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영화관 첫 개장

육아에세이 29편

by forcalmness

아이와 이번주말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집 영화관의 첫 개장이었다. 처음 아이에게 직접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인사이드아웃2를 보고 와선 1편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주말에 집에서 인사이드아웃1 한글더빙판을 같이 보기로 했다. 물론 아이의 추가 주문, "카라멜팝콘도 준비해주세요."도 충실히 머리에 입력해서.



그동안은 아이의 집중력을 생각하면 아직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얌전히 관람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만화들의 영화판 포스터를 보면서도 '아직은 일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서 영화를 보여주는 건 대처 범위 내에 있으니 일단 해보자 싶었다. 직접 원한다고 말하는 건 대부분 아이가 잘해왔기에.



주말 점심을 먹고 나서 조금 쉬다가 신랑이 아이를 데리고 티비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 영화를 틀어주었다. 난 거실에서 하던 일을 하다가 나중에 팝콘을 챙겨 들고 뒤이어 들어갔다. 사실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와서 안심하며 뒤늦게 합류했다. 안방 구조상 침대에 앉아 티비를 보게 되어 있는데, 아이는 침대 위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방방 뛰다가 다시 앉아서 영화 인사이드아웃1에 등장하는 감정 주인공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기쁨이, 슬픔이, 까칠이, 버럭이 소심이야. 2편에는 보람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나와. 보람이는 너무 귀여워. 고양이보다 더 귀여워."



들고 들어간 팝콘통을 셋이 하나씩 들고 먹으며 같이 영화를 봤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몇몇 대사엔 아이가 깔깔거리며 따라하고, 우리가 웃는 장면들엔 따라 웃었다. 영화를 보다 팝콘을 먹고, 침대에서 점프를 하며 놀다가 웃긴 대사를 따라하고, 그러다 우리 품에 안겼다가 다시 영화를 보며 웃었다. 그러다보니 한시간반 남짓의 영화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끝이 났다.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본 첫 경험이 꽤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아이와는 영화관에서처럼 꼭 집중해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대화하고 재밌는 대사에 함께 웃으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중요할 뿐. 어떤 줄거리와 의미를 아이가 다 캐치하는 게 아닐지라도 그안에서 아이도 무언가를 건저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영화관에 직접 가서 소리없이 영화를 봐야한다는 내 고정관념이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머지않은 시간 뒤엔 아이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일을 꿈꾸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집 영화관을 개장해서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으로 충분하다. 곧 두번째 집 영화관이 다시 열릴 듯하다. 또 다시 같이 웃고 포옹하다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고대하며. 첫 집 영화관 개장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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