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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Lim Nov 21. 2017

전문가 카테고리의 세분화 - 1

내가 전문가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글을 쓸 때 항 백스페이스를 누르게 되는 지점이 있는데, 어떤 말을 쓰다가 '내가 --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을 쓸 때 늘 그러하다. 



사실 예전의 나는 쓸데없는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혹은 추가적인 내 생각 공유를 막기 위해(누군가 댓글에 대응하기 위에 나의 생각이 더 드러나게되는 그러한 것들) 약간 방어적 수단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가 적어도 서적 혹은 학자를 바로 들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내가 --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을 붙였다. 예전의 글을 보면 대부분 이런 표현이 많다. 그러다보니 글이 중언부언 길어지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보다 혹은 중요한 정보들보다 나를 방어하기 위한 장치들만 늘어났었다.




사실 이런 장치들을 쓰면서도 나도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아니 내가 전문가 아니어도 이런 말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저 말을 치게 되었던게, 인터넷 공간은 당연하게도. 불특정다수가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 나는 어차피 웹상에 글이든 뭐든 한다면 어차피 공개되고 공유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친구공개글은 극히적고 대부분이 전체공개이다. 미리 선빵치는 기분이랄까? 하여간, 이렇게 전체공개로 글을 쓰다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와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이게 꼭 나쁘다는건 아니다. 다만 뭐랄까, 내 의도와 예상의 범주에서 벗어난다고해야할까) 이에 대응하기 귀찮고/힘들고/민망하고/화가나고/내가부끄럽고 등등 다양한 감정이 일곤했었다.


그러다가 요즘 전략을 바꿔서 '내가 --의 전문가는 아니지만'등의 뉘앙스의 말을 일절하지 않는다. 뭐랄까 작게 보면,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고 크게 보면, 나도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며, 더 크게 보면 전문가가 아닌 이의 글일지라도, 충분한 고찰과 인사이트만 존재한다면 그럭저럭 쓰여져도 괜찮을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이 그러한 것 같다. 세상의 변화속도가 워낙에 빠르게 일다보니, 기존의 것들을 학습하고 +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라는 일련의 정석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가 없다. 요즘의 메커니즘은 '기존의 것 중 필요한 것을 학습하고 + 새로운 것 중 컨트롤 가능한 것들을 배운다' 라는 느낌이랄까? 아, 이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로 쓸 기회가 있었음 좋겠군. 여튼 무지의 영역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무지로 냅두는게 차라리 나을 정도로, 세상에 지식과 컨텐츠가 넘쳐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학자와 같은 이들의 지식과 컨텐츠는 그 수가 확 줄었다. 지식과 컨텐츠의 총량이 팍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존 분야들의 지식과 컨텐츠들의 '학위'의 중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로운 분야들에는 '학위'가 존재하지 않기 떄문이기도하다. 더 나아가 이 '새로운 분야'들은 사실 어떤 '분야'라고 정해지지 않은 것조차 많다. 컨텐츠라고? 브랜드라고? 아니 사실 이거 단어를 적어놓고 곰곰히 보면 이게 무슨소리야!! 할 정도로 모호하다. 하지만 정의 내리기 모호할 뿐 그게 무엇인지는 다들 안다.

(음 마치 언어학을 보는 것 같다. 우리 모두 우리가 하는게 뭔지는 알지만, 우리 모두 그걸 설명할 수 가 없어서 '뭐야시발이거어떻게 되는거지'라면서 탐구하는 학문...?)


여간 이렇게, 경계가 모호하고, 그 모호함이 부정적인게 아니라 당연한 현상인 지금 이 세상에서, '내가 --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라는 멘트는 하등 필요없게 되었다. 

물론 전문가가 필요없다는 개소리는 절대 아니다. 뭐랄까 과거의 비전문가-전문가의 구분이 요즘은, 완전관심없는비전문가 - 조금관심있는비전문가 - 관심꽤나가져서 (공부좀 한) 살짝 전문가 - 어느정도 전문가 - 전문가 - 신 - 킹갓제너럴님이나가신다. 이런 느낌이랄까? 그래, 척도가 다양해졌다는거다.


여간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음..... 조금관심있는비전문가가 쓰는 다양한 세간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름 세상의 지식과 컨텐츠가 깊어지고 풍성해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뭐, 서두가 길었지만 그래서 나는 요즘 ' 내가 --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첨언하자면, 가끔 논란이 세게 나올수도 있는 글들에 대해 내가 붙이는 말 중 하나인데, 저 멘트보다 효과가 좋은 멘트는  '여기서 --의 전문가도 아닌데 --에 대해서 말하네라고 말하는 세상 뒤쳐진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라는 멘트.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검열이 되어서 가짜배기들은 감히 말을 못하고, 진짜배기들은 감사하게도 댓글을 달아주신다. 그런 진짜배기분들의 반응에는 내가 절을하며 감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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