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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라 와인 Nov 16. 2017

함께 먹는 미네스트로네

그래서 요리는 삶이고, 삶은 요리이다. 

11월은 비수기 달입니다. 

북적거리던 집 앞도 한산해졌고, 투어리스트 음식점들은 아이에 11월은 장사하지 않는 곳들도 생기고 있어요. 이제 두오모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은 중국인들이 대다수입니다. 


피렌체 지금 엄청 한산해, 사람이 없어. 뭐지? 무슨 일이지?
그냥...... 11월이잖아. 11월은 원래 그런 달이야. 이제 다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지. 


아...... 크리스마스. 

12월이 되면 다시 북적거릴 피렌체, 지금은 삼일 내내 비가 오고 아니면 비가 오고 안 오고 다시 비가 오고, 아니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 계속되면서 이제 가을도 끝나가는 것 같아요. 

점점 추워지고 있는 피렌체. 언제나 아르노 강은 아름답습니다, 추워지고 있는 지금도. 



이렇게 추워지는 날에는 소파에 담요 덮고 앉아서 막장 리얼리티나 보면서 따뜻한 수프를 먹고 싶습니다. 

그래서, 

가을 야채를 이용하여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수프 종류인 '미네스트로네'를 소개합니다. 


미네스트로네 ( Minestrone ): 이탈리아 수프로써, 야채를 이용해서 만드는 수프이다. 기본적인 재료로는 콩, 양파, 셀러리, 당근 그리고 토마토가 들어간다. 


기본적인 야채를 제외하고는 모두 계절에 맞는 야채를 사용한다. 물론 지금은 다 하우스 재배라던지 작물 농업으로 인하여 11월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지금의 시간을 충분히 녹이는 음식이 미네스트로네입니다.  


여름에는 가지, 호박 (주키니 호박), 토마토를, 

겨울에는 단호박을 많이 사용합니다.


자, 그럼 재료들을 소개할게요.


야채들: 기본 야채 (셀러리, 양파, 당근, 토마토, 콩 )
             시즌 야채 ( 단호박, 블랙 케비지, 양상추, 마늘) 
Brodo: broth라고도 하며, 우리말로 하면 육수입니다. 육수가 없다면 물을 사용해도 좋아요. 
치즈 끝부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의 겉 부분을 준비합니다.
                     이것은 옵션 사항이기 때문에 준비가 어려우면 없어도 돼요.
                     하지만 파르미지아로 레지아노가 없다고 아무 치즈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다른 치들은 녹버려요. 


그럼 이제 만들어 볼까요? 


간단한 순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기본재료 자르기, 콩 삶기, 냄비에 재료 넣고 끓이기, 끝 


1. 기본적인 재료를 제외하고, 그날 시장에서 혹은 마트에서 싱싱해 보이는 제철 야채를 선택합니다. 야채들을 모두 찹찹찹 ( 비 주인공 야채들: 셀러리, 양파, 당근)  혹은 깍두기 썰기를 하고 ( 주인공 야채들: 블랙 케비지, 양상추, 단호박) 토마토는 페이스트를 사용해도 좋아요. 콩은 하루 전에 미리 물에 불려 놓습니다. 


2. 재료 준비가 끝나면 콩을 삶아 줍니다. 


* 토마토의 경우, 어떤 사람들 깍둑썰기 혹은 찹찹찹을 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될 경우, 토마토가 모두 냄비에서 몽그라 질 수 있고, 그러면 보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토마토는 조연으로 사용될 경우는 패이스트로 이용한다. 



3. 올리브 오일을 냄비에 3스푼 정도 넣고 적당히 열이 오르면 양파를 넣어 주세요. 양파가 golden brown이 되면 셀러리와 당근을 넣고 살살 저어 주세요. 양파, 셀러리, 당근이 부드러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 콩을 넣어 줍니다.


4. 이렇게 되면 이제 야채들이 바짝 바르는 것 같을 거예요. 냄비에 들러붙기 시작할 수 있어요. 

이럴 때 바로 Brodo 혹은 물을 조금씩 넣어줍니다. 

한 번에 왕창 넣는 게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냄비의 상황을 보면서 넣어 주세요. 

그러면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역시나 천천히 한 스푼씩 한 스푼씩 넣어 주세요. 

내가 만드는 Brodo 입니다. 쓰다남은 셀러리, 양파, 마늘, 당근, 허브, 고기조각 같은것들을 넣어서 그냥 끓여주면 끝! 



5. 콩이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 싶으면 단호박을 넣어줍니다.

지속적으로 냄비를 확인하면서 Brodo 혹은 물을 넣어 줍니다. 천천히 저어 주세요. 퍽퍽 말고 천천히 저어 주세요. :) 그러면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한 스푼씩 한 스푼씩 넣어주세요. 색깔과 맛을 보면서 양을 조절합니다. 


슬슬 끓기 시작하면, 

준비한 파르메 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의 뒷부분을 넣어 줍니다. 


*이것을 넣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간을 맞춘다는 의미 이상으로 치즈가 가지고 있는 풍미를 더해준다. 또한, 이 딱딱한 뒷부분이 미네스트로네 안에서 계속 끓으면서 부드러워진다. 

미네스트로네를 먹을 때, 그 부분을 조금씩 잘라서 함께 먹으면 쫀득한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이렇게 한 20분쯤 끓여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5분 정도 전에 파슬리를 찹찹찹 해서 뿌려주면 좋아요. 



물론 정량화된 시간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량화된 양은 없으니까요. 나는 호박을 좋아해서 호박을 많이 넣고 토마토를 좋아해서 페이스트를 많이 넣지만, 누군가는 호박 말고 양상추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고 토마토를 찹찹찹 해서 넣었을 수도 있습니다. 


몇 그람에 몇 리터에 몇 분이라는 정량화된 시간들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모든 것이 결국에는 다 섞여서 한 솥에서 나눠먹는 미네스트로네의 경우에는 정량화된 것보다는 

함께 먹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계절을 생각하면서 당신의 냄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맨 윗부분에 세모난 것이 치즈 뒷부분을 잘라놓은 것 이에요. 냠냠냠 



이렇게 끓인 미네스트로네 안에 치즈 뒷부분이 있을 거예요, 녹지 않고 형태는 뭉그러져 있지만, 치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함축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 부분을 가위로 싹둑싹둑 작게 잘라서 위에 얹히면 끝! 


보통 한번 끓인 미네스트로네는 3일 정도 먹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이탈리아의 음식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미네스트로네의 경우에는 더욱 시간과 관계에 충실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계절에 맞는 야채를 선택하고, 함께 먹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야채를 더할 수 있는 함께 먹는 따뜻한 음식이에요. 


내가 있는 피렌체도, 당신이 있는 한국도 아니면 그곳이 어느 곳이더라도 이제 점점 추워지는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잔뜩 만들어서 함께 먹는 거 어떨까요? 분명히 혼자 먹기에는 많을 거예요. 

학교로, 회사로 작은 보온병에 넣어서 함께 나눠먹으면 훨씬 맛있을 거예요. 더 많이 끓일수록 더 맛있는 미네스트로네였습니다. 


모두 따뜻한 11월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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