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1편
5월 연휴에 짧게 여행을 다녀오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잔뜩 책을 쌓아두고 책맥(책보며 맥주마시기)하는 게 제 꿈인데요, 아쉬운대로 책커(책보며 커피마시기)를 하는 연휴 아침입니다. 정세랑 작가의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펼쳐듭니다.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풍경속 우리의 다채로운 표정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나서 사랑스럽다. 그 순간들을 포착한 자신이 뿌듯할 정도다. 사진이 담겼던 순간 전후사정이 자연스레 떠올라 사진을 두면 여행의 시간을 글로 풀기도 쉬워진다. 그 상호상승작용이 멋져서 여행기를 쓰는게 유독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강릉여행을 다녀와서 또 그다음 완주여행을 점찍어두고서 외국여행기인 정세랑 작가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를 펼쳐들었다. 타인 여행기를 펼쳐보는 건 어떤 여행을 하고픈지 생각하며 그다음 여행을 그리는 즐거움으로 자리잡았다. 여행만큼 중독되면 즐거운게 있을런지 정처없이 웃음이 난다.
사실 정세랑 작가의 책을 본건 이 에세이가 처음이다. 글 자체는 차분한데 입안에서 말들이 동글동글하게 굴러가는 리듬감 같은 게 느껴졌다. 뭐지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는데 머리를 굴려보다 아! 마쓰다미리 느낌이 있네^^ 하고 피식 웃었다.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 속에서 공처럼 튀어나오고 실처럼 연결되어 나오는 생각의 전개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마쓰다미리는 만화컷에 한줄짜리 문구와 짧은 글로 더 간결하긴 하지만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어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리고 쉬이 쓴 것 같아도 중요한 말만 남기고 사족을 비워낼 줄 알아서 오는 깨끗한 느낌, 그래서 말줄임표를 즐겨쓰게 되는건가 싶기도 했고.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에 나오는 여행지가 내가 거의 가본 적 없는 도시들이라 더 좋았다. 미국 뉴욕, 독일 아헨, 일본 오사카, 대만 타이베이, 영국 런던. 여행기 속에 나온 장소들 중에 글을 읽으며 끌리는 곳을 점찍어두었다가 가보는게 여행기를 읽는 묘미다. 디저트를 사랑하는 취향이라 독일 아헨의 프린텐쿠키(생강시나몬쿠키)와 벨기에 플레인와플을 마음속 저장! 작가가 미술관 가는 걸 좋아해서 도시마다 등장하는 미술관 중에 손꼽아둔 런던 테이트, 프랑크푸르트 슈타델, 뉴욕 모마나, 벨기에 마그리트미술관도 적어둔다. 그리고 독일 아헨에 들렀다가 가까운 벨기에 브뤼셀, 브뤼헤에 방문한 기록이 마음에 끌려서 벨기에를 가고픈 도시로 담아둔다.
국내여행도 안가본 곳이 많아 좋지만 이 글을 읽으니 외국여행도 가고 싶다. 책속에 작가가 벨기에 호텔조식을 먹은 유리온실 사진이 나온다. 그 사진을 보는데 오스트리아 빈에서 호텔 조식을 먹었던 아름다운 장소가 떠올랐다. 익숙치않은 모양의 빵들이 나열되어 빵 고르기에 고심했던 기억도. 또 작가가 신혼여행을 가서 대만 성품서점에서 싸운 일화가 나오는데 신혼여행을 가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죽지갑 선물로 싸웠던 일이 겹쳐 생각났다. 싸운뒤 낮잠이 필요하다고 호텔로 돌아와 한숨자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룰루랄라 갔었지. 이국적인 풍경을 맞딱뜨릴 날이 언제 오려나,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찬찬히 한다. 다른 여행기 에세이를 마음에 담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