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정신과 영수증>×<인생녹음중>

책리뷰 17편, 일상을 특이하게 담는 사람들

by forcalmness

이번엔 두 책을 소개해보려 해요. 부제는 일상을 특이하게 담는 사람들입니다ㅎㅎ 한사람은 영수증으로 일상을 담고, 한부부는 녹음을 해요:) 재미있어 보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진하고 깊은 여운이 남아서 기록해둡니다.



언젠가 책에서 이런 글귀를 읽었던 적이 있었다. '인생은 낭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고를 전복시키는 말로 다가왔기에 지금도 계속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가 생각해보면 일맥상통한다. 시간을 보지않고 일어날 수 있는 아침, 좋아하는 취미를 누리는 시간, 어디론가 떠나서 여행하는 날들, 책보고 글쓰고 중간중간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 맥주를 한가롭게 먹고 마시는 일상, 사랑하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만남의 시간. 이게 자유로운 인생의 낭비시간을 칭한다면 통하는 이야기 아닐까.



<40세 정신과 영수증>이란 다소 신기한 제목의 책은 정신이라는 이름을 지닌 40세 여자가 살면서 나오는 영수증을 모아 자신의 일상을 편집한 이야기다. 영수증을 모아 글을 쓰는 게 간단할 수도 있겠다 처음엔 생각했는데 다 보고선 생각이 달라졌다. 연도별 영수증을 흰 종이봉투에 차곡차곡 모은 사진을 봤더니 눈이 핑 돌면서 파도처럼 몰려오는 수많은 영수증 속에서 몇십장만 추려낸다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거란 직감이 들었다. 이책에 등장하는 영수증들과 사진은 내게 미술작품과 비슷했다. 영수증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읽고 다시 영수증을 살펴보니 영수증이 미술작품 같다고 느꼈다. 이 영수증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기대하며 뚫어지게 바라보는 게 전시된 미술작품 보는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달까.



긴 글이 아니라 짧은 구절들이 더 강렬하고 깊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여기에 나오는 간결한 문장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둠을 알게 된 것에 감사했어요. 그 어둠이 아니었다면 타인의 어둠을 볼 줄 몰랐을 거에요.' 같은 구절은 내 경험과 맞닿아있어 눈에 박혔고, '각자 자기 면을 가지고 있으며 연결된 삼각형으로 걷는다.'같은 구절은 내가 우리 세 가족에게 바라는 모습이라 훔치고픈 구절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결국 인생은 영수증과 엮인 간단한 메모처럼 파편적인 순간들의 조각모음이며, 그런 조각모음으로 견고한 자신만의 기억을 쌓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



이어 읽은 <인생 녹음중>이라는 책은 유튜브에 부부일상을 녹음해 올린 알콩달콩한 부부의 책버전이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짚어볼 때 괜찮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자는 '대화가 즐거운 사람'이면 좋겠다는 인생 녹음부부의 기준이 결혼 9년차인 내가 봐도 맞는 기준이 아닐까 싶다. 내겐 배우자가 '말을 걸고픈, 대화를 자꾸 나누고픈 사람'에 해당한다. 결혼을 결심할때 '이 사람하고라면 싸워도 대화로 풀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어서 결혼했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이 난다. 배우자와 인생을 좀 더 낭비하면서 견고한 기억조각들을 모으고, 피식거리는 대화를 나누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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