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자의 기억법 #11
어떤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특히 대표성이 강한 곳에선 대체로 원조 내지는 연식을 앞세워 입맛 권력을 쥔 소수의 음식점이 존재한다. 다른 후발주자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탓에 가격이나 부대 서비스 등으로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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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성과 인접한 홍콩은 딤섬의 본고장이자 동시에 각축장이다. 팀호완이나 딤딤섬 같은 메가브랜드들은 홍콩에서도 목이 좋은 곳에 떵떵거리며 자리 잡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분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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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가끔은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일본에 가면 이치란라멘 대신 동네 허름한 라멘집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 경마장에서 전적이 화려한 녀석 대신 다크호스에 불쑥 베팅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잖은가.
홍콩 MTR 태자(太子, Prince Edward)역 인근의 원딤섬이 대략 그런 곳이다. 분위기가 대단히 훌륭하진 않지만, 홍콩 로컬 아주머니들이 무심하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툭툭 내주는 손길이 어딘가 푸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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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시간에 혼자 딤섬을 네 접시나 먹는지, 중국어는 왜 배웠는지 같은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받으면서 지방 어느 군 내지는 읍 단위의 식당에 앉아있는 착각마저 들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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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또한 일정한 경지 이상 오르게 되면 의미가 제로에 수렴하는 딤섬의 태생적인 특성상 다른 곳들과의 드라마틱한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공덕동 족발 골목이나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서도 자신만의 맛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