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38편
너무나 설레고 떨리는 말이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를 샀습니다'라는 말은.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서울에서도 구옥을 구입해 자기 식대로 리모델링해 서울 자가를 실현하는 시대가 왔다. 사실 핀트가 서울 자가에 있고 그 최후의 방법으로 구옥 리모델링이 등장한 느낌이라 초점이 살짝 어긋나 있긴 하지만. 다양한 집의 형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흔에 접어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아파트 생활이 관성대로 사는 삶 같다는 생각 한가운데에 있다. 요즘 삶의 규모를 줄이고 건강을 해치지 않게 일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꼭 아파트에 얽매일 필요없이 출퇴근 가능한 곳의 시골집 한채를 리모델링하거나, 전원주택으로 집을 옮겨 아파트 빚을 청산하고 틀에 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이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집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동안 나는 줄곧 생각하고, 꿈을 꾸었다"고. 요즘 내가 그렇다. 우리가 가진 예산 범위 안에서 우리 가족의 생활에 맞는 집이 과연 어느 쪽에 가까울까 '줄곧 생각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우리를 가로막는 건 출퇴근시간의 제약이다. 직장이 있는 지역 가까이 괜찮은 전원주택은 가격이 높고, 거리가 멀면 가격이 괜찮지만 출퇴근거리가 늘어날수록 삶의 질이 떨어진다.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집 사이에서 머릿속의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한정된 예산을 두고선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아예 싼 땅에 허물어져가는 집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지은지 10년 이내의 전원주택에 들어가 십수년 더 살다가 후에 리모델링하는 게 나을까. 처음 이런저런 고민을 할 땐 참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왔다갔다 하더랬다.
지금은 생각의 혼란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직접 시골집 리모델링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있다. 한번 단독주택이든 농가주택이든 사게 되면 계속 그곳에서 살 생각을 하기에 리모델링은 따라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시골집이 리모델링 되는지 파악해보고 싶었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의 저자는 2천만원으로 서천에 한 땅과 허물어져가는 농가주택을 사서 5천만원으로 리모델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니 대강 시골집이 어떤 순서로 리모델링 되는지 알 수 있어 감사했다. *철거>설비미장(정화조, 상하수도,배관, 창문내기)>목공(천장노출, 서까래닦기, 창과 문틀, 방단열, 데크)>지붕>도장(벽 단열, 벽칠)>창유리, 타일, 가구
그리고 실제로 몇가지 두드러진 팁도 얻었다. 집을 선택할 때 "집에 살고자 하는 목적과 주변 환경을 접목해보라"는 말도 와닿았고, 리모델링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부분이 "지붕, 화장실, 보일러"라고 지붕이 온전하면 천만원은 버는 거라는 말에 웃었다. 지적도상 도로가 있어야 건축허가가 가능하다는 말도. 마음에 들어도 티내지 말고 나중에 중개업자 없이 혼자 가서 한번 집을 보러가라는 것, 오래 빈집이라면 그 이유 조사를 위해 마을회관 어르신에게 물어보라는 것, 집의 아늑한 위치,향, 가격, 서류 등을 고루 확인하라는 것, 집 뼈대(기둥, 대들보, 서까래)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 어디를 살릴지 어디를 고칠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어렵지만 어느 정도의 윤곽을 이해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책이었다. "집이 내 인생을 일궈주는 밭이 된다는 생각", "내가 즐기는 일상은 집에서 시작되고 완성되기 때문에 어떤 집을 원하는가는 그때의 내 인생과 맞닿아있다"는 말을 꼽씹으면서 내 일상을 온전히 그릴 수 있는 집을 잘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