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개발하는게 내 것을 만드는 일이지
흥미와 계발은 별개이다. 꼭 계발이 아니고 개발이어도 괜찮겠다. 여튼, 이 둘은 별개이다.
지금까지 나는 흥미로운게 무척이나 많았다. 이것저것 안 건드린게 없었고, 많은 것들을 탐구하고 흥미로워했으며, 이런 나 자신이 꽤나 괜찮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도태되거나 정체된 사람은 아닌것처럼 보였으니까. 왠만한 툴은 다 조금씩 해보았고, 왠만한 IT용어까지는 따라잡는다. 누가보면 어학전공의 뼛속깊은 인문계열, 사범대 출신이라고는 생각도 못할만큼.
그래서 꽤나 나는 쓸만하다고 느껴졌고, 이 흥미를 유지하면서 계속 모든 것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옳고 좋은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에 흥미를 보인채 산지 거진 2년 다 되어가던 나날중, 오늘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중요한걸 깨달았다.
난 세상에 흥미만 갖고있었지, 스스로에 대한 개발은 없었다.
'아, 흥미로워. 이거 재미있어보여. 이거하면 즐거워. 새로운걸 접하는건 늘 즐거운 일이지'라고 생각하며 그저 내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아 뭐야, 코딩야학이라고? 코딩 요즘에는 무조건 알아야지! 신청! 어 뭐야 페미니즘 도서 꽤나 괜찮은게 나왔다고? 무조건 읽어야지! 구매! 어 뭐야 하줜비됴클래스에 쩌는거 올라왔네! 나도 만들어봐야지! 시청! 어 뭐야 마쉬멜로가 한국에 온다고? 무조건 가야지! 구매!
이게 다 흥미이고, 흥미가 곧 개발이고, 개발이 곧 발전이고, 발전은 곧 도태되지 않음. 즉, 훌륭한 삶을 살고 있음. 이라고 생각했던 나인데, 오늘 다시금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병신같은 오만함이자 거만함이었으며 기준 없는 자존심이었고, 저열한 자존감이었다싶다.
흥미는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 절대로.
흥미는 정말, 흥미 그 자체. 신기하게 여김. 혹은 새롭게 여김. 혹은 관심이 감. 그 정도이지. 흥미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개발하는게 내 것을 만드는 일이지.
내가 진짜 나 자신을 개발하고자 했으면, 흥미를 채우기 전에, 그러니까 내욕구를 급급하게 채우기 전에, 내가 당장 하고 있는 일. 내가 당장 존재하고 있는 곳. 내가 당장 해야만하는 당면한 과제들을 멋지게 해치우는게 먼저였을 것이다.
당장 근무하는 학원에서, 나 정도면 문법 잘 가르치지 ㅋㅋ 생각하지말고, 학생들이 오지고 지리게끔 존나 잘 가르쳐야했던거고. 당장 가고 있는 철용님 사무실에, 가는 날만 되면 새벽같이 가서 밤까지 모든걸 배우고, 만들고, 이야기하고 했어야했다. 힘겨워하고 있는 대학원에서, 힘겨워할게 아니라 하루에 논문 두 편씩이라도 검색해서, 내 논문 결정하기 전에 관련 논문 백 편은 읽어봤어야했다.
이렇게 하고도, 코딩에 대한, 책에 대한, 툴에 대한,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한 흥미가 남아있다면, 그때부터는 그 흥미들이 흥미가 아닌, 개발의 일환으로 들어왔겠지.
코딩이라고? 목표는 내 포폴사이트 개설이다. 조지고.
요즘 신간 도서들이라고? 목표는 책을 소화해서 내가 해설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거다. 조지고.
에펙이라고? 목표는 조회수 삼천 찍을 수 있는 멋드러진 에펙영상 15초짜리다. 조지고.
이런식으로 했어야했다.
흥미는 나 자신을 덧 씌우는 것. 개발은 나 자신을 채우는 것.
꽤나 잘 채워진 나 자신에, 흥미를 씌운다면, 마치 멋지게 운동한 몸에 멋진 옷을 입은 것 같을 것이고.
텅빈 나 자신에, 흥미로 덮어버린다면, 골골대는 몸에 이래저래 옷으로 나 자신을 둘러대는 거겠지.
나 자신을 먼저 채우자.
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