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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pr 02. 2020

런던에는 없는 런던포그

밴쿠버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디저트

London Fog


얼그레이 티 라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음료는 사실 런던이 아니라 밴쿠버에서 만들어졌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이 음료는 'Vancouver fog'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차나 커피에 우유를 마셔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이 커피/아메리카노 미스토를 주문할 때마다 '라떼도 아니고 저게 맛있나?' 싶었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아몬드 우유 소량을 넣어 본 후 커피의 고소함과 풍미가 극대화됨은 물론 부드러운 목 넘김에 반해 미스토 찬양자가 되었다.


미스토에 대한 반감이 사라졌을 즈음 티라떼도 도전해보고 싶어 졌다. 사실 한국에서도 블랙티, 그린티 라떼등을 파는 곳은 많았지만 대부분 파우더를 사용해서 파우더의 단맛과 텁텁한 맛 때문에 즐겨 찾지 않았다.

몇 년 전 한국 스타벅스에서도 티라떼가 잠깐 유행하던 시절이 있던 것 같긴 한데 그 당시 나는 아메리카노에 겨우 맛을 들인 새내기였던지라 별 흥미가 없었다.


여하튼 런던포그는 우리 매장에서 커피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였다. 사실 정식 이름은 얼그레이 티 라떼 지만 모두들 런던포그로 불렀고, 파트너들도 컵에 마킹할 때 LF로 하곤 했다.


 처음 런던포그를 마시기 전, 한국에도 흔히 알려진 대만 3시 15분, 미스터 브라운처럼 그냥 밀크티 맛이겠지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단 음료를 싫어해 시럽을 반만 넣었는데도 바닐라 향이 스팀우유에 부드럽게 스며들어 첫 입에 반하고 말았다. 쫀쫀한 거품에 윗입술을 대고 아랫입술만 이용해서 음료를 마시면 폼의 부드러움과 음료의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온몸에 기분 좋은 나른함을 선사해준다.


 런던포그는 얼그레이  + 바닐라 시럽 + 스팀밀크 세 가지 재료를 이용해 간단히 만들  있다. 바닐라 시럽을 슈가프리 바닐라로 바꾸거나 2% 우유 대신 홀 밀크, 무지방, 아몬드 밀크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한 덕분에 개성 있는 런던포그를 즐길  있다.

 

 향과 맛을 책임지는 얼그레이, 바닐라는 물론 위에 올리는 스팀밀크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얼마나 부드럽게,  스팀 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차만별.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머신 스팀기자동이었지만 초반 공기주입  방향등을 잘못 설정하면 게거품만 잔뜩 나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앞서 말했듯 밴쿠버에서 만들어진 런던포그는 음료뿐만이 아닌 디저트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런던포그 디저트는 단연 아이스크림이었다. 비록 밴쿠버에 배스킨라빈스는 없었지만 그보다 훨씬 실험적이고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가게들이 참 많았다.


 그중 밴쿠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샵 Earnest의 베스트셀러는 역시 런던포그였다. 젤라토처럼 쫀득한 식감에 차갑고 진한 런던포그가 입안에서 녹는 느낌은 말로 형연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따뜻한 티는 몸의 긴장이 풀리며 안정되는 기분이라면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오후의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파인트 통째로 퍼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그립다.


두 번째로 좋아했던 디저트는 북미인들의 사랑 도넛.


역시나 다양한 도넛 가게가 많지만 Cartems에서 맛보는 런던포그는 차원이 달랐다. 퀄리티 높은 재료와 레시피로 다른 가게에 비해 건강한 도넛(여전히 기름지고 달지만)을 맛볼 수 있었다. 이곳은 무엇보다 반죽의 쫄깃함이 남달랐고 얼그레이와 바닐라빈이 가득 찬 필링이 나를 글루텐 헤븐으로 인도해주었다. 살던 집에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아 일찍 소진되는 탓에 휴무날에도 일찍 일어나 먹으러 가기도 했다.

바닐라빈이 가득찬 필링(아래 붉은건 립스틱 자국)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러울 만큼 못 먹어보고 온 가게들이 참 많은데 이 핑계로 다시 밴쿠버 가야지.


역시 새로운 맛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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