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tchup chip을 아시나요
나는 과자를 잘 안 먹었다.
맛있는 건 당연히 알지만 영양가가 하나도 없으니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탓에 나름대로 식단 조절을 하며 뭐하러 돈 주고 몸에 안 좋은걸 사 먹어? 하는 입장으로 가끔 생리 전 식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빼고 내 돈 주고 과자를 사 먹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만나버린 케찹칩
말 그대로 케찹맛 나는 감자칩이다.
룸메이트가 캐나다에만 있는 맛이라며 본인 몸만 한 봉지를 들고 내게 맛보라고 건네주었고 나는 그 날 이후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첫 입에는 그냥 시큼한 감자칩이네? 하다가 나도 모르게
계속 먹고 있었다. 단짠의 맛에 굴복해버린 것이다.
이때 내 호기심에 불을 지핀 다른 룸메의 말
'브랜드마다 맛이 다 달라'
이 날 이후 나는 최고의 케첩 칩을 찾겠다며 아무도 시키지 않은 도전을 하게 된다. 처음 먹었던 Pc 브랜드를 시작으로 케찹칩 도장깨기가 계속되었다.
레이즈는 신맛이 너무 강하고 얇아서 탈락
프링글스는 케찹 분말이 별로 없고 맛이 평범해서 탈락
그 외에도 내 입맛에 확 와 닿는 맛이 없었다.
그러다 발견한 도리토스 케찹칩
슈퍼에서 장을 보다 마주친 이 친구는 무려 limited라는 매력적인 문구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도리토스 맛있는 거 누가 몰라하고 무심코 집었던 이 날 이후 강력한 짠맛에 반해 끊을 수가 없었다. 옛날부터 과자 먹으면 밥맛없어라는 엄마의 말에 반하게 오히려 이 케찹칩은 맛이 너무 강렬해 먹고 난 뒤 이를 중화시킬 무언가가 항상 필요했다.
도리토스에 슬슬 물려갈 때쯤 발견한 Hardbite
나름 건강한 감자칩이라 가격도 비싼데 식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두툼한 두께감에 과하게 짜지 않은 그 맛에 도리토스는 이제 구 남친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2개월 정도 이어진 케첩 칩 여정의 결과는 역시 불어난 살이었다. 평생 한국에서 살 안 찌는 체질로 살아왔는데 역시 이런 거 먹으면 찌긴 찌는구나 깨달았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케찹칩을 먹는 와중에도 늘 건강식을 챙겨 먹으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야채 위주 식단, 파스타도 통밀만, 야식 안 먹기 등등.. 그럼 뭐하냐고 케첩 칩 먹는데. 이제 그만 먹어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든 후 신기하게 더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 너무 많이 먹어서겠지만)
그 후 귀국할 때까지 케찹칩은 전혀 사 먹지 않았고 가족 및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몇 봉지 사 온 게 전부다.
그땐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