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자의 기억법 #3
어린 시절 농구에 빠져 살 적엔 형들이 선보이는 더블 클러치가 그렇게나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레이업 슛을 하는 것처럼 점프를 뛰는가 싶더니, 이내 긴 체공 시간을 이용해 페이크를 걸고 재차 슛을 날리는 그 모습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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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돈코츠 라멘이 딱 그랬다. 염도가 높지 않은 고밀도의 국물이 혀를 순식간에 감싸며 미뢰를 하나 하나 자극한다. 분명 타격감의 일종인데 그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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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느낌에 놀라 미각에 신경을 집중하니 이번엔 고순도의 돼지육향이 순식간에 비강을 타고 올라온다. 무진기행에서 밤사이 진주해 온 군대 같다던 안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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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밤낮을 굶은 것도 아닌데, 무균실에서 증류수만 마시다 나온 것도 아닌데 일순간 이렇게 뚜렷하게 각인되는 맛과 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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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타협 없는’ 맛의 음식을 내놓는 가게다. 동시에 그럼에도 쉽사리 취향을 탈 것 같지 않다는 알 수 없는 예감이 드는 이유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