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논다는 것

육아에세이 8편

by forcalmness

누워있고 싶다 시체처럼. 이게 주말에 내가 원하는 포지션 자체다. 아이에게 이말을 할 순 없어서 순화해서 표현한다. "엄마아빠도 쉬고 싶어. 쉬는 시간이 필요해". 아이에게 이말이 얼마나 와닿는지 사실 모르겠다. 아이도 '휴식'의 개념 정도는 아는 것 같다. 잘자야 재밌게 다음날 놀 수 있다는 건 체득한 느낌인데 여섯살 아이에게 '쉼'은 '잠'과의 동일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이는 밤잠에 올인한다. 즉 낮에는 자는 일도 없고,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와 달리 우리 세포의 나이는 아이의 7배 늙어있다. 우리 세포는 몸을 뉘여달라고 주말에 아우성친다. 그 소리에 반응해 누워있을라 치면 어느 순간 아이가 침대를 방문한다. "엄마(아빠) 이것 좀 봐라. 블라블라~~" 조금 쉬다 나가면 그때 얘기해달라고 했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지금 얘기 안하면 기억이 안날까봐 그러는 거야." 그말도 일리가 있지. 그래 네 입장에선 일리가 다 있는 말이라서 들어주게 되고 있는 힘을 쥐어짜서 반응하려 노력한다.



우리 부부가 주말에 쉴 수 있는 순간들을 나열해본다면 번갈아 들어가서 침대에서 쉬고 나오기, 아이가 간식을 먹으며 영상을 보는 시간에 거실 쇼파에 앉아 각자 시간 보내는 때 뿐인 것 같다. 육아상황이 다 다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2인체제로 아이보는 게 익숙해져 버려서 셋이 대체로 같이 있다. 한사람이 음식 준비하거나 청소 빨래할 때 한사람이 아이랑 놀아주는 방식이라 사실 집안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주말에 온전히 쉴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아이와 논다는 게 뭘까. 아이와 주말을 보낸다는 의미는 뭘까. 내 개인시간을 여유롭게 늘여둔뒤 이때까진 자고, 이때까진 취미생활하고 같은 계획 자체를 체념하는 걸 의미한다. 그치만 이 사실을 아직까지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아는가. 아이의 이해능력, 소통능력이 커질수록 아이도 부모를 이해해주길 바라게 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엄마아빠 휴식의 절실함을 설명하다가 아이의 놀이욕구 앞에서 그 절실함이 패배할 때의 그 절망감을 아는가. 그럼에도 포기가 안되는 슬픔. 알다시피 아이와 놀아주는 부모에게 휴식은 끊을 수 없는 생존본능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기뻐하는 순간도, 부모의 휴식 충족의 순간도 모두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그게 순전히 부모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게 함정이다. 부모로서의 기술과 역량을 어디까지 늘려가야 하는지 숨이 막힐 때가 많다. 어찌저찌 끈을 부여 잡아온 내가 내린 잠정 결론은 이렇다.



내 에너지는 아이의 놀이욕구, 휴식여가욕구 두가지를 각각 풀로 채울 수 있는 에너지량이 아니라고 되뇌인다. 약간 모자란듯 그래도 괜찮은 각 욕구 간의 중심 지점을 찾아나선다. 그 중심 지점을 지키기 위한 루틴을 만든다. 그리고 가끔 다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보충하는 시간을 따로 갖는다.



아이와 논다는 건 절대 시체처럼 누워있을 시간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기로 한다. 대신 아이에게 알려주기를 게을리해선 안된다. 엄마아빠 좀 쉬다올게라고 말하는 휴식권을 절대 포기해선 안되고, 대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네가 좋아하는 색종이접기를 쉬고 나서 몇개 해줄게, 엄마아빠도 잘 쉬어야 너와 잘 놀아줄 수 있어 설득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잘 먹고나서 아이와 놀기도, 개인여가시간도 가능하다. 식사하고 나서 그 다음단계를 생각하는 건 철칙 중에 철칙이다. 사람은 배가 허할 때 사고회로가 멈추고 억울한 감정이 치솟는다.



이렇게 부모노릇하는 게 어려운 줄 정말 몰랐다. 그치만 많이 웃고 싶어서 결혼했고, 아이와도 함께 웃으며 살고 싶어서, 아이낳기를 선택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 다같이 웃을 수 있단 말이다' 웃기지만 이를 살짝 악물고 웃는다. 백퍼센트, 풀버전, 최대충족버전은 아닐지라도 셋이서 세 꼭지점을 잇듯이 웃음 면적을 그려나갈 수 있다고 오늘도 믿는다. 아이와 논다는 건 세 꼭지점의 웃음 삼각형을 그려나가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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