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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Lim Nov 23. 2017

존댓말이 제 디폴트 값입니다.

만나면 반갑다고 반갑.하면 맞습니다. 반가워요~~~

사실, 존댓말이라는 것은 나에게 디폴트값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한국어(※ 한글 아닙니다. 구어인 한국어요!)에는 기본적으로 반말과 존댓말이 존재한다. 이게 좀 더 찾아보면 존비어-친소어 체계라고 해서, 높임말-존중어-평어-낮춤말. 이렇게 구분이되는데...(간단한 참조 : 위키 https://goo.gl/jSDhgu ) 뭐 이쪽 논할 생각은 없고 일단 편하게 봐서 보통 반말 or 존댓말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한국어는 반말이 디폴트값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이 반말이 기본이고, 존댓말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만 쓰는 형태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기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존댓말을 쓸 일이 더 많지 않은가? 여러모로 보아도 존댓말이 디폴트값이 아닌가싶은데...


생각해보니까 우리의  생 초기의 한국어 환경이 그리 작용한듯싶기도하다. (뇌피셜입니다)

부모의 뜻에 따라, 어른을 만날 때와 같은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면 '존댓말'을 쓰게 된다. 그렇지만 어디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가서, '또래 그룹'을 만나게 되면 당연하게도 '반말'을 쓰게 된다. 가만 보면, 부모의 컨트롤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존댓말'을, 자기 자신이 컨트롤을 시작하는 곳에서는 '반말'을 쓰게 된다. 

아마도 자기 자신이 편한 환경에서 쓰기에 '반말'이 자연스레 각자의 머릿속에 디폴트값으로 설정되지 않나싶다.  게다가 어른 같은 '특정한 상황' 보다, '또래 그룹'과 어울리는 시간이 학창시절에는 훨씬 많기도 하고.

여하간 이러다보니 모두들 '반말'이 당연하게도 디폴트 값이다. 이게 성인이 된 이후에, 그러니까 '또래 그룹'이 아닌 이들을 만날 일이 더 많은 시기에도 '반말'을 디폴트값으로 한 채 살아가게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 내에서도 동기들 사이에서는 '반말'. 새로 만난 후배들에게도 '반말'을 하게 된다.

뭐 사실 딱히 문제는 없지만, 사실 문제가 있기도 하다. 반말에는 평어도 있고, 낮춤말도 있다. 그러니까, 자연스래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반말이 아니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반말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게 스며들어 있다보니, 반말을 하는 이들.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이들에게,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반말이 발동되어서 뭐랄까, 일명 '꼰대질'이 시작되게된다.

이게 사실 존나 웃긴거다. 구어체에 격식적인게 있고 비격식적인게 있는데, 비격식적인게 디폴트값이 되어버리고, 그게 격식적이어야 하는 상황(a.k.a '또래 그룹'을 확실하게 벗어나게 되는 스무살 이후의 '사회'생활)에서조차 스며들어서 격식적이어야 하는 이들에게(후배든 뭐든 다 성인이다. ㅇㅋ?) 비격식적으로 대하게 되다니.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게 더 나아가서 회사에서조차 적용되는 것도 졸라 웃긴거다. 상사가 밑사람들에게 슬슬 반말하는거. 말이 되나? 길에서도, 매장에서도 적용된다. 고객들이 슬슬 반말하는거? 직장선배나 매장선배가 후배에게 슬슬 반말하는거?





누가 정한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인건가?


저런 상황에서는 윗사람->아랫사람에게 발생하는 '반말'이 선행되어야할게 아니라, 서로 '먼 사이'에서 발생하는 존댓말이 선행되어야하는게 당연한거다. 당연하지 않은가? 서로 먼 사이 아니던가? 그러다가 더 친해지면, 그제서야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반말(이럴때는 서로 나이불문하고 반말을 하겠지. 친구가된거니까.)을 하거나 아니면 서로를 높여주는, 아랫사람->윗사람에서 발생하는 '존댓말'이 나와야하는게 당연한거다.

(사실 한국어에서 이 아랫사람, 윗사람 개념이 참 애매모호하긴한데 일단 넘어가자. 나도 이 개념은 참 마음에 안 든다.)


이게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정한 '반말' 디폴트 값이. 이래저래 적용되고, 이래저래 꼰대가 되고, 이래저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게 아닌가싶다.


나는, 음...아니 여기까지 글 쓰고나서 '저는 사실 존댓말이 디폴트값입니다 하핫'하는게 좀 웃기긴한데, 난 존댓말이 디폴트값이다. 항상 그랬던건 아니고 20대 중반부터 그렇게 된것 같다. 아마 대외활동을 많이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그래서 내가 이전의 후배들에게는 첫인사할때만 존댓말. 인사 이후 몇마디 나누고 바로 반말을 했다면, 후반에는 왠만하면 최대한 존댓말하려고했다. 그렇지만 이게 또 모두들 반말하는 상황에서 나만 후배들에게 존댓말하니 뭔가 이상하더라. 그래서 후반부의 후배님들하고는 거의 대화를 안했다. 흑흑 반말vs존댓말 상황에서 말이 안나왔다. 사실 다 주변환경 ㅈ까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하고 존댓말하면서 살았어야하는데 그 때는 그리 용감하지 못했다.

여간 그러다가 졸업 이후에는 확실히 존댓말을 디폴트값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처음만난 이면 무조건 존댓말이고, 많이 만나서 친해지면, 친해서 존댓말이었다. 난 이게 참 좋았다. 존댓말을 하면 어리석은 언행도 적어지게된다. 자연스레, 존댓말 자체가 격식을 표하게 되는걸.

26살? 27살? 이후에 만난 이들에게는 모두~~~ 존댓말을 했다. 내가 학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조차 '~ 해야해요. ~했어요?' 무조건 존댓말이었으니까. 참 좋았다. 물론 어느정도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누구누구야 라고 불렀고, 잘 안친한 학생에게는 누구누구 학생 대신, '친구야~ 이거 해야지~'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음.. 뭐랄까 딱히 짚어서 말하기 힘든데, 존댓말로 살아가는 삶은 참 좋다. 어떤 무의식적인 상황에서도 존댓말이 튀어나오는 내가 참 좋기도하고, 그리고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런 좋은 말들도 나도 모르게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


여튼 그렇다.


존댓말을 디폴트값으로 해서 살아가는 삶.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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