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자의 기억법 #17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여행자에게 늘 뒤따르는 숙명이자 딜레마가 있다. 높은 구글 평점의 번화가 맛집을 위해 수많은 관광객과 웨이팅의 압박을 견뎌낼 것인가, 그저 직감과 운을 믿고 외딴 동네의 허름한 가게에 도박을 걸어볼 것인가.
시내 중심가에서 한참 멀리 가네가후치에 자리한 이곳은 후자의 경우로 다다른 결과다. 상대적으로 긴 여행 기간이 주는 여유로움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일지도.
야외 전철역 출구 바로 앞 가게에 퇴근길 직장인들이 줄지어 무언가를 포장해가는 모습에 홀연히 이끌려 다가갔다. 몇 되지 않는 자리는 신기하게도 듬성듬성 비어있었고.
그렇게 물고기(魚)에 진심(真)인 이름에 걸맞게 걸출한 해산물을 내세우는 선술집을 만났다. 그날 공수한 것들 중에서 랜덤으로 내주는 회 한 접시에 참치머리 구이 하나 추가해서 천엔짜리 두 장이라니.
술은 술을 부르고 나마비루에서 니혼슈를 거쳐 쇼츄까지 찍고서야 숙소에서 상당히 멀리 와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만족감 한 잔 그리고 아쉬움 한 접시를 남겨놓고 자리를 떴다.
4 Chome-1-12 Sumida, Sumida City, Tokyo 131-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