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래의 남자 Feb 26. 2023

梁慶記食品 in 마카오

먹는자의 기억법 #10

오랜 연식에서 기대되는 맛과 걱정스런 위생,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결국 발길을 들여놓게 만드는 곳을 흔히 우리는 노포라 부른다.

마카오는 분명 카지노를 위한 카지노의 의한 카지노의 도시지만, 그 화려함의 이면엔 후미진 뒷골목이 존재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음식 또한 없지 않을 터.

이곳의 완탕면은 그 같은 정체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유의 얇고 질깃한 면발은, 곧 사라질 것만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서 있는 마카오 뒷골목의 가늘고 긴 생명력을 증명한다.

오래 삶아 부드럽되 본질적인 텐션을 잃지 않은 대창과 입 안에서 매끄럽게 헤엄치는 교자의 얇은 피는 마치 영화 와호장룡의 결투 씬을 떠오르게 만든다. 흡입을 멈추기 어려운 이 뜨거운 국물은 그 결투를 빛내주는 훌륭한 대나무숲과도 같다.


작가의 이전글 Verde Minho in 리스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