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친구, 행운을 빌어

일상에세이 17편

by forcalmness


직장에서 보내는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건 내겐 마음이 맞는 사람이다. 신랑과 아이가 내 인생 인간관계의 구심점인 건 자명하고 내 감정 파고의 구할은 두 사람이 차지한다. 나머지 일할 정도는 아마 직장에서 스치는 사람들 중에서 유독 결이 비슷해서 보다 깊이 교류하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2년 전 복직했을 때, 옆자리 짝꿍으로 만난 직장동료가 있었다. 나와 나이가 열두살, 띠동갑 차이가 났다. 그 친구는 막 사회초년생으로 여러 인턴생활을 거쳐 이곳에서 나와 조우했다. 처음엔 작고 조용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생각이 깊으면서 사람들을 주변에 모이게 하는 밝은 웃음의 소유자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급격하게 친해진 계기는 없었다. 그저 서로 각자의 모니터를 보며 일에 집중하다가 잠깐의 휴식시간에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간식을 나눠먹으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을 뿐. 정말 가랑비에 옷젖듯 서서히 그 친구가 내 마음에 들어온 것 같다. 아, 내가 워낙 업무시간에 간식으로 당충전을 하는 인간이라 예의로 옆자리 그 친구에게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씩 건넸다. 그에 화답하듯 그 친구도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씩 나눠주었고. 디저트와 간식 러버라는 사실이 매개라면 매개였다.



같은 부서에서 반년 정도 옆자리 동료였다가 그 친구가 다른 팀으로 옮겨 같은 공간에서 1년 반을 보내고, 또 반년은 내가 부서를 옮겨 아예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아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 직전, 그 친구와 반차를 내고 근교로 나가 반쎄오, 차돌쌀국수 맛집에 가고, 네컷사진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내가 새로운 부서에서 적응중일 때, 혼자 찾아와서 근황을 전하며 날 따로 보러 와주기도 한 고마운 친구였다. 다른 부서로 옮기고선 전처럼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연락을 종종 하고 따로 둘이 점심을 하면서 서로의 근황과 고민을 나누었다. 그랬던 그 친구가 이번에 만나선 폭탄선언을 했다. 면직을 하고 통번역을 준비하려 한다고.



잦은 업무변동과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에 업무시간이 계속 늘어가는 것에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다. 서로 이 일을 안했으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어느 질문에, 그 친구도 나도 도서관 사서라고 답해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책을 좋아하는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밝은 웃음의 소유자라 주변을 덩달아 환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게 그 친구 본인이 원하는 자신의 위치는 아님을 알곤 있었다. 그리고 영어를 공부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라 통번역가를 생각하기도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통번역가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서 이 일을 그만둔다는 얘길 전했을 때, 그 결심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아직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히 결단하고 실행하는 그 용기가 멋지고 부러웠다. 진심으로 행운을 빌었다.



그 친구에겐 이런 진심만 전하고 싶어서 내색하진 않았는데 마음이 쓸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예의바른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내가 팀장이 되면 꼭 같이 일하게 불러달라고 나와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해주었던 친구. 그 말에 네가 먼저 팀장 달 수도 있다고 응답하며 쑥스러움을 달래던 내모습이 기억난다. 또 같은 공간에서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 그 시간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꽤나 슬펐던 것 같다. 그리고 일하다가 힘겨울 때, 웃기지만 신랑과 싸워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말을 풀어내고 싶을 때, 연락해서 그 시간을 견디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친구였는데. 그만큼 서로 마음을 나눈 친구였음을,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했던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음을 실감한다.



나의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내안에 남기고, 그 친구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내년 2026년엔 진정 자신의 덕업일치-영어를 풀며 스트레스를 푸는, 공부로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가 바로 내 주변에 있었다니-를 이루는 시간으로 쓸 수 있도록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그 다이어리와 함께 내 마음을 적은 편지를 건네려고 작은 편지지도 하나. 행운을 빌어. 아쉬움은 빼고 너의 앞길을 응원하는 마음만 잔득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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