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can I get for you?
한국 스타벅스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근무환경 등 시스템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메뉴는 한국과 많이 달랐다. 처음 캐나다 스타벅스 쇼케이스를 본 날 충격을 받았다.
'얘네는 조각 케이크 안 먹어?'
다양한 조각 케이크 및 마카롱처럼 과자류가 많은 한국과 달리 캐나다 스타벅스는 식사류인 샌드위치/랩/프로틴 박스에 더 주력을 두었다. 여러 종교, 비건, 알러지 등으로 인한 개인 식생활이 조금 더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에 소세지, 햄, 베이컨, 초리조, 베지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실제로 아침 및 점심시간마다 주문 들어오는 샌드위치들을 데우느라 오븐이 쉴 새 없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메뉴는 에그 바이트. 나머지 샌드위치 류는 내 입맛에 너무 짜서 손이 잘 안 갔다. 다른 파트너들은 브레이크 때마다 샌드위치를 먹곤 했는데 나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에그 바이트는 베이컨/햄/에그 화이트 세 종류로 단백질 함량이 꽤 높았고 스리라차 소스와 잘 어울려 거의 하루에 하나씩 먹었다
샌드위치 이외의 베이커리들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당도가 많이 높은 편으로 하나만 먹어도 밥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입이 텁텁해진다. 오트 바, 케익 팝 등 한국에서 본 적 없던 디저트들이 입맛의 차이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줬다.
처음 맛본 시나몬 향 가득한 커피케익과 오트 퍼지바에 꽂혀 주 3회 이상을 먹다 보니.. 살이 많이 쪄버렸다. (우리 매장은 먹는데 제한이 없어 먹고 싶을 때 언제든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세 달 먹다 보니 나중엔 눈앞에 폐기가 한가득 나와도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캐나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뭐 마셔요?
일하면서 가장 많이 팔았던 음료는 단연 드립 커피(한국에서는 오늘의 커피)였다. Tall 사이즈 기준 2.57불로 가장 저렴하고 Pike place, Dark roast, Blonde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에스프레소 샷을 내릴 필요 없이 컵에 바로 따라서 나갈 수 있는 메뉴라 러시 때 주문이 들어오면 속으로 땡큐를 외쳤다.
에스프레소 종류 중에선 카라멜 마끼아또가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입사 초기 가장 멘붕 왔던 부분은 '우유'였다. 무지방, 2%, 3%, 코코넛, 소이, 아몬드 밀크는 물론 가끔 헤비 크림이나 half&half 크림을 요청하는 손님도 있었고 게다가 같은 무지방 우유도 Skinny, Skimmed, Non- fat milk 등 다르게 부르니 익숙해지기 까지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 외에 북미에만 있는 음료로 'Refresher'가 있다. 피지오와 비슷하지만 탄산 없이 건 과일과 과일주스, 물, 얼음을 셰이커에 넣고 흔들어 만든다. Berry hibiscus, Mango dragonfruit, Strawberry acai 세 종류로 취향에 따라 물 대신 레모네이드나 코코넛 밀크로 대체할 수 있다. 코코넛 밀크를 넣으면 부드러움이 한층 강해져 맛있다!
취향에 맞게 커스텀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만큼 일하면서 별의별 주문을 다 받아봤는데, 아직까지 기억나는 특이한 음료가 있다. 베리 히비스커스 주스와 헤비 크림(생크림), 바닐라 시럽을 추가해 얼음은 빼고 블렌더에 갈아달라는 주문이었다. 너무 근본이 없는 레시피라 만들면서도 정말 네가 원하는 레시피 맞아? 재차 물어봤지만 손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레시피를 읊어주었다. 텔레토비 죽처럼 되직한 핑크색의 음료를 만들고 남은 양을 살짝 먹어봤는데 헤비 크림의 기름짐과 주스의 달달한 맛이 섞여 먹자마자 속이 안 좋아졌다. 어떤 '맛'이라고 표현조차 할 수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손님은 한입 마시고 만족의 웃음을 띠며 엄지를 올려주었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