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고 우리 있는 거니까.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에 갑작스럽게 초대되어 간다. 집들이라고는 하나 맨날 보는 그 친구들과 맨날 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며 다시 이탈리아를 가는 나를 위한 자리다.
"언제쯤 온대?"
"열시 정도에 출발한대."
"열시? 뭐 하는데 그때까지 집에 안가냐?"
"모르지 모."
함께 모이는 자리에 가장 어린 동생이 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야근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괜히 한번 더 허공에 대고 욕을 한다.
'띵동'
"어, 왔다! 왔어? 야근했어? 미친 거 아니야?"
"언니, 오빠 나 왔어. 졸라 피곤해, 말 시키지 마."
"야 앉아 앉아 일단 좀 앉아서 마셔라."
"아 안녕하세요"
결혼한 지 일 년도 안된 친구의 부인을 보고 동생은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나 진짜 그만둬, 이제 못하겠어."
지난 3주 동안 있었던 일들은 저 옆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 이런 회사 라면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 시즌이 임박해 온다면 항상 마주하는 현실이었다. 하루 만에 완성하고, 수정하고, 완성하고, 다시 수정하고 그렇게 3일을 밤을 새웠다고 했다.
"이렇게 공부했으면 나 의사 됐어 진짜"
"너 공부 체질 아니잖아."
"그건 그래."
도저히 못 참겠던 동생과 과도한 일을 두서없이 지시하는 과장 사이에서 감정 섞인 언성과 언성 위에 쌓이는 울분과 억울함을 이야기하던 동생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결국
울고 만다.
"아니, 과장한테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야 언니."
에고........ 알지 그맘........
너무 힘들 때는 언니 오빠의 눈도 못 쳐다봤다고 했다. 언니 오빠를 보면 그냥 울어버릴 것 같아서 그냥 냅다 화장실로 뛰어 갔다고 했다. 알지 그맘.........
말도 안 되는 자료, 어거지로 맞춘 숫자들과 사업 계획, 두서없는 디렉션, 의미 없는 아무 말 대잔치
그래 내가 참는다, 니가 부장 이니까 진짜 내가 참아준다.
짬이 안되니까 내가 참는다, 근데 너도 참 가지가지 한다.
아 몇 번 말하냐고, 들어온다니까? 이번 주 금요일에 창고 입고된다니까? 몇 번을 말하냐 어?
알지 그맘........ 당장에 때려치우고 싶어도 지금까지 버텨온 나 자신에게 미안하고 시간들에 미안하고 남을 동료들에게 미안한
그 마음을 언니도 알고 있다.
집에 와서 티비 재방송을 보며 잘 들어갔냐는 카톡이 오간다.
'언니, 언니 봐서 너무 좋았어.'
'나도!! 항상 응원해 알지?'
'택시 타고 오빠 집에 가면서 언니랑 오빠들 앞에서 울지 말아야지라고 백번 다짐했는데, 결국 울어버렸다.'
'울어도 돼. 힘들면 울어도 돼. 우리 그러라고 있는 거잖아.'
7년을 일하면서 정말 많이 울고 싶었다.
가끔을 억울해서 아니면 화가 나서 그것도 아니면 허무해서 울고 싶었다.
하지만 한 번도 울지 않았다.
회사에서 울었던 적은 헤어진 남자친구 때문이었지, 저 멍청한 인간 때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많이 울고 싶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프로 정신으로 오랜 시간을 버텼었다.
그리고 울지 못하는 너의 마음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이 토닥여 주고 싶다.
병신은 그년이야, 니가 아니라.
울어도 돼, 그러라고 우리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