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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의자 Jun 24. 2020

슬픈 불멸주의자

셸던 솔로몬, 제프 그린버그, 톰 피진스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죽음의 사회 심리학을 다룬다. 심리학이라고 해도 특별히 어려운 이론이나 대단한 실험 프로젝트가 실린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인간에게 죽음의 공포가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들이 보기에 인간 존재 핵심에 존재하는 고뇌는 죽음 자체보다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인식이다. 그런 고뇌가 인간을 끊임없이 불멸 추구의 길로 이끌고, 고유한 문화를 낳았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저자들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인류의 다채로운 노력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특별히 독창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죽음의 공포와 문화의 관계는 프로이트의 유명한 개념 ‘타나토스’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에로스의 욕망과 타나토스의 욕망이 길항하며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더 최근의 책으로는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을 떠오르게 했다. 물론 각각 관심의 초점이 다르기는 하다. <슬픈 불멸주의자>는 인류사적 측면에서 행동의 심리적 동인을 설명한다. 프로이트는 비교적 개별적인 예술가의 무의식 등을 다루었고, 마르쿠제는 상징조차 사물화하는 현대사회의 물화와 소외 문제를 다루었다.  


저작 전체를 관류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은 ‘문화적 세계관cultural worldview’이다. 문화적 세계관은 현실의 본질을 스스로에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믿음의 체계이다. 그것은 삶의 의미라든지, 우주의 기원, 가치 있는 행동 등 상상력과 상징의 영역에 속하는 다양한 문화를 포함한다. 그러한 문화의 중심에는 불멸성의 약속이 자리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그러한 약속을 발견할 수 있음도 증명하고 있다.       


인간은 미래에 닥칠 죽음을 예견하고 그 공포를 현재에 체험하는 지구상 유일한 생물이다. 다양한 의례나 제도, 관념 등을 만들어냄으로써 인간은 죽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종교를 들 수 있다. 불멸의 공포에 저항하는 데 천국이나 윤회라는 관념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유교에서도 조상을 기리며, 도교에서도 신선이라는 지극한 경지를 두고 있다. 단테의 <신곡>은 기독교 세계가 생각한 사후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이다. 인간은 이러한 문화적 세계관 속에서 평안을 느끼고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로워진다.      


이 책은 동물 혐오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연결시키기도 한다. 재미있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숨이 끊기고 부패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육체적 특징은 동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동물의 죽음은 나아가 살아 있는 동물까지 인간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영혼의 발명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스스로를 영혼을 가진 존재로 상상했다고 한다. 육체가 사라져도 육체와 다른 생명이 다른 생을 산다는 이 관념은 애니미즘에서 유일신교에 이르기까지 두루 퍼져 있다. 썩어가는 육체에도 불구하고 불멸하는 영혼이 있다니. 불멸의 영혼은 살아서 확인할 수 없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일단 둘이 분리되고 나야 존재를 알 수 있는 영혼을 육체를 가진 우리가 온전히 알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가 ‘자존감’이다. 저자들은 문화적 세계관 안에서 개인이 자존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자주 지적한다. 인문학적으로 가장 의미가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진화 생물학을 읽으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생물학적 진화로 설명되는 인간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였다.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문화적 세계관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웃을 사랑하고, 정직하고, 겸손하고 또 자애로워야 하는 이유가 진화를 위해서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것이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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