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자의 기억법 #12
몇 년 전 작고한 부친은 내가 어렸을 적에 돼지갈비집을 자주 데려가곤 했다. 그리 부담되지 않는 가격과 당신이 선호하는 술안주인 동시에, 부드럽고 살며시 달큼한 특유의 맛에 중독된 아들놈 때문이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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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사람은 아는 게 많아야 하는 법이라며 부친은 고기 한 점을 걸고 내게 갖가지 퀴즈를 던지곤 했다. 역사적 사건의 연도나 어떤 외딴 나라의 수도 같은 그저 그런 문제들이었지만 매번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정답을 맞힌 뒤의 보상은 참 달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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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의 둘째 날. 간단히 아침을 먹으러 점찍어둔 곳을 도통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맸는데, 지도를 대충 훑은 뒤 감으로 찾아가는 습관이 초래한 패착이었다.
그렇게 30여분을 허비한 끝에 결국 찾아낸 결과로 받은 보상은 뜻하지 않은 익숙함이었다. 인디카 품종 쌀로 만든 밥과 그 위에 대충 얹혀진 돼지갈비 구이 몇 점, 그리고 써니사이드업 계란. 단맛이 너무 심해 성인이 된 이후로는 돼지갈비를 기피했지만 이곳의 그것은 분명 그 옛날 신림동 어딘가에서 먹던 맛과 퍽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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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맛을 홍콩 어느 뒷골목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는 퀴즈를 몸으로 푸는 40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