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

일상에세이 24편

by forcalmness

우스갯소리로 안춥다 안춥다하면 정말 조금 안 추워진다고 믿으며 안춥다고 되뇌던 적이 있었다. 옆에서 누가 계절의 온도 급감에 놀라며 아이 추워 말하면 안춥다 안춥다 말해보라고 얘길 건넨 적도 있었다. 그말이 우습게도 이젠 일년일년 지날수록 체감상 더 춥게 느껴진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법이 있을까. 문득 이런 제목의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모두가 아이 추워를 외치는 계절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법'이란 글을.


사실 오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 있었다. 그 이야길 하고 싶어 이런 글을 써보겠다 거꾸로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업무를 하며 새로 알게 된 사람과 처음으로 밥을 먹었는데 처음 느낌보다 더 유쾌한 사람이라 대화가 즐거웠다. 함께 점심을 먹고 평소 좋아하는 카페에 무심코 들렀다. 기분이 좋은 상태여서 그랬는지 좋아했던 버터쿠키가 요즘 잘 진열되어 있지 않았던 게 기억나 별 생각없이 사장님께 물었다. 요즘 왜 버터쿠키 안 만드시냐고. 좋아하는데 안 나와서 아쉽다는 톤으로. 그랬더니 전혀 몰랐던 사실을 꺼내셨다. 이제 슬슬 정리하는 참이라 요즘 거의 만드시지 않는다고.


무슨 소린가 한참을 듣고서 이해했다. 여러 사정으로 한달 정도 후면 이곳 카페를 접으신다고. 공통의 사정이 있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도 간간히 나누었고. 남은 한달 동안은 아쉬움을 달랠 요량으로 문지방이 닳도록 자주 들려야겠다고 너스레도 떨면서. 사장님은 그동안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용했던 아기자기한 유리컵들을 가게 한쪽 테이블에 모아 두시고선, 들린 손님들에게 가져가고 싶으시면 가져가시라고 흔쾌히 말을 건네셨다.


그 카페 안에 머무르면서 내 마음이 따뜻해진 이유를 생각했다. 카페에 평소처럼 들른 손님들에게 카페를 한달 뒤에 접는 사정을 전하는 방식이 너무 따뜻했다. 카페의 추억이 담긴 유리잔들을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소소하게 전하는 것. 그 카페를 추억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 아닐까.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고가는, 자기취향의 잔들이 집 곳곳에 놓이는 순간순간을 상상한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난 그 순간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시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집에 가서 이렇게 전하겠지. 오늘 자주 가는 카페가 곧 문을 닫는다고. 아쉬웠는데 거기서 내 취향의 유리잔을 몇개 골라왔다고. 사장님이 카페를 운영하며 사용한 잔들이라고. 오늘 예기치 않게 참 럭키하다고.


사장님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처음 카페를 열고, 운영하면서 삼삼오오 모으고 손을 탄 유리잔들은 그렇게 아주 따뜻한 모닥불이 되어 내 마음을 데워주었다. 예기치 않게 받은 선물이어서 좋고, 좋아해서 자주 들렀던 카페를 기억하는 소품으로 계속 사용될 것이어서 더 포근했다. 실제로 내 취향이었던 유리잔이 우리 집에 와서 맥주잔이 되었다. 별모양의 유리잔을 고른 걸 보시더니 처음에 인기가 많았던 잔이라고 말을 덧붙이셨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법은 달리 있다기보단. 주변에 조금 더 안부를 물어보는 것. 안녕하신지 무겁지 않게 인사를 건네보는 것. 그에 따라오는 대답에 흔쾌히 호의가 온다면 덥썩 무는 것. 난 사실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잘 모르겠다. 우리 집에 그 별 유리잔이 오늘도 영롱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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