이란?
디자인.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브랜딩. CI를 담는다. BEAT 전략은 많은 길 중 하나.
커뮤니티. 세계의 다음 행보
가치있는 아이디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
공유. 경제, 사회, 문화 모두 공유한다.
1cm. 세상에 조금 더 닿는 법.
단순하게 살기. 무의 미학
Simple. 잡스의 Simple은 대체 불가능한 워딩.
Think Week. 빌 게이츠의 영혼 수련법.
Starbucks Experience. 하워드 슐츠의 경험을 경험하라.
13가지 생각도구. 생각의 탄생부터 끝까지.
트리거. 동기부여는 어디서부터 오는가?
12개의 직장. 현재 세대는 향후 10개의 직장을 가질 것이다.


저 위에서 몇 개의 키워드만 잘 골라보자. 저기에다가 2017년 4월 기준으로 핫한 것들을 섞어보자. 정말 정말 많은데....
요즘 핫한 'AI'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 을 섞어보자. 사실 이미 AI나 빅데이터빨은 다들 한번씩 빨아먹었다. (궁금하다면 베스트셀러 리스트업 지난 몇달치를 봐보길 바란다) 내 생각에는 이제 '4차 산업혁명' 더불어서 새로운 신박한 워딩 한 두개 더 섞으면 좋을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블로섬 이펙트. 체리 검증법' 이런걸 섞어보자. 블로섬 이펙트와 체리가 뭐냐고? 지금 내 앞에 호가든 리미티드 에디션 체리가 있고, 기린 이치방 맥주 체리 블로섬 에디션이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예로부터 핫했던 '인문고전' '진정한 공부란?' '책을 읽다.' 이런거 몇개 섞어 놓자. 위에처럼 있을법한 단어들 갖다 붙이면 더욱 좋다. '심리', '인간' 이런건 너무 흔하니까 음... 그래 '노마드 호미지'라는 단어를 써보자. 정처없이 떠도는 노마드에다가 집을 뜻하는 homage를 결합해봤다. 있어보인다. 좋다.

그리고 더불어서 내가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TED like experience'와 '묵독. 침묵이 주는 대화' '10 종류의 알바. 10 종류의 인생. 그리고 하나' 이런거 써놓고 있어보이게 풀어보자.


내 전공 중에 몇 개 골라서 간장이랑 후추 좀 뿌리는 느낌으로다가 
'언어습득. 습득인가 배움인가 학습인가' 
'언어의 가장 기초적인 구조는? 촘스키를 뛰어넘어 보는 법' 
'A king과 The king의 차이. 단지 당신이 아는 그것과 같을까? 언어철학과 의미론을 통해 바라본다' 
'영어교육. 과연 GBT는 실패한것이고, CLT는 성공한 것인가? 영어교육 3대 원서. PLLP, PbyP, PELT를 통해 미래의 영어교육을 진단한다'
'한국의 미래 문학 통찰. 고전과 현대의 글을 통해 바라본다'
'7.5조 향가의 특성에서 찾아본 국어교육의 미래'
'성취기준 해체를 통한 역설구조화'

이런거 좀 섞어준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무조건 교육을 냉철하지만 따뜻한 관점으로 몇개의 전문용어를 현대적 용어들 몇개 와 함께 섞어주면 잘 나가니까

'머신 러닝 이전에 존재했던 로트 러닝을 활용한 언어인지최적화유의미학습법' 이런거를 외쳐주자
'변화하는 시대에 아이들이 더 공부할 필요는 없다. 최적화 학습을 통한 유의미학습 효과 맥시마이징 이론' 이런것도 외쳐주자.


지금 내가 생각의 나열만으로 약 20분 동안 뽑아낸 키워드만 한 50개는 되는 것 같다. 엮기 귀찮아서 안 꺼낸 키워드 합치면 백개는 되겠다. 장담하는데 여기 있는 키워드 잘 엮고 짜집기하고 표지 디자인 예쁘게한 이후에 목차 예쁘게 뽑고 서너 종류의 마케팅 계산해서 섞어주면 분명 잘 팔릴 것이다.

나는 이 키워드를 어디서 뽑았을까?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뽑았다. 키워드 한 개당 책 한 권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리고 요 몇년간 책 읽으신 분들이라면 내가 키워드 뽑아낸 책들의 제목도 바로 아실거고, 정말 베이직한 라인의 책들이란 것도 알거다. 책 제목을 다 적고싶지만 귀찮으므로 안 적겠다. 그리고 내가 책 제목 다 적는순간 누군가가 스샷을 찍고 '이야 이거 읽어야지!' 하고 안 읽을 것을 알기에 내가 미리 선의로 당신의 아쉬움을 차단하겠다.

 전공의 경우에는 정말 학부 초기에 배우는 내용 중 몇 개 기억에 남는 책 제목이나 이론 제목을 끌고 왔다. 문학용어나 세부 이론 몇개는 의도적으로 안끌고 왔다. 그런거 끌고오면 분명 그 책은 매출이 열 배 더 늘거다. 우리나라 사람만 그러는건지, 한국어 화자들만 그러는건지 모르겠는데 '새로운 용어'에 환장하는 분위기가 좀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용어인데, 아직 다들 아는건 아닌데, 아는 사람만 알어, 이게 또 새로운 현상 설명해주기도 하는데, 기존 현상도 설명돼' 이런거에 해당하는 '새로운 용어' 엄청 좋아하더라.
아니 여튼 전공 이야기 쭉하자면 영어교육, 국어교육 학부생이면 기본적으로 알만한 단어들을 정말 말도 안되게 섞어놓은 것들이다. 
 
 몇 개 설명하자면

'성취기준 해체를 통한 역설구조화'는 교과교육론에서 배우는, 그러니까 우리나라 교육과정에는 모두 목표가 있고, 목표 성취여부를 판별하는 성취기준이 있다. 흔히 우리가 국어 교과서 앞에서 '학습목표'로 위장하고 있는것들이 다 성취기준이다.(근데 우리나라 교과서 이거 제대로 안 지킨거 은근히 많다. 사실 지키기 어려운 모호한 기준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여튼 저거 해체한다는 개소리에다가 역설구조화는 문학에서 그...그 영문학 중에 Long journey night 어쩌구있는데... 까먹었다 그런거에서 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구조인데 말도 안되는거 갖다 붙인거다.

'머신 러닝 이전에 존재했던 로트 러닝을 활용한 언어인지최적화유의미학습법' 이거 같은 경우는 
Machine Learning은 다들 알테고, Rote Learning은 Ausubell인가 뭔가 하는 예전 교육학자(맞나?)가 유의미학습이론에서 일전의 '단순 암기식' 등을 일컫는 러닝 형태이다. 뭐 그냥 '사과는 apple, 기차는 train' 이런게 rote learning이라고 할까? 거기에다가 언어인지는 그냥 우리 과 이름 넣은거고, 최적화는 Optimizing 이론이야 어느 학문에든 있겠지만 일단 되는거 냅두고 안되는거 자르는데 경제적으로 ㄱㄱ 한다 이런 뉘앙스이다. 그냥 저렇게 쓰면 분명한 개소리이다. 유의미학습법은 오쥬벨꺼 그대로 쓴거고.... 저기에다가 미닝풀 러닝이랑 청킹도 써줬으면 아주 판매량 x2 찍었을것 같다.

여튼 다 이런거다. 이렇게 키워드만 개소리로 묶어도 잘만 묶으면 분명 다들 읽으려들것이다.


이러지말자는 책의 예시였다.

이러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책에 관하여 -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