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디저트
얼그레이 티 라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음료는 사실 런던이 아니라 밴쿠버에서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이 음료는 'Vancouver fog'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차나 커피에 우유를 마셔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이 커피/아메리카노 미스토를 주문할 때마다 '라떼도 아니고 저게 맛있나?' 싶었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아몬드 우유 소량을 넣어 본 후 커피의 고소함과 풍미가 극대화됨은 물론 부드러운 목 넘김에 반해 미스토 찬양자가 되었다.
미스토에 대한 반감이 사라졌을 즈음 티라떼도 도전해보고 싶어 졌다. 사실 한국에서도 블랙티, 그린티 라떼등을 파는 곳은 많았지만 대부분 파우더를 사용해서 파우더의 단맛과 텁텁한 맛 때문에 즐겨 찾지 않았다.
몇 년 전 한국 스타벅스에서도 티라떼가 잠깐 유행하던 시절이 있던 것 같긴 한데 그 당시 나는 아메리카노에 겨우 맛을 들인 새내기였던지라 별 흥미가 없었다.
여하튼 런던포그는 우리 매장에서 커피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였다. 사실 정식 이름은 얼그레이 티 라떼 지만 모두들 런던포그로 불렀고, 파트너들도 컵에 마킹할 때 LF로 하곤 했다.
처음 런던포그를 마시기 전, 한국에도 흔히 알려진 대만 3시 15분, 미스터 브라운처럼 그냥 밀크티 맛이겠지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단 음료를 싫어해 시럽을 반만 넣었는데도 바닐라 향이 스팀우유에 부드럽게 스며들어 첫 입에 반하고 말았다. 쫀쫀한 거품에 윗입술을 대고 아랫입술만 이용해서 음료를 마시면 폼의 부드러움과 음료의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온몸에 기분 좋은 나른함을 선사해준다.
런던포그는 얼그레이 티 + 바닐라 시럽 + 스팀밀크 세 가지 재료를 이용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바닐라 시럽을 슈가프리 바닐라로 바꾸거나 2% 우유 대신 홀 밀크, 무지방, 아몬드 밀크 등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한 덕분에 개성 있는 런던포그를 즐길 수 있다.
향과 맛을 책임지는 얼그레이, 바닐라는 물론 위에 올리는 스팀밀크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얼마나 부드럽게, 잘 스팀 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머신 스팀기도 자동이었지만 초반 공기주입 및 방향등을 잘못 설정하면 게거품만 잔뜩 나는 등 만드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꽤 다르다.
앞서 말했듯 밴쿠버에서 만들어진 런던포그는 음료뿐만이 아닌 디저트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런던포그 디저트는 단연 아이스크림이었다. 비록 밴쿠버에 배스킨라빈스는 없었지만 그보다 훨씬 실험적이고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가게들이 참 많았다.
그중 밴쿠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샵 Earnest의 베스트셀러는 역시 런던포그였다. 젤라토처럼 쫀득한 식감에 차갑고 진한 런던포그가 입안에서 녹는 느낌은 말로 형연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따뜻한 티는 몸의 긴장이 풀리며 안정되는 기분이라면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오후의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파인트 통째로 퍼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그립다.
두 번째로 좋아했던 디저트는 북미인들의 사랑 도넛.
역시나 다양한 도넛 가게가 많지만 Cartems에서 맛보는 런던포그는 차원이 달랐다. 퀄리티 높은 재료와 레시피로 다른 가게에 비해 건강한 도넛(여전히 기름지고 달지만)을 맛볼 수 있었다. 이곳은 무엇보다 반죽의 쫄깃함이 남달랐고 얼그레이와 바닐라빈이 가득 찬 필링이 나를 글루텐 헤븐으로 인도해주었다. 살던 집에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아 일찍 소진되는 탓에 휴무날에도 일찍 일어나 먹으러 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러울 만큼 못 먹어보고 온 가게들이 참 많은데 이 핑계로 다시 밴쿠버 가야지.
역시 새로운 맛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