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업은 분리가 아닌 카테고라이징의 차이일뿐.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상당히 피로도가 심했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2010년도 초반.. 언제인지모르지만 내 성격으로 보아 인스타가 한국에 오픈하고 3개월 이내에 인스타를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핸드폰 번호 등록된 이들과 페이스북 친구들로, 정말 실제 내 친구들로 꾸려진 인스타그램으로 시작했었다.(당시 연동이 자연스럽게 되었나는 기억이 안나지만, 어찌되었든 내 팔로워들은 다 내 실제 친구들이었고, 내 팔로우 또한 실제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살다보니, 내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가 인스타를 하고 있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인스타를 하고, 또 이와는 별개로 여러가지 훌륭한 인사이트를 뿜어낸다거나, 멋진 사진을 찍는 이들이 인스타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나 둘 씩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정말 다양했다. 다양한 업을 하는 이들이 인스타그램에 살고 있었고,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새로운 세상들이 인스타그램 속에 펼쳐져 있었다. 정말 너무 멋진 사람들에게 반해서, 아주 가끔가다가 '너무 멋져요!!!! 당신의 이러이러한 점이 너무 멋있고 이러이러한 점에 대한 저러저러한 생각이 너무 좋아요!!!' 이런 뉘앙스의 댓글을 달면서 그들을 응원하기도 했고, 때로는 리플라이를 받으면서 너무나도 행복해했었다.
아마도 이게 인플루언서의 시초였으리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다들 나와 같은 마음으로 팔로우를 하고, 서로간에 소통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그러니까 소위 '바이럴'이라는게 뜨기 시작하면서, 아니지, 자본의 눈에 '바이럴'이 포착되면서부터 인스타그램은 달라졌고, 인플루언서들과 팔로워들간의 관계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들은 더 많은 광고를 위해 그에 적합하게 피드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간혹 조금 과하게 선정적으로 가거나 과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하는 경향이 생겼다. 팔로워들은 순수하게 응원하고 지켜보던 입장에서 조금 벗어나, 팔로워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었고, 간혹 어떤 미친자들은 그걸로 실제적으로 '해'를 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인플루언서들이 과하게 선정적으로 가거나 과하게 커뮤니케이션하거나 하는건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본인의 능력으로 전략을 세워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고 아무 문제 없다. 물론 조금 더 복잡하게 연계해서 이상한 물품을 판다거나, 성을 파는 뉘앙스를 취하다거나, 이슈에 부합해 스탠스를 이리저리 바꾼다거나 하는건 도덕적 비판의 대상 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플루언서가 influence(영향을 끼치다)하고 있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 되려 분별 못하는 팔로워들이 문제인 경우가 대다수)
여튼 이렇게 인플루언서-팔로워간의 관계가 변하고, 그러니까 서로가 조금 더 힘들어진 상황이 되면서 마케터들도 분주해졌다. 이리저리 팔로우업 해야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났고, 이들의 피드나 평판을 매일같이 체크해야 본인이 일하고 있는 or 맡고 있는 브랜드나 기업에 해가 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바이럴'이라는 것의 변화와 더불어, 다른 분야에서 출발한(아니 어쩌면 같은 맥락이겠지만서도)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인스타에도 꽂히면서, 사람들은 이제 그냥 '신기한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인플루언서로 인식하고 팔로우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또는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결이 맞는 사람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참조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있었던 데이터블 이종대 대표님의 인플루언서 강의( 요약본: https://bit.ly/2Ofzz7o )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란느건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스타벅스를 즐기는 이가 있을지라도, 스타벅스 매장이 꽉 찼을 경우 어떻게든 기다려서 스벅 매장에서 스벅 경험을 즐기는 이가 있는 반면, 차선책으로 할리스커피 더 커피 클럽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차선책이 아니 본인의 베스트옵 션 두 개(스타벅스, 파스쿠찌)중에서 다른 안인 파스쿠찌를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인생. 그 사람의 인생이 걸어온 취향 및 취미, 그리고 다양한 사건과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생각과 철학 등이 모두 믹스해서 녹아들어간게 '라이프 스타일'이기에,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의 결이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는다는건 매우 복잡하고 힘든일이었다.
물론 이제 이쯤와서(2017년 이후)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인스타에 익숙해져있는 상태였고, 이미 어느정도 피드가 본인에게 최적화된 상태였어서, 인스타 + 다양한 여러 채널을 통해서 자신과 결이 맞는 인플루언서들을 찾아 팔로우업하는건 나름 쉬운 일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자신과 맞는 것을 팔로우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케터들은, 이 모든걸 좇기 위해, 정신없이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을 팔로우업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결을 어루만져주는 인플루언서들을 찾는 것도 힘든데, 마케터들은 기업의 예산이나 이윤까지 고려해서 인플루언서의 사이즈도 고려해야만 했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위에서 말한 마케터가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 나는 사실 마케터 업무로 인플루언서들을 찾기 시작한게 아니라, 그냥 너무나도 멋진사람들을 팔로우업하고 싶었을 뿐이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어! 딱 이러한 각이 나오는 사람이면 몇 개월 안에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구나!'를 느끼게 되면서, 소위 말해 인플루언서'각'이 나오는 사람들을 팔로우업하고 좋아하다보니(아마 인스타그램 초기 시절의 그 때 그 마음으로 했던 듯하다)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내 인스타에는 친구의 소식들은 없어지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모르는 세상 이야기만 잔뜩 펼쳐지고 있었다.
초기에 인스타를 시작했던 내 현실친구들은 이미 인스타를 각종 이유로 떠난지 오래고, 인스타에 남아있는 내 인스타 친구들이라고는, 초기 때부터 어찌어찌 서로 알게되어서 좋아요 누르고 다녔던 100여명도 안되는, 서로간에 몇년씩이나 삶을 지켜봐온 그런 친구들만 남아있었다.(사실 단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마음 속 깊이 친구라고 느끼고 있다(나는). 이들이 아마 내 어떤 현실 친구보다 내 취향과 생각을 잘 알수도 있다...라고 생각한다)
여튼 이러한 연유로 인스타그램이 너무 피로해졌고, 이러다가 결정을 내렸다.
마케터용 계정을 따로 파서, 인플루언서들 팔로우를 시작했다.
따로 마케터용 계정으로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기준은, [카테고리 B; 2k-10k] 2천에서 만 명 이상의 팔로우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 이하의 팔로우를 가진 사람들은 내 본계으로 팔로우. 만명이상은 당연히 마케터용 계정!) 2천에서 만명이면 꽤나 기준이 애매모한데, 사실 내가 심적으로 가까움을 느끼고, 정말 내가 마케터적 관점이나 생각 없이, 순수하게 이들의 삶을 동경하고 응원하고 보고싶다. 라고 생각이 이어지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팔로우 수를 보면 대부분이 2천 이하였다.
뭐랄까, [카테고리 A; under 2k]정말 이 사람들은... 내가 초기에 인스타 시작했던 때처럼, 새로운 세상을 가볍게 팍팍 보여줄뿐더러 삶의 결 또한 나와 비슷해, 내가 정말 계속해서 보고싶은사람들이라고 해야하나? 신기하게도 이런 이들의 팔로워 수는 2천 이하다. 이들에 대한 특징은 기회가 되면 다시 말하겠다.
간혹 보면 5천명, 만명임에도 불구하고 심적 거리감이 전혀멀어지지 않을뿐더러,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담아내서 보여주는 이들이 있는데, 이러한 이들은 사실 마케터 계정으로 넘어가야하지만 내가 붙잡고 넘기지 않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을 가만 보면,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온전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팔로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다(카테고리A 사람들은 원활하지 않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뭐랄까... 물리적으로 생각해도 2k 이하는 어떻게든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데, 그 이상은 조금 힘들어지리라 생각한다. 근데 그 이상의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이들 [카테고리B; 2k-10k]의 팔로워(그러니까 내가 마케터 계정으로 넘겨야하는데 이들을 보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본계정으로 계속 보는 이들!)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을 보니 몇가지 특징이 나왔다.
1. 자신의 피드에 올라오는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항상 일정하다. 정확히 말해 최상위 키워드가 늘 유지되고, 그 밑 키워드가 바뀌면서 글이 올라온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직업적인 면모로 [필라테스]를 보여주기도 하고, 바다에놀러가서 [수영]하는 것을 보여주기도하고, [건강음식]을 이야기하거나, 친구들과 다 같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한다. [비키니] 입은 모습이 종종 보이기도한다. 그리고 주로 [운동복]이 자주 바뀌면서 해당 옷을 언급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사람의 최상위 키워드는 [건강]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여러 기획안들을 잘 분리해서 관련된 키워들을 다잡아서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아마 운동복쪽으로는 광고협찬을 받고있는 것 같기도하다. 피드 구성을 보면 운동복이 3~40% 비율로 올라오는 듯 하다.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들도 올리되, 분명하게 하나의 최상위 키워드 내에서 유지되고 있다.
꼭 최상위 키워드가 어떠한 일반적인 명사일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은 최상위 키워드가 [비타민]인데, 이 사람의 피드를 보면 정말 비타민 그 자체이다. 놀든, 술을 마시든, 일을 하든, 옷 광고를 하든, 애인과 데이트를 하든, 어디에서든지 [비타민]이 느껴진다.
2. 사진을 올릴 때 같이 쓰는 글의 주체가 확실히 자기 자신이다.
가끔 보면 엄청난 팔로우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이런식으로 글을 시작하는 등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걸 '확실하게' 전제하고 콘텐츠를 올리는 분들이 있는데, 글쎄. 나는 효과가 좋지 않다고 본다. 이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내가 파악하고 있는 카테고리B의 분들은 멘트가 다 확실히 주체적이고 주도적이다. 한 문장으로 쓰는 이들도 있고, 수십 문장으로 쓰는 이도 있지만, 분명 다 자신의 생각이 반영되어있고,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결단력 있는 문장들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문장에 반응한다.
3. 종종 라이브 방송을 키는데, 주제가 확실히 있다.
모든 이들이 라이브 방송을 키는건 아니지만, 여튼 켜져있을 때를 보면, 방송의 주제나 이유가 분명히 있다. 간혹 보면 댓글 창 올라오는것만 보고 그걸로 이야기 나누려고만 하는 분이 있던데, 글쎄. 그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고 그냥 Q&A시간이 아닌가싶다.
방송의 주제가 오늘했던 운동이든, 날씨든 혹은 근래에 봤던 영화든. 뭔가 확실하게 있으면(신기하게도 라이브 방송은, 기존에 그 인플루언서가 올리던 콘텐츠와는 색깔이 다른 주제일수록 인기가 좋은 듯 하다. 이벤트성이라고해야할까? 주구장창 패션 이야기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영화나 자신이 보는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확 온다. 역시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좀 다른 의미의 알고있음이지만 ^^;)의 다른 면모를 보는건 어디서든 재미있고 흥미로운거구나싶다) 사람들이 그 라이브 방송에 확확 반응을 한다.
참고로 주제가 있다는거지 컨셉이 있다는게 아니다. 컨셉만 있으면 그저 컨셉만 잡다가 뭣도 없이 끝난다. 실제로 발화할 수 있는, tangible한 주제가 중요하다.
* 첨언하자면 나는 이 카테고리B에 속하는 분들이 진짜 마케터가 주목해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결만 잘 맞는다면, 서로의 시너지 효과가 정말 엄청날거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가 [카테고리B; 2k-10k] 인플루언서들의 특징이고, [카테고리A; under 2k] 인플루언서분들은...사실 위의 세 특징은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다만 이 분들은 그저 influence하고싶지 않아서 더 이상 영향력을 키우지 않고 여러가지로 억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2k이하로 유지하고 싶은 인플루언서분들을 보면 게시글에 넣는 해시태그 수가 확실히 줄고,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확실히 준다. 내가 볼 때 이 분들은 인플루언서가 되고싶었던게 아니라, 그냥 살았을 뿐인데, 그 삶이 너무나도 멋있어서 인기가 팡팡 떠올랐다고 봐야하는 분들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또 그렇다고 해서 카테고리B에 있는 분들이 인기 뜨려고 뭔가를했다!! 라는것 또한 절대 아니다. 오독하지말자!)
사실 2k이하의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분들은 인플루언서라기보다는 일반인이다. 그래서 그냥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싶다. 그저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분들! 늘 응원한다.
글이 좀 많이 길어졌는데, 하고싶은 말은 이거였다. 카테고리B의 분들을 내 삶에서 덜어냄으로써 나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카테고리A의 분들을 다시금 쫓으면서(피드에 이 분들이 더 자주 뜨게되어서 너무 기쁘다!!) 다시금 열심히 살아볼련다.라고.
일상과 업의 분리는 따로 하거나 해야만하는게 아니었다. 그저 카테고라이징이 필요했을 뿐.
이제 내 본계정의 팔로우가 1,200정도고, 마케터 계정에 170정도 되었는데, 시간 날때마다 계속 옮길 생각이다. 본계정 팔로우를 600정도로까지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다 보지도 못하는 1,200명의 삶보다는, 제대로 볼 수 있는 6,00명의 삶이 더 궁금하다!
* 다만 마케터 계정으로 옮기는 이들에게, 뭐랄까 그들을 인간대 인간이 아닌 그저 수단으로만 대하는 것 같아서 너무 죄송스럽고 자괴감이 든다. 이 부분은 참... 아직도 고민중이다. 온라인을 통해 대다수의 사람과 이어질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만 하는가? 다음에 글로 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