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반캔의 낙

일상에세이 42편

by forcalmness

맥주를 사랑한다. 육아의 고단함을 맥주 한캔, 신랑과 나누어 먹는 걸로 버텼다. 어찌나 매일 저녁마다 딱 그 맥주 한잔이 그리워지는 건지. 저녁 시간에만 걸리는 마법 같았다. 특히 여름엔 김, 김밥, 라면 등 모든 것과 맥주는 어울린다고 외치며 맥주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매일밤 가장 힘겨웠던 삼사년의 육아시간을 버틴 것 같다.



겨울이기도 하고, 요즘 육아의 고단 그래프가 꽤나 저점이라 맥주생각 자체가 많이 가라앉았지만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맥주 한캔을 마신다. 한캔을 신랑을 반캔씩 나누어 마시니 양 자체는 적다. 내가 방점을 두는 건 맥주 한잔의 목넘김과 안주의 콜라보에 가깝다. 맥주의 안주로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으로 향한다. 대체로 저녁 대신이니까 저녁 요기도 될만한 안주를 택하는 게 불문율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안주는 피자. 피맥은 간단하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최상의 안주다. 점심을 잘 챙겨먹는다면 내 경우엔 피맥만 먹는 일주일 저녁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다. 따뜻하게 늘어나는 치즈를 입 안에 베어문 뒤, 찬 맥주 한모금을 부어주면 환상의 맛이 입안에서 맴돈다. 아이가 피자를 좋아해서 다행히 집 냉동실에 피자가 상비되어 있으니, 언제든 해볼만한 도전이다.



피자만큼은 아니지만 간편함에서는 비슷한 맥주 안주엔 김밥, 라면, 떡볶이 정도가 있다. 김밥은 집김밥 말고 한줄을 김밥집에서 사오는 게 좋다. 좋아하는 김밥종류로. 든든한 저녁요기도 되어서 약간의 죄책감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리고 생각보다 밥과 맥주가 어울린다. 라면은 말해 뭐하랴. 콩나물 가득 넣은 라면에 맥주 한잔도 최상의 조합이다. 누구는 소주안주가 아니냐 하지만 그건 주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 체력이 급하강한 40대엔 소주를 성급히 붓는 게 아니다. 지금 보니 라면, 피자, 떡볶이 등 모두 매콤함 혹은 기름기가 깔린 메뉴가 맥주와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다 요즘 새로 찾은 안주로 길거리토스트가 급부상했다. 양배추, 당근을 채썰어 계란을 풀고 계란물을 구워서 토스트 빵 사이에 끼우고, 치즈 한장 올린 뒤 허니머스타드와 케첩을 뿌려주면 된다. 그러면 좋은 재료가 가득한 영양가 있는 안주가 탄생한다. 양배추로 속도 달래주고 계란으로 속이 든든해진다. 새로 시도해보는 요리들은 한번씩 맥주안주로 어울릴까, 맥주와의 조합을 머릿속에서 상상해본다. 맥주러버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에 해먹은 닭곰탕을 보더니 신랑이 닭죽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어왔다. 한번 찾아봐야겠다고 대답했는데. 내겐 그 다음 든 생각은 맥주안주로 닭죽도 가능하지 않을까였다는 건 숨기지 않겠다.



육아의 고단함이 일주일 두번의 저녁, 맥주 반캔의 습관을 내게 하사했다. 이제 이 시간은 내게 인생의 낙이다. 우리만을 위한 맥주 안주상이 푸짐해지고 다양해지는 상상을 가끔 한다. 그때그때 즉석에서 생각나는 요리를 직접 해먹을 수 있다면, 나이 들어서도 심심하진 않겠지. 요리는 몰입의 시간 자체니까. 오늘처럼 눈이 가득한 바깥풍경을 또 마주할 때, 내가 갓 만든 즉석요리와 맥주 반캔이 이 추위를 녹이는 날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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