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편안

일상에세이 53

by forcalmness

편안함이라는 게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최근에야 알았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어떤 일이 닥쳐온 뒤. 그 일을 겪으며 어느 순간 자연스레 생각했다. 이게 해결되어야 평소 보내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겠구나. '일상 복귀'가 이렇게 간절한 일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파묻혀 살아가다 보면 조금은 더 특별하고 독특한 시간을 바라게 된다. 관성처럼 살아가는 삶이 아닌, 자각있는 삶을 살고 싶을 수도 있고. 훌쩍 여행을 떠나 현재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고. 일상에 멀미가 나 여유롭게 책을 읽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간절히 그리울 수도 있을 거다. 모두 내가 평소 하루의 나날들 속에서 그리는 일탈의 그림들이었다.



그 일탈의 그림들이 생각나지 않고 그저 일상의 복귀만을 바라는 시간을 경험하고 보니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한 일상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바탕이었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그게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운 일인지도. 일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건 아니었지만 이번 경험은 조금 달랐다. 그 일이 내게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누군가의 인생이 내게 이렇게 큰 여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처음 확인한 시간이었다.



속수무책으로 흔들린 시간은 내게 몇가지 잔상을 남겼다. 인생이 참 허무하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자각. 충실히 스스로의 일상을 가꾸면 된다는 그동안의 생각이 조각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살아가려 노력할 테지만. 허물어지는 속도에 놀란 건 사실이었다. 타인의 인생으로 자신의 인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건 인생의 허무를 떠올리게 했다. 그동안 내가 참 '특별한 편안' 속에서 살았다는 사실도.



아직은 이 특별한 편안을 어떻게 더 공고한 성처럼 만들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또다시 흔들리고 조금씩 허물어지는 시간 속에 놓이게 된다면. 다만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 자체가 특별한 편안 속에서 지낸다는 의미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꼭 독특한 일탈의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을만큼 지금의 평온한 일상 자체가 특별하다는 마음만이. 확고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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