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19편
찬바람이 몸에 스미는 기분이 들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매일 저녁 전기장판 튼 이불속으로 들어가봐도 사라지지 않는 냉기가 느껴진다면 가야 한다, 사우나로.
한달에 한번 스스로에게 주는 온전한 하루 휴가. 요즘 월요일에 휴가내는 작은 일탈에 빠져 오늘도 월요일 휴가를 냈다. 11월의 온전한 휴가는 따스한 열기에 취할 수 있는 사우나로 간다.
사우나를 즐기는 방식을 타인에게 물어본 적은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각자 좋아하는 방식이 있겠지 짐작할 뿐. 난 온탕과 습식사우나에 초점을 맞춘다. 온탕은 반신욕과 전신욕 사이의 온도차를 온전히 느끼는 곳이다. 처음 온탕에 들어갈 때 온탕에 아주 천천히 몸을 맞기는 걸 좋아한다. 발목과 종아리까지만 먼저, 그다음 엉덩이까지만. 몸에 땀방울이 조금 맺힌다 싶을 때에 비로소 온몸을 물에 맡긴다. 따뜻한 물에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을 아주 천천히 느끼는 방식이라고 할까. 따스한 열기에 취해 눈을 깜박이고, 스르르 눈을 자주 감곤 한다. 노곤해서 잠에 들고 싶어진다.
그런 기분이 절정일 때, 온탕에서 나와 샤워기에서 천천히 찬물로 몸을 식힌다. 진짜 몸이 녹으면 안되니까. 이젠 습식사우나로 갈 순서가 된다. 건식사우나에선 마른공기에 숨이 잘 막히는 기분이라 습식사우나가 내겐 더 잘 맞는다. 습기가 가득해서 폐부로 따스한 열기가 스미는 기분이 절로 든다. 이거지 하고 슬쩍 웃으면서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덮어준다. 여기선 내몸에서 흐르는 물과 땀이 섞인 물기를 눈으로 바라본다. 사우나 속 열기가 몸에 스몄다가 몸을 투과해 나오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한 채로 열기를 흡수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초능력자가 되고 싶은 기분으로. 이 열기를 흡수해서 추울 때 스스로 열기를 내뿜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부터 사우나를 하며 상상한다. 몸 안의 냉기가 사라지고 열기를 머금은 몸이 되고 싶다고. 솔직히 한번의 사우나 탐방으로 택도 없나 싶지만 겨울엔 정말 간절하다. 아침부터의 사우나 탐방이 올 겨울을 버티는 내 몸의 열기로 흡수되었기를. 보약 먹는 기분으로 사우나 탐방을 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