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한바퀴, 잘 돌고 왔습니다.

육아에세이 32편

by forcalmness

주말 운동장에서 한참 놀다오는 아이와 신랑이 궁금했다. 한번은 다른 먼 곳에 다녀온 줄 알았다고 들어온 시간을 확인하고 반문했던 적도 있다. 이번 주말에 그 궁금증이 풀렸다. 오랜만에 아이가 나와 둘이서 운동장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봄날의 러너란 글에서 썼듯이 나도 풀린 날씨에 운동장 트랙을 돌며 달려보고 싶었다. 집앞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섰다, 탱탱볼 하나 덩그러니 들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 발전인지. 내겐 큰 모험 같은 일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코앞 운동장이어도 그동안 에코백에 여러가지를 주섬주섬 챙겨나갔다. 운동장 돌다 목마르다 할까봐 아이 텀블러, 혹시 당 떨어져서 배고프다 할까봐 밀크카라멜 등 간식거리, 기침할까 싶어 목워머에 마스크도. 이번엔 그런 물건 없이 자유로운 차림으로 탱탱볼 하나만 에코백에 담았다. 오랜만에 거추장스러운 것 없이 훌훌 나서보고 싶었다.



아이는 날 앞서 운동장으로 내달렸다. 뭘 하려고 저리 뛰나 싶었는데 바로 농구장부터 시작이다. 챙겨간 탱탱볼을 들고 자유투 넣는 정중앙 자리에서 폼을 잡더니 자유투로 골인을 시도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안되면 눈물부터 빼던 아이였는데 어찌나 끈기있게 도전하던지. 세번을 연달아 골로 성공시키는 것도 보았다. 놀라웠다. 그 모습에 나도 왠지 도전정신이 생겨 간만에 농구골대가 뚫어져라 공을 쏘아댔다. 아이는 내가 골인에 실패할 때마다 어찌나 즐거운 웃음소리를 내며 비웃던지. 아이가 웃으면 된 거지, 따라 웃으면서도 계속 도전했다. 그 순간 아이의 기분과 동화된 느낌이 들었다. 마이클조던이 말했다지, "자기자신을 벗어난 것 같은 느낌, 리듬을 타는 느낌이다. 이 느낌이 오면 그저 감사하면 된다"고.



드리블 연습도 하고, 서로 패스도 하며 아이의 잔드리블 기술에 오오, 감탄하며 웃었다. 자연스레 모래 운동장으로 이어져 축구를 하고, 또 다시 농구장으로 왔다가 그네도 탔다. 뒤이어 모래놀이장에서 모래놀이, 정글짐 오르기. 대미는 철봉 매달리기. 참 다양하고도 알찬 코스였다. 아이가 짠 코스대로 운동장에서의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집에 돌아와 허리가 아파 침대로 뻗었지만 그 통증도 기분좋게 느껴졌다. 나도 아이와 운동장에서 한시간 반은 거뜬히(?) 희희낙낙 웃음을 주고 받으며 놀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행복했다고 할까.



아이와 신랑이 학교운동장에서 오래 놀고 오는 게 좋았지만 난 그렇게까지 아이와 맨손으로 오래 놀 수 있을까, 자신 없던 마음이 늘 한켠에 있었다. 물론 그동안 신랑이 아이와 오랫동안 운동장 한바퀴를 돌며 논 경험이 토대가 되었을 것이고, 아이도 그만큼 성장해서 가능한 일이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운동장에서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낸 경험이 바래지진 않는다. 비록 운동장 트랙을 도는 러너의 길은 발도 떼지 못했지만 아이와 이렇게 운동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한바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아이와 운동장 한바퀴, 잘 돌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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