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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의자 Jun 24. 2020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디 브라운

몇 년 전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른 헌책방에서 우연히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라는 책을 발견했다. 미국 인디언의 멸망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어린 시절 서부 영화를 좋아했고, “대추장 제로니모”류의 아동물도 본 적이 있어서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독서는 다음날 새벽이 올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속에는 분노와 슬픔, 한숨과 눈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 서부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어떻게 백인들에 의해 멸망당했는지를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백인의 입장이 아닌 인디언의 입장에서 기술된 책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출간된 지 40년도 훨씬 지났지만, 인디언들의 역사를 다룬 책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책이 아닌가 싶다. 

     

1607년 버지니아에, 1620년에 뉴잉글랜드에 도착한 영국인들은 혹독한 계절을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견뎌냈다. 이후 인디언들의 호의를 배반한 백인들은 서쪽으로 인디언들을 쫓아냈다. 체로키 족을 비롯한 동부 인디언들은 죽거나 오클라호마로의 ‘눈물의 길’을 걸어야 했다. 동부의 13주가 독립한 이후인 1832년 잭슨 대통령은 미시시피 강을 ‘영원히 변치 않을 경계’로 삼기로 약속하고 인디언들을 서쪽으로 몰아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에서 금이 발견되고 유럽 이민이 증가하자 백인들은 중서부의 인디언들을 절멸시키고 그들의 땅을 빼앗기 시작했다. 1860년에서 1890년까지 이러한 백인들의 침략에 대항한 인디언들의 슬픈 투쟁이 이어진다.      


이 책은 Sitting Bull, Crazy Horse, Red Cloud, Ten Bears, Eagle Heart와 같은 빛나는 이름을 가진 추장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백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침략에 맞서 그들이 어떻게 타협하고 싸웠는지, 자기 부족을 위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적어나간다. 운디드니는 인디언들이 백인들과 마지막 전투를 치룬 곳이다. 그곳에서 용감한 추장들은 자기 부족의 운명이 다했음을 원망하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다. 책을 읽다보면 수우, 샤이엔, 다코타, 유트, 마이애미, 코만치, 나바호, 아라파호, 아파치와 같은 인디언들의 이름이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유타 남부 사막 휴게소에서는 나바호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공예품을 주차장에 널어놓고 팔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스모키 마운틴에는 체로키 족 박물관이 있다. 서부에 인디언 보호구역은 슬럼을 연상하게 할 만큼 버려져 있다. 이 책은 그들 아메리카 원주민 조상들의 역사이다. 백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massacre의 역사이기도 하다. 해피엔딩 드라마를 즐겨보는 분들에게는 좀 불편할 수 있지만, 인간과 인류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슬픈 역사이고 슬픈 책이다. 그러나 한 시인의 말대로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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