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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상 May 11. 2016

괜찮아마을

괜찮아=죽여라

어두운 숲길을 지난지 벌써 2시간, 점점 어깨는 무거워지고 다리는 뻐근했다. 사타구니 쪽이 쓸려 따가운 것은 덤이었다. 사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이 어두운 공간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막연한 목표였다.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여행을 떠난 오늘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H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색의 별 하나 없는 위쪽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무저갱의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기분. 꿉꿉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옷 안쪽의 털까지 소름 돋아 서있는 영 탐탁지 않은 기분이었다.


빛이다! 


순간 멀리서 보인 것은 붉은색의 물방울 같은 것이 춤추는 형상의 빛이었다. H는 자신의 눈이 잘 못 된 걸까 혹여나 눈가를 비빈 후 모닥불임을 확신한 후에야 큰 소리로 외쳤다. 어깨, 허리, 다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왔지만 빛을 본 순간 아픔이 씻기듯 사라지는 듯했다. 발걸음을 놀려 앞을 향해 걸어갔다.


빛과 가까워질수록 H는 사람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 놓인 나무막대와 사람의 손을 탄 듯한 인공적인 조형물들 그리고 대략 3m 남짓한 커다란 나무 장작을 태우는 모닥불을 주위로 위치한 아기자기한 마을. 분명히 이곳은 마을이다.


H는 마을 입구처럼 보이는 곳을 넘어서 모닥불 앞까지 도착했다. 거대한 모닥불 앞에서 그동안 고생했던 모든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했다. 따뜻한 온기가 코 끝에 일렁이며 자신의 온도를 주변에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느껴졌다.


마을은 나무로 이루어진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단단하고 튼튼한 나무로는 기둥을 세웠고 벽에는 갖가지 작은 나무들과 흙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서늘하고 기본에 충실한 집이었다. H는 모닥불 주변에 앉아 마을을 구경했다.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이대로 아침까지 버틴다면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가득 찼다.


그런 마음은 H를 편하게 만들었다. 잠깐 눕는다는 것이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H는 잠든지 채 얼마 안 되어 깨버렸다. 모기 소리인 줄 알았던 -위잉- 소리가 어느새 -소곤소곤- 거리더니 곧이어 -웅성웅성- 해졌기 때문이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마을 주민처럼 보이는 그들은 하나같이 '괜찮아'를 외쳤다. 싱그럽게 웃으며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흠칫했던 H는 다시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어째서 그들이 H 자신과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넘어가기로 했다. H는 '분명히 날 환영하는 모습이군'이라고 생각했다.


마을 주민들은 H가 앉아있던 모닥불 주변을 빙빙 돌며 커다란 원을 그리다 작은 원을 그리기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점점 더 커지는 목소리에 H도 빠지지 않고 그들과 함께 했다. 큰 목소리로 이 모든 고생이 떠나가라 모닥불을 돌며 미친 듯이 떠들었다. 무엇에 홀린 듯 모닥불이 가져다주는 따뜻한 온기와 춤은 아드레날린으로 변해 그가 겪은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듯했다.


분위기는 점점 하늘 위로 올랐다. 모닥불도 그런 분위기를 읽었는지 더 활활 타올랐다. 그리고 춤과 노래가 끝을 향해 갈 때쯤 마을 주민들은 커다란 원을 H 중심으로 만들어 점점 좁혀 들어갔다. 마치 올가미처럼.


H는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환영의 의식인 줄만 알았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웃음을 머금고 있던 마을 주민들의 얼굴은 찰나의 시간에 정색으로 바뀌어 H에게로 달려들었다. 흥겨움에 취해있던 H는 무슨 상황인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체 그대로 마을 주민들의 여파에 휩쓸렸다.


H의 몸은 마을 주민들의 머리 위로 올라가 몇 번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모닥불로.



마을 주민들은 계속해서 모닥불 주위를 돌았고 불길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이내 주변의 노래와 격렬한 춤사위에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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