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30편
아침에 반숙란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실 사무실에 한 직장동료가 먹는 걸 보고 시작했다. 아침에 오면 훈제란이나 반숙란을 한알 넣고 오물오물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영양가 있는 아침을 야무지게 챙기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어느새 부서 사무실 간식으로 반숙란이 자리잡아 버렸다. 사무실 모두가 반숙란의 세계에 빠진 느낌.
이젠 아침에 반숙란을 안 먹으면 머리가 약간 멈춰있는 기분마저 든다. 훈제란보다 촉촉한 노른자로 퍽퍽함이 덜해 술술 넘어가는 마성의 반숙란. 아침 내 몸을 위해서 좋은 습관을 들였다는 생각에 좋아지는 기분은 덤이다. 아침을 워낙 안 챙겨먹는 편이었고, 오히려 잠을 깨려 모닝 캡슐커피로 빈속에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따뜻하게 몸을 녹이면서도 각성되는 모닝 커피를 끊긴 쉽지 않았다. 대신 그 모닝 커피에 반숙란을 함께 곁들였을 뿐인데, 그 식사조합으로 머리도 조금 더 개운해지고 흐느적거리던 아침 기운이 활성화되었다.
요즘엔 아침을 넘어서 오후에도 왠지 머리가 멈춘듯 돌아가지 않는 느낌일 때, 냉장고에 든 반숙란을 챙겨온다. 예전엔 계란껍질을 까는 소리를 내는 게 조금 민망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계란껍질을 책상 위로 내리친다. 과자 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보다는 건강한 울림이지 싶은 마음의 소리를 담아.
아이가 좀 커서 어린이집과 달리 아침 간식을 챙겨주지 않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때가 오면 나처럼 반숙란을 아침으로 챙겨줘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숙란에 좋아하는 과일 한조각, 요거트 작은 한 통 정도면 훌륭한 조식이라는 생각으로. 고기를 먹고싶다 말하면 저녁 때 신랑에게 맡겨야지. 언젠가 멀미가 나는건 단백질이 부족해서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머리가 막힌 것 같은 멍한 상태엔 내겐 단백질 보충이 극적 효과가 있는 건지도. 뒤늦게 반숙란에 빠져버렸다. 헤어나오지 못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