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13편
아이와 간식취향이 맞으시나요?
오늘은 저와 똑닮은 아이의 간식취향에 대한 이야기로 육아에세이를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어릴때 남동생과 다투어도 한가지 다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간식. 간식취향이 달라 좋아하는 간식이 겹쳐서 싸우는 일은 없었다. 추억의 아이스크림, 엑설런트에서 파란 포장지 아이스크림은 나, 노란 포장지의 것은 동생 차지였다. 과자 중 동생이 좋아하는 건 바나나킥, 난 바나나킥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동생은 설탕 뿌린 토마토를 흡입했지만 내가 싫어하는 과일 두가지가 바로 바나나, 토마토였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절묘하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을 두고 먼저 먹으려고 쟁탈전을 벌여본 기억이 없다. 신랑은 끼니를 잘 챙겨먹곤 간식을 잘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라 간식 배가 따로 있고 간식을 먹기 위한 에피타이저, 위 보호차원에서 식사를 하는 나와 간식을 두고 눈치게임할 일이 없었다. 그야말로 내겐 간식 천적은 인생을 통틀어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생은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안다. 태어난 귀염둥이 내 아이가 나와 간식취향이 똑 닮았다. 자꾸 내가 먹는 걸 가져가서 먹길래 어릴때 나도 엄마가 먹는 게 그리 맛있어보였기에 그런 이유인 줄 알았다. 설마 이게 본인 취향으로 맛있어서 뺏어먹는 줄은. 위기감을 느끼곤 있었다. 여러 간식들 중에 선택하는 게 내가 마음에서 먼저 찜해둔 바로 그것이어서 움찔할 때가 잦았으므로. 물론 아이 입속으로 무언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배가 부른 기분이 든다. 그치만 실제로 내 입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헛배일 뿐 내 배가 불러오진 않는다. 게다가 식사보다 간식에 심혈을 기울이는 내겐 간식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유쾌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내몫이라 생각했던 무엇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듯한 허탈감이었다.
한번 안도한 적이 있었다. 그건 아이스크림통에서 아이가 민트초코칩을 한입 먹더니 맛없다면서 딸기맛에 집중했을 때. 다행히 민트초코칩 아이스크림만은 내 차지구나하는 안도감이 내 마음을 적셨다. 하나는 지켜져야지 그럼. 이건 내몫의 간식이야 하는 당당한 기쁨이 빵빠레를 울렸다. 그런데 며칠전 선물받은 아이스크림 모바일카드로 민트초코칩 한통을 구입한 날, 그 유일한 간식의 성역이 무너져 버렸다. "민트초코칩이 제일 맛있어"라 말하며 민초파임을 선언한 내 아이 모습에 허탈히 웃었다.
하나라도 나만이 누릴 수 있는 간식이 있기를 바랬건만 반민초파가 우세한 이 세상에서 민초파에 합류한 자가 코앞에 나타나다니. 간식을 마음껏 누리는 기분이 참 좋았는데. 이건 꼭 먹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누구의 양해를 구할 필요없이 온전히 혼자 누릴 수 있었던 영역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감정이다. 공유하지 않는 무언가를 비밀이라 한다. 이건 비밀처럼 숨길 필요없이 드러내도 누구도 눈독 들이지 않는 안전지대 같은 것이다. 내 간식의 안전지대가 공고하던 시절은 끝이 났다. 이것도 내려놓기가 가능할까. 육아에서 어디까지 허물어지는 게 가능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안전지대가 불가능해졌다면 비밀처럼 온전히 독점할 수 있는 일정한 기회라도 만들어야겠다 싶다. 혼자 냉동실 저안에 민트초코칩 한통을 숨겨두고 혼자 한통을 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