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10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요즘 웃음포인트가 팡팡 터지는 일 같을 때가 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나 대화 중에 리마인드하며 피식 웃는 시간. 아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몇몇 기대하지 못한 대화와 장면들은 약간 영원같이 느껴지는 기억이 된다. 그저 피식 웃는 시간보다 훨씬 더 농밀하다.
오늘은 이런 말을 아이가 남겼다. "복은 무슨 색이야? 복은 쌍안경으로 볼 수 있어?" 이게 앞뒤 장면과 붙여야 이해가 스르륵 된다. 요즘 한참 빠져있는 색종이접기책을 들고, 아이는 오늘은 엄마아빠에게 무얼 접어달라할까 책을 요리조리 넘긴다. 처음엔 별 한개짜리 난이도 돼지를 접어달라하더니 좀더 살펴보다 "이건 뭐야?"묻는다. 색종이 접기책 안에서도 아이가 모르는 사물들이 자꾸 등장하니 아이에겐 색종이접기책이 거대만물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신랑왈 "이건 복조리야. 이걸 집에 걸어두면 복이 와." 아이는 갸우뚱하며 또 묻는다. "복이 뭐야?" 신랑 왈 "복은 좋은 거야" 아이는 이때 회심의 말을 날리기 시작한다. "복은 무슨 색이야?" 신랑은 "복은 보이는 게 아니야" 이어지는 화룡점정의 아이 말, "복은 쌍안경으로 볼 수 있어?"
아이에겐 가장 잘 보이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쌍안경이구나 몰랐던 사실에 아하!하면서, 쌍안경으론 '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믿음에 웃음이 팡팡 터지는 순간이다. 요즘 더 재밌는 건 아인 엄마아빠가 자신의 말에 웃는 게 즐거운지 약간 스스로 개그맨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엄마아빠 이것 봐라"하면서 요즘 즐겨보는 옥토넛과 레브라도경장 만화에서 등장하는 말을 성대모사한다. "제일 맛있는게 아닌데요". 또 이어서 "이것 봐라" 하면서 어디서 본 동작을 따라한다. 근데 그 동작이 전혀 우스꽝스러운 동작이 아닌데 웃기다는 표정으로. 포인트 주듯 살짝 정제된 동작들에 또 우린 웃게 된다. 엄마아빠 번갈아 웃기기 대회에 나온 선수같은 느낌이다. 개다리춤을 추며 나 웃기지? 재롱피우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사실 그보다 더 짜릿하다. 개다리춤 같은 촐싹거림보다 차원이 높은 정제된 춤을 관람할 수 있다.
아이는 엄마아빠의 웃음이 자신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에 기쁘고, 그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하려고 예쁜 행위를 보여준다. 우린 그 마음이 또 기뻐서 미소를 머금는다. 사심없는 이 순수한 다정함이 우리를 순간순간 구원한다. 복이 이렇게 오는 건가. 아이는 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쌍안경으로 보고 있는지도. 내일은 "꿈에서 고등어랑 오징어 잡았다"가 아니라 '쌍안경으로 복을 보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