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30편
<출근길의 주문>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곤 미소가 삐져나왔다. 이 책 읽으면 출근길이 마법처럼 가뿐해지려나 하는 우스운 상상으로.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주문들이 있을까. 여기 나오는 출근길 주문을 장착하면 마음이 조금더 단단해지고 가벼워질까 싶어 손에 들었다. 어디 한번 주문을 외워보자는 각오로.
이책을 끝까지 읽고 덮으며 든 생각은 '일에서 만나는 고민지점에 대한 총체적인 대답들이 담겨있다' 였다. 처음엔 재밌는 주문을 찾아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보단 무거운 문제의식들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내게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을 하자면 난 스스로를 '리더포비아'라고 생각했다. 위로 갈수록 책임만 짊어지고 관리자로서의 사람을 다뤄야 하는 게 내 성향에 맞진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일은 언제 재미있어지는가'란 글을 읽는데,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와 일하는 걸 즐거워할 때' 일이 재미있어 진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야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그게 바로 광의의 협업이라고. 게다가 위로 올라갈수록 그 비슷한 위치에 있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고민을 해결해나가면 된다고.
나와 일하는 게 도움이 되고,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밀한 소망도 있고,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일하면서 간절했던 소망이었다. 그걸 할 수 있는 자리라면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반응에서 확신을 얻지말라'는 말도 강렬히 다가왔다. 직장동료의 반응을 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확신을 보다 다지고 믿을 줄 아는 힘을 기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내게 부족한 부분들이 좀더 크게 다가오는 것처럼. '직장자아'라는 말도 새로웠다. 일할 땐 동료모드를 켜자고. 진심보다는 함께 일하기 편한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자는 말이 와닿았다. 직장동료는 가족이 아니다. 내가 직장에서 지녀야 할 적정선을 알고 대처하고 반응해야 한다. 관계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알고 내가 응대할 필요가 없는 일을 가늠해야 일 속 인간관계가 수월해짐을 더 깊이 되새기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나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대나무숲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일하면서 가장 신뢰했던 사람은 자신의 퍼포먼스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자신의 퍼포먼스(성실했지만 결과가 안 좋았던건지, 성실하게 일하지 않았던건지, 성실한 과정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건지)에 따라 다른 피드백을 준 사람이었다고.
이 책을 읽은 뒤엔 내 10년 후 직장에서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적절한 피드백을 줄 줄 알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고, 원하는 걸 분명히 대화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적정수준으로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꾸역꾸역인 날들이 없이는 재미가 오지 않으니까. 나만의 출근길 주문을 만들어야겠다. '일이 재밌어지는 그날까지 조금만 더 꾸역꾸역과 가끔씩 오는 기쁨 사이에서 갈팡질팡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