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무서워하는 아이의 물놀이법

육아에세이 11편

by forcalmness


오늘 아침 아이가 말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나 물 무서워한다고 얘기해줬어?" 며칠 후면 어린이집에서 생존수영 수영장 실습에 가는 아이가 이번주 매일 아침 등원 전에 하는 말이다. 오늘은 잊지않고 아이 어린이집 알림장에 올렸다. "선생님, 내일 생존수영 실습날이죠? 며칠전부터 본인 수영 무서워한다고 말해달라고 하네요:) 전보다는 물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만 몸 전체를 수심 있는 수영장에 넣는 건 무서운 것 같아요. 꼭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물만 적시는 식으로 참여해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수영장 실습할 때 고려 부탁드려요."




사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며 담담히 말할 수 있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여름이면 어린이집에서 하는 물놀이는 약과다. 사방팔방에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이 열린다. 좋아하는 아이는 몇시간이고 물놀이를 즐겨서 시간이 잘만 간다던데 우린 워터파크는 꿈도 꾸지 않았다. 꼭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해봐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아이가 물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게 마음에 걸렸고, 좀 편하게 여름 물놀이장에서 육아시간을 보내고픈 마음도 컸다. 아주 어릴때 목튜브로 욕조에 둬볼걸 그랬나 자책도 했고, 씻길때 우리 편하자고 욕조 밖에서 샤워기로 간편히 씻기는 방식 때문인가 원인찾기에 골몰하기도 했다.




아이가 여섯살, 이제 우리가 여름에 즐기는 물놀이는 발목 정도에 그치는 얕은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발 담그기다. 이 말을 잊지 못한다. "물놀이보다 세상에서 재밌는 건 없을거야" 아이가 얕은 계곡에서 발을 담궜다가 걸어다니며 물장구를 치고 우리에게 물을 튀기며 논 날, 자기전 아이가 한 말이다. 꼭 다른 아이들이 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아이들처럼 물속에 스스로 풍덩거리지 않고도 물을 즐기게 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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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감각 속에서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싶다. 엄마아빠의 양손을 잡고 발목에 휘감기는 계곡물 정도는 스스로 손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이니, 그안에서 물장구도 치고 물속도 들여다보며 우리에게 물튀기까지 할 여유와 재미를 찾아갔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물놀이만큼 재밌는건 세상에 없을거야'란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의 자책과 좌절이 다 사라졌다.



이젠 이런 생각을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어떤 것이든 즐기게 해주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아닐지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을 찾는데 부모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만족한다. 난 그런 부모가 되길 스스로 바란다. 물에 풍덩 몸을 던지는 방식이 아니었었더라도 물을 발목에서 첨벙이며 세상 다가진 듯 놀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족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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