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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Oct 12. 2017

당신의 아침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약간의 시간만 준비해 오세요 

Bongiorno!!


다시 아침, 


Via de griffoni 8/2 Bologna, 내가 있는 곳이다. 

이곳의 아침은 종소리에서 시작한다. 시간을 알리는 종이 시내에 있는 종탑에서 울린다. 

느릿하게 일어나서 손잡이를 돌려서 창문을 열고, 나무로 된 덧문을 활짝 열어젖힌 후, 걸쇠로 문을 고정시킨다. 이렇게 아침은 시작된다. 


걸쇠로 나무 덫문을 활짝 열어 고정한다. 


그리고 주방, 

슬리퍼를 끌고 주방으로 온다. 



"지애, 아침 안 먹었어?" 

이게 무슨 놀라운 일인지 눈썹을 시옷으로 만들며 아주머니는 질문하였다. 

"네, 시간이 없었어요."

아주머니의 눈썹은 더 깊은 시옷을 만든다. 


나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다. 

나의 아침은 부장님이 회의 간 사이에 후배들이랑 법인카드로 사 먹는 커피와 크루아상이 전부였다. 

첫날 나의 아침식사는 손댄 흔적조차 없이 주방에 그대로 있었다. 




한 달인가 전에 회사 후배와 이야기하던 중 모카포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선배 모카포트 쓰세요?"

"네, 나 원래 안 썼는데, 친구가 이탈리아 여행 다녀와서 선물로 준 게 너무 예뻐서 쓰고 있어요, 하빈 씨도 쓰나요?"

"쓰고 싶은데...... 여유 있을 때만 가끔 써요...... 여유가 없더라고요."

"...... 그렇죠...... "


앞에 있는 모카포트에 물을 채우고 커피를 채우고 가스를 켜고 불을 붙이고 모가 포트를 올린다. 

시간이 흐른다.

물이 데워지고, 점점 데워지고, 점점 뜨거워지면 

꾹꾹 눌러 담긴 커피가루를 뜨거운 증기가 지나간다. 

그리고 커피가 뽑아져 나온다. 


가스 불에 이 포트를 올려놓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온 집 안에 커피 향이 가득 찬다. 
커피를 뽑아서 ( 왜 커피를 '내린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뽑는다'라고 하는지 모카 포트를 써 본 사람은 안다.) 빵을 곁들인다. - 박찬일의 파스타 이야기 중


매일 아침, 커피와 빵 . 이건 진짜 케익같은 내가 바보짓 해서 잘못 산거고, 원래는 크루아상 정도를 함께 먹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침을 놓치고 있었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커피들을 단지 잠을 깨기 위해 마시고,

싸구려 샌드위치와 김밥을 입으로 욱여넣으며 지하철을 타는 출근길에 나 역시 함께 있었다. 


빨리 걸어도 커피가 넘치지 않게 종이컵의 플라스틱 뚜껑을 단단하게 닫고

그래도 빠른 걸음에 커피가 흐르면 당연하게 욕이 나왔다.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주세요, 바로 되죠?"

사람이 많아서 늦게 나올 것 같을 때면 욕을 하면서 그냥 카페를 나왔다.

뜨거운 커피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한입 마시는 게 전부, 

사무실 문이 열리면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아 커피 뚜껑을 열어둔다.

마시면서 메일을 보고 

엑셀 숫자를 눌러가며 마신다. 


당신의 아침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멀어져 있는 아침 

그리고 나는 지금, 이곳에서 아침을 일상으로 가지고 왔다. 




나도 안다, 이것은 다 그저 나의 이야기 일 뿐.

하지만 나는 당신도 그리고 나도, 커피가 뽑아지는 정도의 여유를 갖길 바란다. 


자, 당신의 아침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약간의 시간만 준비해 오세요. 


나의 모든 친구들에게, 치열하게 일상을 사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깊은 토닥토닥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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