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소설집

책리뷰 3편

by forcalmness

백수린 작가의 소설집을 두번째로 손에 들었다. 에세이 편향자로 소설을 읽는 일이 드문데, 백수린 작가의 글은 이어 보고있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 작가가 쓴 소설을 시간의 역순으로 읽고 있다. 가장 최신작 <봄밤의 모든 것>이 가장 먼저 읽은 소설, 그 다음이 <여름의 빌라>. 아마 이 다음에 <폴링 인 폴>을 보게 될 것 같다:)


<봄밤의 모든 것>이 세련된 목소리라면 <여름의 빌라>는 그보다 날것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신작의 모든 단편소설들이 균질하게 세련되었다면, 그 전의 단편소설들은 약간 어린 작가가 쓴 느낌이랄까. 가슴에 콕콕 박히는 찬란한 표현에 눈이 부시기도 하고, 편지 같은 형식의 글에는 새로운 도전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봄밤의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강물 같았고, <여름의 빌라>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감정선들에 넘실대는 파도 같았다. 젊은 날에 쓴 글과 그보다 나이가 들어 쓴 글의 온도차를 느끼는 게 즐거웠다.


<여름의 빌라> 속에 담긴 단편소설 중에 내 마음을 끌었던 건 '시간의 궤적'과 '흑설탕 캔디'였다. '시간의 궤적'은 두 여자의 우정, 서로의 내밀한 세계를 보여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다가 달라지는 삶의 궤적으로 그 아름다운 시간이 끊어져 버린 과정을 그렸다. '흑설탕 캔디'는 프랑스에서 만난 할아버지와의 교감을 나눈 할머니의 사랑을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로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다웠고 인간의 내밀한 마음을 이해하는 느낌이 들어 소중했다♡ 한 사람에게 내 어떤 기억들을 영원히 말할 수 없어도 좋다, 흑설탕 탑쌓기를 중요한 일인듯 몰두하며 쌓는 프랑스 할아버지 앞에서 흑설탕 탑을 함께 쌓다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계획이 어그러지는 데에서 오는 특별한 기쁨을 함께 누리는 행복이면 된다, 는 생각들을 하는 할머니.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과 닮아있다. 모든걸 말할 수 없어도 좋다, 함께하는 순간들이 특별하고 기쁠 수 있다면.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이 작가의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을 곧 손에 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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