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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 김윤경 옮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철학과 미학을 전공하고 콘페이헤리 컨설팅 그룹의 임원 자리에 오른다. 경영학이나 MBA 코스를 밟지 않은 그는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다른 컨설턴트들과 다른 해안들을 제시했다. 비즈니스 필드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쓴 철학 소개서이기에 이 책은 우선 그렇게 어렵지 않고 과하게 연대기적인 구성을 따르지도 않았으며 그리고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끔 실제로 비즈니스 필드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과 여기에 맞물리는 철학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50가지의 꼭지로 구성된 본서에서 가장 임팩트 있게 다가온 부분은 저자가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을 '인생을 예술 작품으로 대한다면'이라는 주제로 풀이한 부분이었다. 미술 분야에서 일하는 나에게 철학은 미술을 시각적인 형상을 넘어 동시대적인 문맥에서 해석하고 작품 속에 함의된 의미를 찾게 해주는 항구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해준다. 특별히 개인행동의 사회적인 실천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개념인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은 지금 현시점을 살아가는 아티스트들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저항적인 메시지를 작품 속에 담아낼 때 이를 해석하기 좋은 인용구이기도 하다. 사르트르는 1905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980년에 영면하기 전까지 그는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겪으며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세계  2차 대전을 경험하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경험한 그는 어쩌면 인간의 본질보다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했을 거다. 


이 책의 저자인 야마구치 슈는 사르트르의 앙가주망 개념이 가진 참여적인 특성에 근거해 현대인에게는 두 가지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무엇을 할까?'와 두 번째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첫 번째 권리인 '무엇을 할까?' 질문은 좀 더 친숙하다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음에 무엇을 할까? 어디를 갈까? 뭘 먹을까?' 등 실행할 행동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서치를 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해서는 검색과 공유 및 후기 작성까지 일사천리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권리인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 좀 더 실행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근거해 해석해 볼 때, '무엇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대인은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명상이라는 단계에 들어가서 자신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대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비움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정신적으로 더 많은 노력이 든다. 


현대인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사르트르가 생존했던 시기로 돌아가 두 번째 권리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에 대해 생각했을 때 이는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인생에 있어 우발적인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 예로 전쟁을 들었다. 사르트르는 우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외부에서 닥쳐온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사르트르는 전쟁은 '나의'전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반전운동에 몸을 던지거나 병역을 거부하고 도망칠 수도 있고 자살을 함으로써 전쟁에 항의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대의명분 및 주변 시선을 의식해 전쟁에 참가하는 것은 결국에 전쟁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보통 인간은 외부의 현실과 자신을 별개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를 부정했다. 그는 외부의 현실도 인간이 생존의 토대로 삼고 사는 바운더리이기에 결국 나의 일부이고 나 또한 외부 현실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결국 현실과 나의 실존은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르트르의 주장에 따르면 현실과 그 기반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더욱더 자신의 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르트르는  제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앙가주망하는 실천하는 지성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전쟁이라는 집단적 폭력 앞에서 자연스럽게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다시 말하면 시류에 휩쓸려 참여하는 측과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측, '행위를 전제로 한 참여'말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이 있는 한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고, 이에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1980년 75세의 나이로 영면하기 전까지 그의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살았다. 현실에서의 실천을 중요시한 사르트르는 사상계의 제임스 딘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지금도 현실을 살아가는 동시대 아티스트들은 저항적인 메시지를 담은 수많은 작품을 제작한다. 음악의 분야에서, 미술의 분야에서, 연극의 분야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예찬하는 아티스트는 많지 않다. 대부분 현실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다방면에서 사고하고 이를 자신만의 예술적인 언어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창조해낸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은 사르트르가 제창한 앙가주망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워리어'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티스트가 '워리어'일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은 '워리어'로서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을 창작물로 재해석하여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세상은 아주 더디게 변하지만 아티스트들의 울림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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