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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의자 Jun 24. 2020

작가란 무엇인가1

파리 리뷰 인터뷰

뉴욕에서 발행되는 잡지 Paris Review에는 저명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린다고 한다. 한 두 시간의 만남이 아니라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내용의 인터뷰가 이루어지고 정리된 원고는 작가 수정을 거쳐 잡지에 게재되는 모양이다. 인터뷰는 기자가 아니라 문학 관련 일을 하는 작가나 편집자, 교수들에 의해 진행된다. 세 권으로 출간된 <작가란 무엇인가>는 잡지에 실린 인터뷰만을 모은 책이다. 아마도 영어로 출간된 앤솔로지를 다시 편집·번역한 것 같다.      


무엇보다 평소에 좋아하거나 이름을 자주 듣던 작가들의 목소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작가의 개성이 인터뷰에 그대로 묻어나는 경우도 있고, 소설을 읽을 때와 다른 느낌을 주는 작가도 있었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 소개되는 인터뷰 상황이나 작가의 방 스케치 역시 흥미로웠다. 또 대부분의 작가들의 새벽에 일어나 아침과 오전 시간을 이용해 규칙적으로 소설을 쓴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술 마시고, 한 밤중에, 격정에 취해, 글을 쓴다는 작가는 없었다. 역시 소설가는 노동자에 가까운 것 같다.      


오르한 파묵과 밀란 쿤데라는 평소에 잘 안 읽히던 작가였다.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내가 그들의 소설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이유를 확인했다. 두 작가 모두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쿤데라의 경우 소설 외에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 싫어했으며, 파묵 역시 터키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민감히 반응했다. 하루키는 다른 이유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내게 하루키는 일본인이지만 하루키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문학은 전혀 일본적이 아니었다. 그 간격이 내겐 어색하게 느껴졌다.      


윌리엄 포크너 역시 개인적인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젊은 시절을 보낸 작가이다. 포크너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예술가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환경은 평화, 고독, 너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즐거움뿐입니다. 나쁜 환경이란 혈압이 올라가는 상황, 즉 좌절하고 분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상황이겠지요.” 나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에코에서 포스터까지 12명을 인터뷰한 대부분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덮자마자 바로 2권을 손에 들었다. 다만 선정 작가들이 미국 중심이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세 권의 목차만으로 보면 유럽과 아시아, 남미의 작가들도 많이 있지만 모두 미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모은 인물들이다. Paris Review가 뉴욕에서 발행되는 잡지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 나는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출판계에서도 한국 소설보다는 외국 소설 출판에 더 큰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작가나 학자들이 조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혹시 한국 소설도 지난 수십 년 힘차게 달려오다 일찍 늙어버린 것이 아닌지, 그냥 혼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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