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농구장 풍경

육아에세이 39

by forcalmness


집 농구장이 열렸다. 아이가 집앞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하도 농구골대 앞을 서성이길래, 집에 묵혀두던 농구대 생각이 났다. 아이 자는 방 구석에 있던 농구대를 꺼내 아이 놀이방으로 옮겼다. 원래 그 농구대는 아이가 태어나기 몇년 전 신랑이 집에서 심심할 때 한다고 샀던 가정용 농구대였다. 신랑은 어릴 때 벽에 공을 던지고 반동으로 되돌아오는 공을잡는 놀이가 지칠 줄 모르게 재밌었다고 했다. 이젠 어른이 되어 벽에 공을 던지는 건 층간소음의 문제로 도저히 양심상 못하겠으니, 소리나지 않는 작은 인형을 농구공 대신 사서 농구대에 던지고 놀겠다고 했던 것이다.



다이소에서 기뻐하며 찾아냈던 두더지 인형공 두개와 높이조절 가능한 농구대로 한순간 아이 놀이방이 집 농구장으로 변신했다. 신랑의 운동기질을 꼭 닮은 모습으로 아이가 이젠 농구대 앞에 선다. 농구골대 안에 두더지 인형공 두개를 번갈아 넣는 게 그리 재밌을까. 아이를 보면 내 몰입력은 속빈 강정처럼 느껴질 정도다. 양손에 하나씩 두더지 인형공을 들고 꼿꼿한 자세로 던진다. 농구대 코앞 가까운 거리에서 던지면서도 들어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른다. 백번, 이백번, 오백번, 팔백번. 골을 넣는 목표횟수를 스스로 정하고 "엄마아빠 나 몇 백번 넣을거야" 선언하며 그 횟수를 채워가는 모습이 솔직히 박수칠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신랑은 아이 놀이방에 같이 들어가서 골대 앞에 떨어지는 인형공을 주워 아이에게 준다. 아이는 이제 웬만하면 아빠를 대동해서 같이 간다. 자신과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가 아빠라는 사실을 직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시큰둥한 엄마에겐 '오십번만 넣어'라고 얘기하는 아이. 아빠는 '백번? 너무 많아' 같은 말은 하지 않으니까. 어린이집 가기 전에도 출근 준비를 하다 아이가 어디 갔나 찾아보니 농구대 앞에 또 서있다. '집에 농구장이 생겼네. 좋아?' 물으니 정말 빙그레 웃는다. 사실 나도 집 농구장이 생겨서 정말 좋다. 아이와 한낮에 운동장에 나가 땡볕에서 농구골대와 씨름하지 않아도 되니까. 밖에 비가 와도 집에서 농구를 하는 아이의 즐거움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으니까.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아이가 즐거워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집앞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 드높은 높이에 있는 농구대에서도 낑낑대며 탱탱볼을 던지던 아이였으니, 조금만 더 아이가 잘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보다 오래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즐거운 시간에 같이 몰입해서 놀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각자 좋아하는 게 다르니까 어느 정도 함께하는 시간이 충족된다면 아이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지 않을까. 아이가 직접 엄만 오십번만 하라고 제안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즐거운 시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함께 몰입하는 신랑에게 고맙다. 아마 아이가 내게 몰입의 시간까지 많이 바라지 않는 건 아빠와 놀이로 충분한 교감과 몰입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개장한 집 농구장이 아이에게 오랫동안 즐거운 몰입의 시간을 선사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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