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세이 9편
주말에 아이와 레고조립을 시작했다. 주변 지인 중에 +5, +6 이라고 적힌 작은 레고를 종종 주는 동료가 있다. 일년 전쯤인 작년에 비슷한 걸 아이와 해본적이 있었는데 그땐 손의 협응력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는지 짜증만 냈던 기억이 있다. 일년후 아이는 많이 커있었다. 레고조립설명서를 펼치더니 하나씩 레고조각을 찾아서 어느정도는 설명서 그림대로 조립할 줄 알았다. 미술학원에서 그림도 그리고 손글씨도 제법 쓰고 좋아하는 색종이접기와 색칠놀이에 심취한 덕분인가. 손이 꽤나 야물딱졌구나 생각했다. (일년전엔 우리 아인 그림그리기, 색칠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아인 줄 알았으니 다른 아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레고조립을 엄마인 나와 2세트를 만들고 아빠와 2세트를 이어 만들었는데 레고조립을 하며 신랑과 나의 육아관의 차이를 확실히 느꼈다. 난 아이가 일단 모르는게 맞다는 전제하에 설명을 시작한다. 그리고 보다 더 도움을 많이 준다. 레고조립의 원활한 흐름이 끊기지 않게 아이의 즐거움에 중점을 둔다. 나도 같이 만드는 느낌으로 레고조각을 먼저 찾아 아이에게 주기도 하고, 이 다음은 뭘 해야할까 먼저 질문한다. 그림과 다음 그림 사이에 뭐가 다른지 아이가 망설이고 있다 느끼면 이부분이 다르네, 이 조각을 찾아볼까 말을 건네는 식이다.
이렇게 두세트의 레고를 조립하고 신랑이 바톤터치를 했는데 난 사실 조마조마한 마음이 컸다. 아이에게 아빠는 일단 지시하는 말투다. 레고조립설명서대로 해야지 순서를 마음대로 바꾸면 안돼, 이 그림과 같아? 나 같으면 주눅이 들어서 하기 싫다고 그만둘텐데 아이는 아빠에게 아빠가 가르쳐줘~하고 말하고 아빠가 가르쳐주고 있잖아~얘기하니 이렇게? 하고 직접 레고 조립모양을 변형한다. 신랑은 아이가 틀렸을땐 말투가 단호해지고 제대로 했을 땐 칭찬하는 말투로 말투 전환이 극적이다.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렇게 해서 신랑과도 아이는 레고 두세트 조립을 마쳤다.
재밌는건 아이가 내게 이렇게 말한다는 거다. "엄마, 아빠가 가르쳐줘서 이렇게 다 만들 수 있었어."(속으로 '대단하다. 그 스파르타형 지시를 견디다니. 그에 더해 가르침을 감사히 생각하다니'하고 생각한다.) 아이는 엄마의 개입형 육아도, 아빠의 자립형 육아도 모두 흡수한다. 오히려 다양하게 연습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아빠의 육아관이 다르면 안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온 것 같다. 다 다른 사람인데 아이를 육아하는 방식도 태도도 다른 것이 당연한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제는 육아를 윈윈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 아이가 엄마의 방식은 그 방식대로 이해하고 아빠의 방식도 그대로 이해하며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사실 아이가 선호하는 방식은 개입형보다 자립형일 수도 있겠다고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