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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의자 Jun 24. 2020

쇼에게 세상을 묻다 - 모르면 당하는 정치적인 모든 것

G. 버나드 쇼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어떻게 보고 세상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젊은 시절의 망설임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지만 안하무인으로 하고 싶은 말만 떠들면서 중년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날카롭되 유쾌하고 지적이지만 재치 있는 그런 말과 글을 사용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 떠오르는 작가가 버나드 쇼이다. 페이비언 사회주의자이자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극작가인 쇼는 거침없이 말하지만 그 안에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을 줄 안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그 앞에서는 풀린 실타래처럼 단순하고 분명해진다. 

     

그는 박학다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었다. 아흔 해가 넘는 시간동안 그는 작가와 운동가로서 빛나는 생을 살아갔다. 노벨상과 오스카상을 수상자였고, 서핑을 즐기는 패션이스트 발명가였으며,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묘비명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문장으로 채울 수 있을 만큼 유쾌하게 인생을 즐기다 간 사람이다. <쇼에게 세상은 묻다>는 1944년 쇼가 여든 여덟의 나이로 그 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륜을 모아 엮어낸 책이다. 원작의 제목은 “Everybody’s Political What’s What?”이다.     

 

그가 이곳저곳에 기고한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비평문을 모아놓은 이 책은 예상과 달리 무척 재미있다. 삐걱거리며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그의 비판은 가려운 등을 긁을 때보다 더 우리를 시원하게 해 준다. 그렇다고 비판의 언어가 딱딱하거나 단순한 것은 아니다. 그의 비판은 이런 식이다. “미국인들은 대통령직을 세습하자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선을 행하는 정부의 힘이 그 어떤 민간기업보다 강력한 것처럼, 악을 행하는 정부의 힘도 그 어떤 민간기업보다 강력하다.” 나는 쇼의 이런 비교의 수사법이 좋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더 옮기면 이런 것들이 있다. “경쟁시험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것은 경쟁자들이 서로의 무지와 실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고, 성공의 개념을 다른 동료를 넘어뜨리는 것과 연관 짓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모르는 용사에게 영웅적 포부, 헌신과 봉사, 불굴의 용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희생정신과 같은 자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낫다.” “미학적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누리는 여가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무식하고 교양머리 없는 사람들이 엄청난 불로소득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는가?” 나는 쇼의 이런 생각에 완전히 동의한다.      


70년 전 출간된 이 책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인지 모른다. 그가 오래전에 비판하고 조롱하던 일들이 지금 우리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해결하기를 바라는 기본적인 문제들은 봉건주의와 자본주의가 해결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던 바로 그 문제들이다.”라고 말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70년 전 유럽에서 해결하려 했던 문제들을 여전히 문제로만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어찌되었든, 이런저런 재미로 나는 조금은 귀족적이고 대중을 무시하는 듯한 그의 태도도 너그럽게 봐주며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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