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감사감사감사우왕우왕우왕나는애기구낭...이었다.
음 2017을 되돌아 보았다. 인스타그램 보니까 내가 한 것들. 내 생각이 쭉 되짚어져서 좋더라.
외부적인 행위 관련해서는
네 개의 반지를 맞췄고(내 반지는 내 토템과 같다), 네 개의 페스티벌을 뛰었고(월디페, UMF, 하이네켄, 월드클럽돔), 두 개의 콘을 갔으며(원밀리언댄스쇼케이스, 서태지콘), 두 개의 전시를 갔으며(서울일러페어, DDP LV전시), 두 개의 행사에 참여했고(TEDxSeoul, 아웃스탠딩생산성), 한 개의 학회에서 스태프로 일했고(한국영어학회), 한 개의 스타트업에서 잠깐 일을 했다(시누스)
개인적인 일반적 경험에 대해서는
콬TV와 72초TV를 섭렵했으며, 쿠로이센 온천마을, 그러니까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으며, 드라이플라워를 자주 샀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혹은 홀로 의미있는 장소들을 곳곳 갔으며(학림다방, 프릳츠커피컴퍼니, 대전 앤트러사이트,인천 송도), 데상트 신발에 빠졌고, 난생 처음 글 쓰기로 돈을 받아보았고, 글로 프로젝트 제안도 받아봤으며(역량이 안되어서 못했지만)... 꿈꾸던 XDJ_RX 디제잉 기계를 사봤고, LG 4K모니터도 사봤고, 멋진 스피커와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봤고, 아이폰7+를 만났다. 아 그리고 예비군이 끝났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깊게 남은 경험으로는
정장입고 나만의 화보를 찍어봤고(사실 더 꿈꾸던 컨셉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옷 구하기 그렇게 힘들줄은 몰랐다), 브런치에서 글이 두 번 터졌고(스물아홉 단상과 대학원 이야기. 책벌레에서 공유해준 덕분이지만), 9월에 이사를 했고, 내가 원하는만큼의 인테리어를 했으며, 에어비앤비를 처음 이용해서 호스트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12월에 좋아하는 친구들 계속 초대해서 계속 집들이를 했고, 나랑 앞으로수십년을 같이할 고양이 가을이를 만났고, 내 생각에 대해서 처음만난 이들에게 박수를 받아봤다.
개인적으로 알게된 것들은
책을 만들줄 알게 되었고, 리플렛도 만들어봤으며, 어도비 제품군을 초보수준이지만 어느정도 다룰줄 알게 되었다. 협의하며 일하는 것에 어느정도 감응을 한 것 같기도하고, 궁금한건 물어볼 줄 알게 되었고, 화를 내야할 일에 대해서는 화를 낼 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잘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들은
코딩야학을 1기,2기나 지원했음에도 첫 발자국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학원 논문 제안을 개떡같이 했으며, 세워두었던 공부계획(독일어. 고급영어단어)은 한참 어그러졌으며, 뀨니의 테이블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던 것. 글을 좀 더 세련되게 쓰지 못한 것.
그리고 올 한해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스러운 것들은
조금만 더 용기를 냈으면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인연들을 흘려보낸 것이며, 그 때 그 사람하고 이야기할 때 좀 더 웃을걸, 좀 더 슬퍼할걸, 좀 더 진실될걸, 좀 더 솔직할걸. 그 때 그 사람을 도와줄걸. 나오라는 전화통화에 그냥 응 하고 나갈걸. 그 때 하드스테이지 옆에서 놀던 사람에게 같이 놀자고 말해볼걸. 괜히 혼자 진지빨아서 상대방을 머쓱하게만들었는데 그러지말걸. 그 사람에게 안부를 좀 더 자주 물을걸. 친구들을 보러 대전을 좀 더 자주 갈걸. 고마우면 고맙다고 좀 더 말 할걸. 조금 더 일찍 나갈걸. 그 때 조금 더 집중할걸. 그 때 좀더 밝은 톤으로 말할걸. 그 때 괜히 그 사람에게 짜증부리지 말걸.
음,
올 한 해 감사한일들은.
내 생일 챙겨준 사람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고맙고, 우리집에 놀러와준 사람들도 너무나도 고맙고 사랑스럽고, 나랑 만나준 이들, 내 이야기를 들어준 이들,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준 이들, 내 살믈 배려해준 이들,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 농담 한마디 주고받으며 웃으며 살아가는 경험을 선사해준 이들, 배려하는 말하기를 해준 점원분들, 택시 기사님, 버스 기사님, 경찰분들, 항상 듣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이름모를 ARS콜센터 직원분들. 열정으로 날 감화시켜버렸던 알밤ARS콜 받으신 분, 코리버 출판 직원분들, 내가 가면 항상 인사해주시는 스타벅스 한티역점 훈남직원분과 훈녀직원분. 열정적이었고 인간적이었던 예비군 교관분들, 고생한다고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학부모님들, 항상 날 챙겨주고 배려해주시고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시고 내가 많은걸 하게끔 해주는 짱짱맨 우리 선생님, 나이많은 나랑 잘 놀아주고 잘 챙겨주는 능력많고 훌륭한 우리 조교님들. 언제나 항상 짱짱맨이시고 멋진 우리 교수님. 진짜 멋지고 훌륭한 분들로 점철된 우리 대학원 선생님들. 항상 나에게 좋은 책을 보내주시는 도시여행자 형님누나. 그리고 나랑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항상 멋진 글과 사진과 영상으로 내가 좀 더 아름다운걸 볼 수 있게해주고, 좀 더 멋진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페친님들, 인친님들. 여러 페이지 운영자분들, 여러 프로젝트 팀원분들. 좋튀로밖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수밖에 없어서 슬프지만 가끔 용기를 내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기도했따. 음. 그리고 올 한해 나를 좀 더 정련된 인간으로 만들어준 브런치.를 포함한 많은 어플들. 그리고 그 어플들 만들어준 사람들. 항상 업데이트해줘서 너무 고마운 사람들. 아 너무너무 많다. 감사한 분들이 수천명은 되기도하고 이름을 모르기도해서 이만 패스. 아 그리고 올 해 새로 만난 사람들 너무 반갑고 고맙고 사ㄹ
마지막으로 올 한해 가장 만족스러운, 내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은
그냥 내가 나를 좀 더 알게 되었다는 것.
음...
다 적어놓고 보니 생각나는게, 내가 한 경험이나 행위나 생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그러니까, 중요하긴 하지만 실제적으로, 외부로, 현실세계로 발현되는 것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발현과정에서 내가 잘하지못해서 후회스러운 것들을 보면, 뭐... 그 때 좀 더 비싼 호텔로 갈걸, 좀 더 좋은걸로 살걸, 좀 더 싼걸로 살걸, 좀 더 멀리 갈걸, 이런게 아니라... 모두 사람에 관련된거고 나 자신의 행동에 관련된거다. 나는 지금껏 행동보다는 생각이, 행위보다는 철학과 사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생각과 철학과 사상은 당연히 녹아있어야하는거고, 그게 발현되는 행위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어떤 사상이든 어떤 철학을 갖고있든, 그냥 그 때 그 자리에서 그 사람 앞에서 한 번만 더 웃었어야 했고. 좀 더 밝은 톤으로 이야기 했어야했고.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했고. 그 때 그 사람에게 당신의 이러한 점 정말 멋있어요라고 말했어야했고. 그 게시글에 이러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어야했다.
발현되는 행위가 참 중요하다. 말과 행동이 참 중요하다. 내년에는 저 '가장 후회스러운 것들'과 '가장 만족스러운 것들'의 하위항목 갯수가 뒤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 '감사함' 항목은 지구끝까지 글을 쓸 수 있을만큼 더 많은 일들을 감사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감사함을 혼자 알지 말고 상대방에게 바로바로 말해야지. 바로바로 행동해야지.
생각만 하지말고 말을 해야겠다. 말만 하지말고 행동을 해야겠다.
맞는 말이다.
세상을 바꾸고싶으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걸 떠나, 일어나서 이불부터 개야한다.
아, 그리고 이제 서른 살 되는 거 축하한다 찬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