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26편
잘 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간의 압박을 느끼며 사는 게 내가 내뱉는 한숨이 되고, 그걸 아이가 따라하는 걸 보고서도 한숨쉬기가 잘 멈춰지지 않는다. 내 안에 가득 고인 압박감을 한숨으로라도 표출해야 터지지 않으니까. 그 자연스러운 반응을 줄이려면 한 템포씩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를 낳고 내 시간을 아주 잘 절약해서 쓰는 스킬을 연마하는 중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몸이 여러 개로 늘어나는 비기를 쓰는 머털도사가 아른거릴 때가 여러번이다. 요즘 든 생각인데 머리를 쓰거나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둘중에 하나를 안하는 시간이 내게 있나 돌이켜보건대 자는 시간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 순발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미리 최대한 빈틈없이 머리로 계획을 짠뒤 실행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사람이라 머리 굴리기를 놓을 수도 없고. 아이가 엄마아빠의 도움을 청할 때가 잦은 나이라 몸도 내 마음대로 쉬이 널부러둘 수도 없다. 인생을 이리 고단히 살아야 하나.
쉬어야 한다. 고단한 인생을 잘 이어가려면. 이 생각을 하며 또 어떻게 쉴까 머리로 계획을 세운다. 우습지만 그렇다. 내게 잘 쉰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생각해보면 온전히 내가 하고픈 걸 하며 보내는 시간이다. 사실 즉흥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계획형인 나 같은 사람은 귀중하디 귀중한 하루 휴식을 즉흥에 맞길 수 없다. 무얼 하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 될지 요즘 하고 싶었던 게 뭐였는지 몇 가지를 떠올리고 추려서 순서를 짠다. 그걸 행동에 옮기며 기쁨을 느낀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이정훈 산문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동네 곳곳에 나만의 숨구멍을 만들어둔다고. 삼겹살집도 혼자 가고, 횟집도 혼자 가고, 노래방도 혼자 간다고. 그 시간 속에서 멍때리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종이접듯 마음 한켠에 조용히 쌓아둔다고. 그런 시간이 있어 그나마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것 같다고.
내가 딱 쉬는 날에 하는 행동에다, 하는 이유까지 담겨있어서 무지 반가웠다. 한달에 한번 꼭 내게 그런 쉬는 시간을 준다. 내일이 바로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에 내게 주는 선물같은 하루다. 내 계획은 버스를 타고 가보고 싶었던 도서관에 가서 밀린 책 두권을 음미하듯 다 보고, 근처 소금빵 맛집에 가서 소금빵 샌드위치에 아메리카노를 점심으로 먹은 뒤, 산책하듯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떡과 딸기, 맥주를 사서 낮술을 한잔 들이키고 낮잠에 드는 것이다. 완벽하디 완벽한 날. 한달에 적어도 하루는 내 마음 가는대로 누리고 싶었던 시간으로 가득 채운 날을 만드는 것. 그게 내가 터득한 잘 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