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12편
완벽한 주말이었다. 셀프스튜디오에 가서 2년만에 새로운 가족사진을 찍었고, 집 근처 곳곳을 산책하며 아이와 많이 웃었다. 이번 주말동안 절실히 느꼈다. 육아할 땐 어쨌든 밖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휴식의 틈이 생긴다.
일요일 아침, 일어난 아이가 쉬할 수 있게 아이변기를 내려주고 밤새 땀을 흘린 옷을 갈아입히고 거실에 쇼파에 앉아 그제야 시계를 봤는데 아침 7시가 되지 않았다. 이럴수가 이번 주말 아침은 평소보다 1시간이 앞당겨졌다. 역시나 점심을 먹고 났는데 너무 시간이 안간다. 토일요일 중 대체로 토요일 하루는 차타고 밖으로 멀리 나서고, 일요일은 월요일 출근을 생각해 대체로 집에서 휴식한다. 기껏해야 마트,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운동장 정도. (아예 안나갈 때도 많다) 전날 셀프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고 온 뒤라 나갈 생각없이 멍하니 있는데(날도 햇볕이 쨍쨍이다) 아이는 이상하리만치 에너지 만땅이다. 어쩔 도리가 없다. 신랑과 같이 기운없는 목소리로 합창했다. "어쨌든 나가보자."
나가야 아이도 밖에 시선을 두고 세상을 보고, 우리도 아이의 시선 분산에 쉴 틈이 생긴다. 아이는 아파트를 나서자마자 냅다 뛴다. 나오길 잘했다. 이 에너지는 우리가 집구석에서 받아줄 수가 없다.(받아주다 화딱지나서 감정조절이 안된다) 신랑이 아이 손을 잡고 앞서고, 난 뒤에서 천천히 따라걷는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오락실. 한번 용산역 팝업스토어에서 카레이싱, 오토바이 운전 오락을 아이와 신랑이 같이 해본 적이 있다. 그뒤로 신랑도 아이와 같이 오락하는 게 좋았는지 집근처 영화관 옆 오락실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신랑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지만 난 또 그 모습이 좋아서 흔쾌히 따라가기로 한다.
처음엔 항상 주춤하는 아이는 배타고 물길따라 운전하는 오락도 아빠가 도와주니 신나하고, 개구리잡기 망치치기 오락은 스스로 하고 싶다고 한번만을 외친다. 교환기로 바꾼 동전을 손에 쥐고 오락기에 동전을 넣어본다, 난생처음. 어릴 때 물불바람 반지뽑기는 해봤어도 오락은 일절 하지않았던 내가 다 커서 신랑과 아이 오락기에 동전을 넣어주는 느낌은 생각보다 신선하고 즐겁다.
오락을 두탕 하고선 어 이런 가게도 있네 살펴보고 몸빼바지 구경도 하고 살까 얘기도 나누고, 잘 가지않아 잊고 있었던 근처 마트도 눈에 띄어 온 김에 둘러본다. 아, 영화관 팝콘파는 곳까지는 보고 와야지. 영화관 가본 적 없는 아이에게 여기가 영화관이야하고 맛보기로 보여준다. 언젠가 팝콘 사서 같이 들어갈 날이 오겠지 상상하고 입맛만 다시면서. 아이가 집에서 나올때 가지고 나온 날리는 가벼운 비행기를 운동장에 가서 날려보는 게 마지막 코스다.
신랑은 가는 길에 저멀리까지 뛰어갔다가 엄마아빠에게 다시 와봐~한다. 아이는 신기하게 즐거워하며 저멀리까지 착실히 뛰어간다. 힘빼려는 아빠의 머리굴림은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가 어느정도 보이자 기다렸다 다시 되달려오는 아이모습은 참 말갛다. 이맛에 육아를 하는 거지 속으로 생각하며 운동장으로 향한다. 가져온 날리는 비행기가 얼마나 잘날까 했는데 웬걸 너무 잘만든 비행기였다. 바람을 타고 위로 힘껏 올라갔다가 나선을 그리며 몇번이나 방향이 휘면서 내려온다. 아이는 바람 타고 방향을 요리조리 움직이는 비행기 따라 뛰느라 삼매경이다. 신랑도 나도 아이도 번갈아가며 비행기를 날려본다. 이거 재밌는데 싶은 마음으로 또 또 또.
땀에 젖은 아이를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는 말로 꼬셔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서 신발 벗으며 아이가 하는 말, "오늘 너무 재밌었어"라는 말에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가 먼저 어땠는지 묻지 않아도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의 그 말을 듣는데, 고된 몸뚱이가 웃는다.
정말 고요한 여유가 간절할 때가 있다. 그치만 주말의 육아는 고단하지만 이렇게 신기하게 꽉찬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고된 만족감, 내가 요즘 육아에 대해 생각하는 압축적인 말이다) 일단 밖에 나서서 산책하며 걷다보면 숨통이 트이고 아이와의 적절한 거리조절이 된다. 그러다 기대하지 않게 새로운 장면이 열린다. 육아에도 산책 속에 휴식이 필요하다. 산책으로 어슬렁 걸어다니며 곳곳을 연결하다보니 이런 주말이 되었다.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의 주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