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만든 진미채이다.
나는 진미채를 그대로 두고 이탈리아로 왔다.
볼로냐의 아침은 고요하다.
호스트가 준비한 과일을 먹고, 커피를 뽑으면서 주방을 본다.
요리책, 주전자, 팬, 냄비들이 줄 서 있다. 알록달록 그것은 아마도 호스트의 취향일 것이다.
조용한 주방에서 시내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주방은 항상 고요하다.
외출하고 돌아와서 가방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간다.
"안녕? 오늘 하루 어땠니? 나는 지금 요리 중이야."
"오늘 즐거웠어요, 오늘 요리수업에서 세 가지 종류 파스타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같이 배우는 사람을 만났는데...... "
꽤 긴 대화가 오고 갔다.
"지금 체스를 위해서 저녁 만드는 중인데, 너도 조금 먹을래?"
"아니요, 괜찮아요. 배불러요, 오늘 세 가지 파스타를 먹었다니까요. 오, 근데 지금 방금 넣은 거 뭐예요? 화이트 와인인가요?"
"아, 응. 요리용이라서 이런 용기에 넣고 파는 거야."
"음, 그렇군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닭고기와 야채가 함께 볶여 있는 음식과 삶은 쌀이 담긴 연두색 볼을 빨간 냅킨으로 싸서 주고 간다. (이것이 흑미 같은 것이지만, 밥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겠다.)
한입 먹는다.
내가 요리사에게 배워서 만든 세 가지 파스타의 화려함과는 다른, 집 맛이 난다.
셰프의 주방이 아닌, 엄마의 주방에서 나는 맛이다.
"왔니?"
"어."
"밥 먹었니?"
"내가 알아서 할게."
어느 순간부터 내 음식을 내가 해 먹으면서 주방은 나와 엄마의 주방으로 나뉘었다.
한식을 좋아하는 엄마와 한식은 선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동시에 다른 음식을 한다.
냉장고는 쌈야채와 샐러드 야채로 나뉘고, 찬장은 고추장과 발사믹으로 나뉜다.
"내일 치즈마을 간다고 했지? 내가 커피 준비해 놓을까?"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 그럼 과일만 놓을게."
7시에 데리러 오기로 되어 있어서 5시 반에 눈을 떠서 준비를 하고 물을 마시러 주방으로 갔다. 'have fun :)'
뭔가...... 잘못되었다.
뭔가...... 그동안 내가 잘못했었다.
마지막 출근 날 아침이었다. 나는 어김없이 느리적 거리고 있었다.
"네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도 진짜 상처받아. 그러니까 더 너랑 아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진다고! 나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내가 뭘? 아니 내 얘기 중에서 지금 사실이 아닌 게 있어? 엄마 항상 내가 뒷전이잖아."
"넌 네가 필요할 때만 나를 찾잖아! 그래 너 그때 아팠을 때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낚아챈다.
"그래!! 나 아팠을 때!! 내가 아프다고 웬만하면 말 안 하는 거 몰라? 내가 아프다고 할 때는 덤덤하게 얘기해도 진짜 심하게 아픈 거라고 몇 번 말해!!! 그때도 바쁘다고 나몰라라 했잖아. 나도 그렇게 한번 당하면 다시는 말 절대 안 한다고. 몰라?"
"그래, 그러니까 데려다준다고."
"아니야 됐어. 다 끝난 일이잖아. 그냥 됐어. 하던 대로 해."
문을 닫고 나와서 문밖에서 기다리는 택시로 몸을 던졌다.
"돌아서 뒷문으로 나가주세요."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기사 아저씨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잊지 않았다.
"나도 너를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나는 아는 게 없고, 넌 아는 게 너무 많아. 난 너무 느려졌고 늙어가고 넌 너무 빠르고 앞서가. 이제 모든 것이 그래. 그래서 도와줄 수가 없는 거라고."
"그래."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차라리 말을 해. 저런 서류업무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왜 말을 안 하니?"
"그건 내 일이야, 엄마일이 아니니까 엄마한테 말을 안 하지. 앞으로는 나도 도와달라고 말할게, 난 그런 걸 잘 못해."
그렇다, 내 잘못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날, 아무도 나를 배웅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전날 아빠 엄마는 여행을 가는 계획이었다. 혼자 가도 괜찮냐는 질문을 한 서른 번은 받은 것 같다. 괜찮다고 말하는 내가 비정상인 건지, 그걸 괜찮고 안 괜찮고로 나누는 그들이 비정상 적인 건지 경계를 나누기 어려운 가운데 서운한 감정이 생겼다.
그리고 그때 나는 예민했다. 나의 7년의 회사생활을 하루 만에 정리해야 했다.
"엄마, 나 도움 필요해."
나로써는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그리고 그날 엄마와 나는 50분 만에 인감증명서를 작성하고 국제면허증을 만들었다. 난리도 아니었다.
"엄마, 쇼핑하러 가자."
엄마랑 쇼핑을 같이 안 간 지 7년은 된 것 같다. 세네 시간씩 백화점에 죽치고 있는 건 시장조사만으로도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엄마의 의견도 가끔은 듣고 싶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오랜만에 데이트 같은 시간이다. 팔짱을 끼는 것은 중학생 같아서 너무 어색하지만 엄마니까 슬그머니 빼지 않고 그냥 있었다.
"네가 이탈리아 가기 전에 이렇게 서로 알게 돼서 너무 다행이야."
"그래 맞아, 나도 솔직하게 표현 못했어, 그게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쿨한 게 어딨니, 그런 건 없어, 쿨한 척하는 거지."
"그래...... 맞아....... 난 그렇게 살았나 봐."
그리고 다시 주방,
"체스, 이를 몇 분 닦는 거니? 좀 조용히 좀 해! 지애, 미안해, 십 대들이란..... 휴......"
"괜찮아요, 엄마들이란...... 다 똑같으니까요."
"하하 그래, 어제 늦에왔어? 걱정했어."
방으로 들어와 메시지를 확인한다.
'어제 뭐했어?'
'어제 완전 재미있었어, 근데 심카드가 잠겨가지고 연락을 못했어, 근데 진짜 좋은 사람 들도 만나고......'
결국 우리 대화에는 동생까지 같이 껴서 긴 대화와 사진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