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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와 작가 사이

알로록 달로록 유리

by 방구석예술가
김윤하. 단청과 달항아리. 스테인드글라스. 39x39cm




낭중지추라는 말을 좋아한다.

뾰족한 송곳처럼 재능은 드러기 마련.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흰 종이에 글을 써내려 가는 것.

흰 종이에 그림을 그려 가는 것.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입체를 만들어내는 것.

고요함 속에 노래를 만들어 내는 것.


그 모든 것은 재능이다.




"예술가" 라는 단어는 포괄적이고 포용적이지만

"작가" 라는 단어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작가"란 무엇인가.

만들어 내는 창작 행위를 한다고 해서 "작가"라 칭할 수는 없다.


어둠 속에 쳐 박혀 창작물만 만들어 낸다고 해서 작가는 아니다.

그저 자기 연민 가득한 창작자일 뿐이다.

그건 일이 아니라 노동이 가득한 취미일 뿐이다.

세상에 나와 자신의 작품을 공개해야 마땅히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팔리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작가인가?

혹은 팔리지 않는 작품을 전시하고 발표하는 사람은 작가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누구라도 그 작품을 구매해야 비로소 창작자는 "작가"라는 날개를 달게 된다.




작가는 자기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작품을 만든다.

그런 창작자를 작가로 만드는 것은 작가본인이 아니라

그 고통을 기꺼이 돈을 주고 사는 구매자인 것이다.


"창작자""작가"는 한 끗 차이로 보이지만,

실로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 간극을 메워 주는 것은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되려 평범한 사람들이다.

재능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




나는 입 밖으로 나를 소개할 때 "작가"라 하지 않는다.


"아 예... 그... 스테인드글라스..라고 유리....

그거 하는데...

아 네... 인터넷판 매도하고요.. 네.. 전시도했고.. 네... 그렇습니다.

공방이요? 공방수업은 지금 안 하고요... 아... 그게...."


실로 어마어마한 자기소개다.

창작자에서 작가로 가기 위해 간극에서 헤엄치는 나의 자기소개.


헤엄치는 중간중간 재능의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튀어나와,

나의 목을 찌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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