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14편_세가족의 식사법(1)
아이, 신랑, 나 세사람이 하나의 가족을 이뤄서 일상을 보낸다는 사실이 벅찬 기분일 때도 버거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뭔가 조화롭고 균형있게 잘 지낸다 싶을 땐 벅차게 기쁘고, 균형이 무너진 기분일 땐 버겁고 무겁다. 그럴땐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상상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재밌게 관람중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일상에서 자주 내 마음을 건드리는 건 바로 식사였다. 매일매일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일. 당연하게도 아이, 신랑, 나 세 사람의 식사방식은 조금씩 다 다르다. 신랑과 아이는 한끼 면을 먹으면 그 다음 끼니는 쌀밥을 먹어야 하는 위장의 소유자다. 오히려 난 쌀밥을 먹고 소화가 안돼 밥 대체재를 찾는다. 고기를 먹으면 느끼해서 조금만 먹고 싶고, 국찌개에 들어간 고기가 이젠 입맛에 맞지 않다. 신랑은 국찌개에 고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생각하고 많이 넣는다. 고기에서 에너지가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 바로 신랑이다. 아이는 우리가 먹는 매운 음식들을 하나씩 먹어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맵기조절을 적절히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다들 소식가라 음식은 조금씩 만들어야 버리는 양이 최소화된다. 이게 무슨 미션 임파셔블 같은 식사 준비 미션이란 말인가.
주식이 밥인 자와 아닌 자, 면과 밥의 바톤터치 준비, 고기와 비고기파의 반찬구성, 적은 양을 그때그때 만들기 위한 간단한 조리방식, 이런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집 식탁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탁 각자의 자리에 개별 취향에 맞는 세명의 식사가 차려지기까지는.
우리가 찾은 방법은 첫번째, '계란스크램블'이었다. 고기 대신 선택한 음식으로 조리법도 간단해 바로 만들어 식탁 위에 올린다. 일부는 내가 가져와서 케찹을 살짝 뿌려 기분 좋게 먹는다. 신랑도 고기반찬이 매번 없어도 이 계란스크램블은 참 좋아해서 고기가 식탁에 꼭 올라와야한다는 강박이 줄었다. 아이도 케찹 뿌린 계란스크램블은 입맛에 맞는지 가끔이지만 먹는다.
두번째, 찾은 방법은 '블랙올리브 샐러드'였다. 신랑과 아이에겐 쌀밥을 주면 되지만, 난 소화가 되지 않는 쌀밥 대신 먹을거리가 필요했다. 블랙올리브 슬라이스와 채소믹스를 사서 채소믹스 위에 적당량 블랙올리브 슬라이스를 올려 같이 먹어봤다. 블랙올리브 슬라이스의 짭조름한 맛이 채소랑 찰떡궁합이었다. 따로 소스가 없어도 채소를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포만감은 충분히 들고 속도 편안했다. 드디어 속편한 음식거리를 찾았다.
계란스크램블과 블랙올리브샐러드를 식탁에 올리면서,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가족의 식사에서 매일 세명의 식욕을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는 게 어려웠다. 오늘도 넘겼구나 하는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곤 했는데 이젠 속이 편안하다, 영양가 있어, 오늘도 잘 먹었네 하는 말들이 식사후 대화가 되었다. 가끔씩 셋이 다 좋아하는 갈비살을 소량 구워 참기름소금장에 콕 찍어 먹으며 즐거워하고, 주말에 아이가 먹고싶다고 하는 소고기무국, 김치전을 만들어야겠다고 기쁘게 요리를 대한다. 무거운 마음이 아닌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의 식사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세 가족의 식사법을 켜켜이 쌓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